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외인 타자 악몽 끝, K-패치까지 완료… 이 남자의 매력, LG 외인 타자 첫 대업 쓸까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한동안 외국인 타자를 제대로 뽑지 못해 애를 먹었던 LG는 지난해 이 퍼즐 조각까지 제대로 맞추며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내달릴 수 있었다. LG의 고민을 해결한 사나이는 오스틴 딘(31)이었다.
뽑아올 때까지만 해도 반신반의였다. 가진 건 많았지만, 그간 LG가 뽑았던 외국인 타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스프링캠프 때까지만 해도 ‘적응에 시간이 조금 걸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LG의 외국인 타자 실패 히스토리가 있었기에 염경엽 LG 감독의 마음도 조금은 급했다. 4월이 승부처라고 봤다. 못하면 또 압박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 더 페이스를 빨리 끌어올렸고, 오스틴은 승부처를 잘 넘긴 채 순항했다.
오스틴은 지난해 139경기에서 타율 0.313, 23홈런, 9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93을 기록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몇몇 단점에도 불구하고 팀 공격력 완성에 큰 기여를 했다는 것, 재계약을 해야 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2년 차 징크스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으나 염 감독은 자신했다. 오스틴의 기량을 고려했을 때 급격한 기량 저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 염 감독의 계산은 올 시즌 성적을 통해 잘 드러난다.
오스틴은 20일 현재 시즌 24경기에서 타율 0.333, 5홈런, 18타점, OPS 0.955를 기록하며 팀 타선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타율·출루율·장타율이 지난해보다 소폭 더 좋아졌다. 염 감독은 오스틴이 자기 성적을 유지할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를 변화구 대처 능력을 뽑는다. 이게 안 되면 성적의 기복이 커지기 마련인데, 오스틴은 이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확신을 가지고 재계약 협상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염 감독은 20일 비로 취소된 인천 SSG전을 앞두고 “절대적으로 변화구를 칠 수 있는 타자이기 때문에 절대 (성적이) 떨어지지 않는다. 떨어지는 커브를 받아서 홈런을 칠 수 있고, 변화구 떨어지는 것을 받아 쳐서 안타를 만들 수 있다. 올해는 그것을 더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며 오스틴의 호성적을 설명한 뒤 “직구 쪽 삼진이 많지 의외로 변화구 삼진은 많지 않다. 공이 빠져 나가는 것에만 헛스윙을 하고 있지 존에 들어오는 것은 다 콘택트가 되고 있다”고 오스틴의 장점을 설명했다.
적응력도 최대의 장점이다. 염 감독은 “그냥 한국 선수로 평가하시면 된다”고 웃었다. 외국인 선수라고 하지만 전혀 위화감이 없다는 것이다. 염 감독은 “멘탈도 그렇고, 성격도 그렇고 문화에 빨리 적응했다. 그게 (케이시) 켈리의 역할이 굉장히 컸다”며 두 외국인 선수를 동시에 칭찬하면서 “선수단 미팅을 해도 마찬가지고, 스태프 미팅을 해도 거의 한국 사람이랑 똑같이 한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간혹 흥분하는 경향도 있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동료들의 흥분을 말리고 벤치클리어링을 진정시키는 등 한국식 문화에도 완벽하게 적응했다. 염 감독은 “한국형으로 적응을 했다. 아주 좋은 쪽으로 했다. 잘못된 한국형으로 적응하면 혜택을 누리려고 한다. 그런데 누리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정말 모범적인 팀원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오스틴의 성품에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2년 연속 성공도 기대를 모은다. 리그에서 가장 큰 구장을 쓰는 LG라 그런지, LG 구단 외국인 타자 역사상 장타율 0.500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몇 명이 없다. 지난해 오스틴을 비롯, 2020년 로베르트 라모스(.592), 2009년 로베르트 페타지니(.575), 2016년 루이스 히메네스(.526)가 그 몇 안 되는 사례다. 그런데 2년 연속 이 기록을 달성한 선수는 없었다.
라모스는 2020년 38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장타율 0.592를 기록했지만 이듬해 부상과 부진으로 고전하더니 결국 퇴출의 비운을 맛봤다. 한국에 올 때 이미 나이가 많았던 페타지니는 2008년 장타율 0.532, 2009년 0.575를 기록했으나 2008년은 68경기 성적으로 규정타석과 거리가 있었다. 히메네스 또한 역시 규정타석으로 2년 연속 장타율 0.500을 넘기지는 못했다. 오스틴이 LG 외국인 타자 역사 페이지에 당당히 이름을 남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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