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5월 6일 캐나다 CBC NEWS 기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한국 방위산업계의 가장 치열한 경쟁 관계로 알려진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이 캐나다 수출을 위해 전례 없는 협력을 시작했습니다.
이 두 기업은 캐나다에 200억 캐나다 달러 이상의 방위장비 거래를 제안하면서, 아시아 기업이 신속하게 무기를 공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그동안 이 두 기업은 한국 해군 함정 건조 사업에서는 물론이고, 호주의 범용 호위함 조달 사업에서도 각각 다른 모델을 제안하며 치열하게 경쟁해왔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은 이 두 회사의 경쟁이 너무 치열해 "호주 정부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은 도대체 어디냐고 물을 정도"라고 보도했을 정도입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두 회사가 한국형 구축함(KDDX) 사업 관련 기밀 유출 소송에서도 격렬하게 대립했던 사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두 업체는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 공동으로 제안서를 제출했는데, 사업 규모가 무려 70조 원대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입니다.
애초에 이 두 기업은 캐나다 신형 잠수함 조달에도 별도로 참여할 계획이었습니다.

한화오션은 영국 방산업체 Babcock과 함께 2024년 3월 "폴란드 해군과 캐나다 해군의 잠수함 입찰에 공동으로 도전하겠다"고 발표했고,
현대중공업도 2024년 4월 "캐나다 해군용 잠수함 사업 협력으로 미국 기업 L3Harris와 합의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러던 두 기업이 돌연 손을 잡고 잠수함 판매뿐 아니라 캐나다 양쪽 해안(대서양과 태평양)에 정비 시설을 설치하는 제안을 공동으로 제출했습니다.
이는 그간의 극심한 경쟁 관계를 생각하면 정말 전례 없는 일이며, 국익을 위해 기업 간 경쟁을 내려놓은 역사적인 결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KSS-III 잠수함의 첨단 성능
캐나다 국영방송 CBC는 한국에서 건조 중인 KSS-III 배치II(도산안창호급 잠수함 4번함과 5번함)에 대한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이 잠수함은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현재 한국 해군뿐 아니라 세계 해군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KSS-III는 어뢰와 탄도미사일을 모두 발사할 수 있는 3,600톤급 재래식 잠수함으로, 그 성능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항속거리는 무려 7,000해리(약 13,000km) 이상으로, 3주 이상 수중에서 작전이 가능합니다.
이는 일반적인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의 연속 잠항 시간이 약 2-5일인 것과 비교하면 혁명적인 발전입니다.
이러한 획기적인 성능 향상의 비결은 바로 동력원에 있습니다.
전통적인 납축전지 대신 삼성SDI가 개발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함으로써, 21일 이상 연속 잠항이 가능해졌습니다.

일반적인 디젤-전기식 잠수함은 배터리 충전을 위해 주기적으로 스노켈 마스트를 수면 위로 올려야 하는데, 이때 RF 반사와 배기가스의 열 신호로 적에게 발각될 위험이 높습니다.
그러나 리튬이온 배터리의 장시간 용량으로 이런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잠수함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국가는 일본에 이어 한국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이는 한국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특히 북극해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의 작전을 고려하는 캐나다 해군에게는 장기간 잠항 능력이 필수적인 요소가 됩니다.
한국산 전투관리시스템의 전략적 가치
CBC 보도의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KSS-III를 제어하는 전투관리시스템이 미국산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한화오션에 따르면 KSS-III의 전투관리시스템은 100% 한국에서 설계·개발된 것입니다.
이것이 왜 중요할까요? 캐나다에서는 최근 새 호위함에 채택된 미국산 전투관리시스템(CMS330 with AEGIS)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미국 시스템과 달리 탑재 기술에 대한 캐나다의 완전한 접근을 보장할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미국산 시스템의 큰 단점은 운용과 관련해 미국의 승인이 필요한 경우가 많고, 심지어 미국이 원격으로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에 비해 한국산 시스템은 캐나다가 완전한 주권을 가지고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화오션은 캐나다가 KSS-III를 구매할 경우, 캐나다 자체 시스템이나 다른 외국산 시스템, 또는 기존 한국산 시스템 중에서 선택하여 통합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미국이나 유럽산이 아닌 한국산 어뢰와 미사일도 구매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러한 유연성은 해외 시장에서 한국산 무기 시스템의 큰 경쟁력입니다. 미국산 무기 시스템은 고객이 원하는 자체 서브시스템 통합에 매우 소극적이며, 허용하더라도 천문학적인 통합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한국산 무기 시스템은 고객의 요구에 맞게 다양한 시스템을 통합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합니다.
특히 트럼프가 재선되어 미국의 외교 정책에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비미국산 시스템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캐나다와 미국의 관계가 좋지 않아지면서 유럽이나 아시아 방위업체가 이득을 많이 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호주 콜린스급 잠수함의 고통스러운 교훈
미국 시스템을 탑재한 잠수함이 얼마나 큰 문제를 겪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호주의 콜린스급 잠수함입니다.

1990년대 초 호주는 6척의 콜린스급 잠수함을 도입했는데, 이 잠수함은 스웨덴 코크럼스 설계를 기반으로 했지만 미국산 AN/BYG-1 전투시스템을 탑재했습니다.
호주 정부는 처음에 이 잠수함이 "가장 소음이 적고 가장 발전된 재래식 잠수함"이라고 주장했으나, 2003년 호주 언론은 이 잠수함이 "락 콘서트처럼 시끄럽고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했습니다.
특히 미국산 전투관리시스템과 스웨덴 설계의 호환 문제로 인해 수많은 기술적 어려움이 발생했습니다.
미국의 지원으로 개량이 이루어진 후에도 다양한 고장과 문제가 계속되었고, 2010년에는 6척 중 단 2척만이 실제 작전 가능한 상태였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문제들을 호주 군당국이 인정하기 전에 미국이 먼저 지적했다는 점입니다.
상황이 너무 심각해져 호주의 싱크탱크인 코코다 재단은 콜린스급을 대체할 신형 디젤잠수함 12척을 건조하는 것보다 미국으로부터 최신 원자력 잠수함 10척을 도입하는 것이 오히려 비용이 적게 들 것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는 콜린스급의 유지보수와 개량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호주는 2021년 미국 및 영국과 오커스(AUKUS) 협정을 맺고 핵 추진 잠수함을 도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호주가 2016년 프랑스와 체결했던 디젤 잠수함 도입 계약을 파기하고 새로운 방향을 택한 것으로, 콜린스급의 실패 경험이 이러한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아르헨티나의 TR-1700급 잠수함 사건이 있습니다.

2017년 아르헨티나 해군의 TR-1700급 잠수함 ARA 산후안함이 44명의 승조원과 함께 실종되는 비극이 발생했는데, 이 역시 미국산 시스템 통합 및 현대화 과정에서의 문제점과 연관이 있습니다.
한국의 맞춤형 솔루션과 기술 이전
한국은 캐나다에 매우 매력적인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계약이 체결되면 6년 내에 잠수함을 인도할 수 있다고 약속했으며, 캐나다 내에 정비 시설도 설립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캐나다의 군사적 독립성을 높이고 자체 방산 역량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캐나다 해군의 CPSP(캐나다 잠수함 사업) 사업은 3,000톤급 재래식 잠수함 8~12척을 건조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순수 사업비와 후속 군수지원까지 포함해 총 60조 원 규모로 추정됩니다.
캐나다는 신속한 배치 필요성과 함께, 현재 진행 중인 수상함 건조사업인 CSC(Canadian Surface Combatant)의 건조비 폭등 경험으로 인해 이미 검증된, 신뢰성과 가격을 입증할 수 있는 잠수함에 높은 점수를 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KSS-III 잠수함은 완성도 높은 설계와 검증된 기술력, 그리고 무엇보다 개방적인 시스템 통합 철학으로 캐나다의 요구를 충족시킬 최적의 솔루션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왕립 해군의 앵거스 탑시 중장은 직접 한화오션의 거제 조선소를 방문해 장보고-III BatchII급 3척을 동시에 건조하는 현장을 견학했습니다.
이는 캐나다 해군 고위 인사가 한국 잠수함 건조 능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한국 제안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줍니다.
한국의 제안이 다른 경쟁국들보다 더 매력적인 이유는 일본과 같은 경쟁국들이 자국 해군의 함정 건조 일정과 제한된 건조능력으로 인해 캐나다 사업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인 반면,
한국은 민간 상선과 군함 건조 모두를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기술 인력과 시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미국은 디젤 잠수함 생산을 거의 하지 않는 반면, 한국은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능력까지 제공할 수 있고, 고객이 원하는 미사일 시스템도 통합해줄 수 있습니다.
이는 캐나다가 자국의 전략적 필요에 맞는 잠수함을 획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방산 기술력과 유연한 협상 자세가 세계 시장에서 큰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특히 독자적인 전투관리시스템과 고객 맞춤형 접근법은 미국의 엄격한 통제에 대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경쟁 관계의 두 대형 조선소가 국익을 위해 협력한 이번 사례는 한국 방산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