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상품권 상위 매출 20곳 중 12곳이 '대구'…6곳은 부정유통 의혹
전국 온누리상품권 매출액 상위 20곳 중 대구 점포가 12곳으로 이중 절반인 6곳이 부정유통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소진공)은 의혹 업체를 대상으로 상품권 환전을 중단하는 한편 자체 조사를 거쳐 이르면 다음주 중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31일 대구 달서시장의 한 농산물 업체. 이곳은 올해 지류 온누리상품권으로만 13억6천700만원의 매출을 올려 전국 6위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간판만 그대로 붙은 채 근처 김밥집의 창고가 됐다. 가게 안은 각종 농산물 대신 분식집에 쓰이는 일회용 그릇과 탕 용기와 뚜껑이 담긴 박스로 가득했다.
이곳 옆자리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젊은 남자가 사장이라고 왔는데 장사하는 걸 단 한 번도 못봤다. 가게 앞이 워낙 더러워 연락하면 와서 청소만 해주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간판에 적힌 연락처를 통해 연락이 닿은 해당 업체 대표는 한참을 울었다. 그는 소진공 측에 소명을 했고 현재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라며 본지 취재 요청을 거부한 채 전화를 끊었다.
이날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대전 동구)이 소진공으로부터 제출받은 '2024년 온누리상품권 가맹점포 월 평균 매출액' 자료에 따르면 상위 20곳 중 12곳이 대구에 있었다.
앞서 대구 북구 팔달신시장 상인이 본인과 가족 명의로 점포 3곳을 운영하며 전문 브로커 지시에 따라 온누리상품권 900억원가량을 부정유통했다고 폭로한 데 이어, 대구능금시장, 달서구 달서시장, 서구 신평리시장 점포들도 잇따라 부정유통 정황이 포착됐다.
이들은 각각 전국 온누리상품권 월 평균 매출액 기준 4위, 6위, 7위를 기록하고 있다. 전국 매출액 1~7위 중 대구 업체가 6곳이나 되는 셈이다. 소진공에 따르면 4위 업체 14억8천700만원, 6위 업체 13억6천700만원, 7위 업체 12억5천300만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에 대한 처벌수위가 지나치게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5년 동안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액은 539억원에 달했지만 과태료 규모는 피해액에 한참 못 미치는 6억8천만원이었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등에 따르면 실제 물품 판매 없이, 또는 실제 매출금액 이상의 상품권을 거래할 경우 내려지는 과태료 처분이 최대 2천만원에 불과해서다.
소진공은 전국 매출 1~7위 중 대구 업체 6곳에 대해 상품권 환전을 중지하는 한편 현장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매출 20위 안에 포함된 나머지 대구 업체 6곳에 대해서는 아직 부정유통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진공 측은 부정유통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과태료 처분과는 별도로 형사 처벌을 위해 경찰에 보조금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이르면 다음주 중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입장이다.
소진공 관계자는 "부정유통 의혹 업체들에 대해 가맹 취소를 논의하고 있다"며 "경찰 조사 결과 혐의가 인정되면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두나 기자 dun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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