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향한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까맣게 몰랐습니다. 미국이 중국·북한·러시아처럼 우리나라를 ‘민감국가’로 지정했는데요. 우리 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2개월 넘도록 전혀 몰랐죠.
이번 민감국가 지정이 1월 초에 결정됐음에도, 우리 정부가 이를 정확히 파악한 시점은 3월 중순 언론 보도가 나온 이후였는데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졌을까. 여러분도 알다시피 비상계엄 선포 후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모두 탄핵 절차에 들어가면서 행정부의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부재했습니다.
물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됐지만, 여러 부처가 외교·안보 라인에서 유기적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지적됩니다.
탄핵정국에 따른 리더십 공백이 발생한 건데요.
여기에 부처 간 입장도 다릅니다. 외교부는 “에너지부 소관 업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무”라고, 산업부는 “핵비확산·안보 문제는 외교부가 맡아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가 구청에 전화하면, 전화 돌리는 일이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벌어지고 있던 거죠.
결국 일이 터지고서야 범정부 차원에서 대응책을 찾고 있는데요.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미스터동이 알아봤습니다.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을
왜 민감국가로 지정했나
이번 사안이 알려지자 “우리도 북한, 이란, 러시아 같은 나라와 똑같이 분류된 거냐”며 강한 우려가 나왔습니다.
실제로 ‘민감국가’는 미국 에너지부가 테러 지원, 핵 보유, 지역 불안정 요인 등이 있는 나라들을 대상으로 지정하는데요.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1월 초 우리나라를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CL)에서 최하위 단계에 포함시켰습니다. 한국 같은 핵심 동맹국이 새로 추가된 전례는 드물죠.
- △국가안보 △핵 비확산 △지역 불안정 △국가 경제 안보 위협 △테러 지원 가능성 등을 살펴본 뒤 에너지부가 자체 판단을 내려 리스트 갱신.
- 기존에는 중국, 북한, 러시아, 이란, 인도, 파키스탄 등 포함.
- 우리나라는 지난 1월 초순 민감국가 리스트에 추가, 발효 시점은 오는 4월 15일로 예고.
이렇게 되자 야권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참사라며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여권에서 핵무장론 제기된 것을 지적하면서 “이런 상황들이 대한민국 국가 체제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 같은 국내 정치 불안이 미국의 불신을 키워 민감국가 지정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니까 국민의힘에서 제기된 핵무장론과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고 본 겁니다(물론 민주당에서도 핵 무장론 혹은 핵 잠재력 확보를 주장해 온 바 있습니다).
하지만 여당에서는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책임론을 내밀었습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친중 반미 노선의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국정을 장악한 게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바이든 정부가 우리나라를 민감국가로 지정할 당시, 우리는 탄핵 정국 속에 있었는데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핵무장론 때문이라며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은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들 뿐”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여권에서는 야당의 줄탄핵 시도로 인한 국정 혼란이 초래한 결과라고 보는 겁니다.
이렇게 보면, 정치권은 책임을 상호 전가하고 있죠.
여러분, 사실은 왜 우리나라가 민감국가로 지정됐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아낼 수 없습니다.
미스터동아! 미국에 물어보면 되잖아, 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민감국가 지정은 바이든 정부 말에 이뤄져, 지금으로서는 정확히 알아내기 어렵죠.
어쨌든 계엄과 줄탄핵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우리나라가 민감국가로 지정됐을 것이라는 지적이 가장 설득력을 얻었는데요.
왜냐면 민감국가에 미국의 우방국인 이스라엘, 인도·태평양 지역의 우방인 대만도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우방국이긴 하지만 외교·안보적으로 불안한 나라로 꼽히죠.
특히 우리나라는 과거에도 에너지부 민감국가 리스트에 올랐다가 1994년 해제된 전례가 있는데요. 당시 1980~90년대 박정희 정권 당시 추진되었던 독자 핵개발 시도나 1979년 12·12 군사반란, 1980년 5·18 민주화항쟁 등 정치적 격변 때문에 한국이 민감국가로 분류됐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18일 우리 외교부가 정치권에서 지적했던 원인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의 보안 문제 때문”이라고 밝혔는데요.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추진한다거나 비상계엄 사태처럼 국내 정치가 혼란스러워서 지정된 것이 아니라,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서 보안규정 위반 사례가 여럿 적발된 것이 원인이라고 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 무단 반출 사건이죠.
한국이 미 의회 보고서에
언급된 이유
가장 먼저 알려진 내용은 미국 에너지부 감사관실이 미 의회에 제출한 2023년도 상반기 보고서입니다.
2023년 10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즉 반년 동안 적발된 주요 9건 사건 중 맨 위에 한국 관련 사건이 적시돼 있었는데요.
미국 아이다호 국립연구소에서 일하던 한 계약직 직원이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를 담은 자료를 갖고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적발됐다는 겁니다.
이 소프트웨어는 수출통제 대상이자 연구소에서 자체 개발한 특허 정보라, 함부로 해외로 반출할 수 없는 건데요.
감사관실은 해당 직원이 해당 자료가 수출통제 대상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지적하며, 이메일·메신저 대화에서 외국 정부와 접촉한 흔적까지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엔 “외국 정부가 어디인지 명시돼 있지 않지만 한국 정부일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돼 있죠. 결국 해당 직원은 해고됐고, 현재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수사국의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바로 이 사건으로, 우리나라가 민감국가로 지정된 배경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데요.
미국 에너지부는 공식적으로 구체적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외교부는 ‘기술 보호’ 차원에서 이러한 사고 사례가 쌓인 것이 결정적 요인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마무리
미 에너지부는 “지정되더라도 새로운 추가 제한은 없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국책 연구·산업 협력 전반에서 절차가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연구원이 미 국립연구소 시설을 방문하거나 공동 연구에 참여할 때, 사전에 더 까다로운 내부 검토를 거쳐야 할 수 있습니다.
정보 유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협력 속도가 줄어들거나 인력 교류가 제한될 수 있죠.
특히 외교적 신뢰도 문제도 거론됩니다. 우리나라가 북한, 이란, 러시아 등과 같은 리스트에 오른 상태가 장기화되면, 미국 내 의회나 보수 인사들이 한국을 ‘불안정 동맹’으로 볼 빌미가 됩니다.
이는 앞으로 한·미 간 무역, 국방, 경제 협력을 논의할 때 걸림돌로 작용할 여지로 작용할 수 있죠.
이에 이번 사태의 발효 시점인 4월 15일 전에 해결해야 하는데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해 미 에너지부 장관과 면담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방미 일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단순히 미국 측 우려 불식을 통해 민감국가 명단에서 해제될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시간이 충분치 않습니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소추돼 직무가 정지됐고, 그나마 ‘미국통’으로 꼽혔던 한덕수 국무총리마저도 탄핵소추로 역시 직무가 정지돼 있습니다.
이때 민주당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두고 최상목 대행(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예고하고 있는데요. 미국 측과 테이블에 앉아 논의할 리더가 없는 상황입니다.
또 한·미 정상 간 핵심 의제로 바로 다뤄지기에는, 이미 미국 내부 절차가 상당 부분 진행되어 있어 외교적 설득에 난항이 예상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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