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도 걱정하는 삼전 파업 [이슈&뷰]

김현일 2026. 4. 2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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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술경쟁 속 작년 R&D 37조
노조 요구 성과급 45조 ‘배보다 배꼽’
日언론 “노사분쟁 삼성 시장지위 영향”
삼전 파업, 한국경제에 치명적 분석도
인수합병·차세대기술 개발 주력 주문

“칩 가격 변동과 한국 세수 감소는 물론 장기 투자 계획까지 훼손할 수 있다”

대만 디지타임스가 24일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총파업에 대해 보도하면서 지적한 글이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 경제 특성상 파업은 치명적”이라고도 경고했다.

삼성전자 노조가 23일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평택사업장 일대에서 성과급 투쟁 결의대회를 강행한 데 이어 다음달 21일 총파업 계획을 재확인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창사 이래 두 번째 파업이 현실화되면 단순히 반도체 공급망의 훼손을 넘어 한국 경제에 커다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계와 외신에서는 특히 연구개발비보다 임직원 성과급에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할 것을 주장하는 노조를 향해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간의 첨단 기술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차세대 기술투자를 게을리하고 당장의 임직원 보상에 더 많은 돈을 쏟아붓는 것은 사실상 미래 성장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급여가 아닌 성과급 때문에 노조가 생산 차질을 유발하면서까지 파업에 나서는 것을 두고 ‘과도한 쟁의행위’라는 비판도 나온다.

노조의 요구대로 올해 삼성전자의 예상 연간 영업이익 270조원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경우 그 규모는 40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연간 영업이익 300조원 돌파 가능성도 제기돼 성과급은 4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노조의 주장대로라면 연구개발비보다 임직원 성과급 보상에 더 많은 돈을 쏟아붓는 유례없는 상황이 초래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최근 5년간(2021~2025년) 연구개발에 총 148조원을 투입했다. 연 평균 약 30조원 수준이다. 작년에는 연간으로 역대 최대인 37조700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한파’로 업황이 곤두박질친 시기에도 미래 투자만큼은 멈추지 않았다. 반도체 미세화의 핵심 설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평택사업장 5라인(P5) 건설에도 투자를 이어갔다.

최근 2년간 반도체 사업이 고전하는 상황에서도 차세대 연구단지를 구축하는 등 눈 앞의 이익보다는 미래를 위한 투자로 중장기 성장 기반을 다지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올 1분기 거둔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 57조원 역시 이 같은 선제적 투자에 따른 결실로 평가된다. 57조원 중 약 54조~55조원이 반도체 사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AI 반도체 주도권 확보를 위해 시설투자 및 연구개발 투자를 전년보다 대폭 늘어난 연간 110조원 이상을 집행할 계획이다. 역대 최대의 미래 투자로 첨단 기술 확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단기적 보상을 주장하는 노조의 주장을 수용할 경우 자칫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 닛케이아시아는 이날 “삼성전자 노사 분쟁이 시장 지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최근의 강력한 성과는 회사의 기술력보다는 전반적인 AI 붐 덕분’이라고 지적한 애널리스트의 발언을 소개했다.

다른 외신들은 반도체 공급망과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로이터는 “노조 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AI 데이터 센터와 자동차, 스마트폰 등 전 산업 분야에서 공급 병목 현상이 심화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노조의 성과급 주장은 지나치게 과도하다”, “해당 재원은 반도체 설계 분야의 의미 있는 인수합병(M&A)이나 다음 세대를 위한 기술 투자에 사용돼야 한다”는 삼성전자 일반 주주들의 시각을 조명했다.

기본 임금이 아닌 성과급 지급 기준을 두고 임금 교섭에서 변경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모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이익은 미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투자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며 “파업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과 국가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만큼 그 명분을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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