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선수들 국가 제창 거부하자… 국영TV 화면 돌려 중계 중단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이란 축구 국가대표팀이 자국의 반정부 시위대와의 연대를 위해 경기 시작 전 국가를 부르지 않았다. 이들이 굳은 표정으로 침묵을 지키자 이란 국영TV는 화면을 돌려 생중계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이란 대표팀은 21일(현지시각)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잉글랜드와 B조 조별예선 1차전을 치렀다. 경기 시작에 앞서 나란히 한 줄로 선 이란 선수들은 국가가 연주되던 순간,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볼 뿐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보통 국제 경기에서 국가가 나올 때 이란 선수들은 가슴에 오른손을 얹고 국가를 부르지만, 이번에는 어깨동무를 한 채 침묵했다.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자리한 관중들도 마찬가지였다.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았고 오히려 야유를 보내며 당국에 항의했다. 곳곳에서 페르시아어로 ‘자유’를 뜻하는 “아자디, 아자디” 함성도 울려 퍼졌다. 중계 카메라에는 ‘여성, 생명, 자유’라고 쓴 플래카드를 든 관중의 모습과 머리카락을 스카프로 가린 한 여성의 울먹이는 얼굴이 잡히기도 했다.
선수들의 이같은 행동에 이란 국영TV는 경기 생중계를 잠시 중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매체들은 “기술적인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장면을 의도적으로 방송에 내보내지 않은 것이라고 추측했다. AP통신도 “이란 국영TV는 선수들 얼굴을 비추는 대신 경기장 전경으로 화면을 돌렸다”고 보도했다.
선수들이 국가 제창을 거부한 건 자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 때문이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20대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사건 이후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날로 격화하는 시위에 당국은 강경 진압에 나서고 있고 이 과정에서 10~20대 다수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란 대표팀 주장이자 수비수인 에산 하즈사피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시위대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히며 “조국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대표팀은 그들을 지지하고 함께 아파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며 “우리의 모든 능력은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레버쿠젠 소속 간판 공격수 사르다르 아즈문도 지난 9월 소셜미디어에 “대표팀 규칙 때문에 침묵했지만 더 이상 조용히 있을 수 없다. 쫓아내려면 쫓아내라”며 “이란 여성을 구할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 사람을 쉽게 죽이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이란 여성 만세”라는 글을 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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