고물가 속 서민 혼란만 부추긴 서울시···“버스도 거리비례” 비판 일자 급철회

김보미 기자 2023. 2. 8. 18: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서울 시내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버스도 지하철처럼 탑승 거리에 따라 요금이 추가되는 ‘거리비례 운임제’를 적용하려다 우려 목소리가 커지자 황급히 계획을 철회했다. ‘3고 한파’ 속 물가에 민감해진 서민들의 혼란만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8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중교통 요금조정 계획안에 대한 의견청취안’을 제출했다.

청취안에는 현재 1200원(교통카드 기준)인 서울 시내버스 기본요금을 300원 혹은 400원 올리는 한편 현행 균일요금제를 거리비례제로 바꾸는 방식이 제시됐다. 지금은 환승하지 않고 1대의 버스만 타면 거리에 상관없이 기본요금만 낸다.

이 제도가 적용되면 간·지선버스는 10㎞ 넘게 이동할 경우 10~30㎞ 구간은 5㎞마다 150원, 30㎞ 초과 시 150원이 추가된다. 광역·심야버스는 30~60㎞ 구간은 5㎞마다 각 140원과 150원이 추가되고, 60㎞를 넘으면 150원이 더해진다. 이에 8년 만에 이뤄지는 오는 4월 서울 대중교통 요금 인상 폭은 30%를 넘는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지·간선 비례요금 기준인 10㎞는 강남과 강북 사이만 오가도 넘을 수 있는 거리여서 추가 요금이 부과되는 승객 비중은 상당하다. 또 장거리 이동 승객의 실질 인상 폭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거리비례제 추진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요금 인상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시내버스도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거리비례제를 도입하고자 했으나 현재 고물가로 서민경제 부담이 있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천시민과 경기도민의 부담을 고려해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세훈 시장이 관련 기사를 보고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내용’이라며 시민 부담을 우려해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서울 대중교통 운영 현황. 서울시 제공

시의회에 제출된 청취안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서울 지하철 운송 적자는 연평균 9200억원, 시내버스는 5400억원에 달한다. 서울시는 “요금 현실화율 각 62%, 57.8%(2021년 기준)로 낮다”며 “노후화율이 66%에 달하는 지하철 시설 개선과 기후변화에 대응한 친환경 차량 교체 등을 위해 투자재원이 필요하다. 운송원가에 한참 못 미치는 현재 요금 수준으로는 안전 확보가 어렵다”고 설명한 바 있다.

안전까지 거론하며 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강조했으나 여론 악화로 반나절 만에 급히 계획을 철회한 것이다. 금리·물가·환율이 치솟는 3고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혼란만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정부에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 지원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거리비례제가 부각되면 서울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거리비례제 적용은 일단락됐으나 이번 청취안에는 광역버스 기본요금을 2300원에서 3000원으로 700원 올리는 방안도 포함됐다. 현재 3050원인 경기 광역버스(경기순환버스) 기본요금 수준과 맞추는 차원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심야버스는 운행 인건비를 고려해 2150원에서 2500원으로 350원 올린다.

지하철 기본요금 역시 버스와 마찬가지로 현재 1250원에서 300원 혹은 400원을 올리는 방안이 제시됐다. 거리비례제에 따른 추가 요금은 10~50㎞ 구간은 5㎞마다 100원에서 150원, 50㎞ 초과 시에는 8㎞마다 100원에서 150원으로 50원씩 올린다. 수도권 통합환승할인은 이용 수단 중 높은 기본요금을 부과하는 현행 규정은 유지하고, 기본거리를 넘었을 때 붙는 요금을 5㎞당 100원에서 150원으로 올릴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의견청취안은 실무진 의견을 모두 넣어서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