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이라도 좋다” 유리몸 낙인에 맞서는 김도영의 싸움

[민상현의 풀카운트] "그 관심이 나를 뛰게 한다." 팬들의 응원에 기대는 MVP의 절박한 부활 의지

사진- KIA 타이거즈

2024년 11월, 광주의 젊은 슈퍼스타 김도영(22·KIA 타이거즈)은 한 장의 SNS 글로 팬들 앞에 다시 섰다.

“걱정이나 위로보다는, 욕이라도 좋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짧은 문장이었다.

그러나 그 문장에는 한 해를 송두리째 잃은 청춘의 절치부심이 묻어 있었다.

김도영 SNS

김도영에게 2025년은 '시련의 해'였다.

지난해 KBO리그를 호령했던 ‘괴물 3루수’, 리그 최연소 30홈런-30도루를 완성하며 MVP를 거머쥔 그에게는, 새로운 시대의 상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5억 원, 400% 인상된 연봉은 KBO 4년차 최고액이었다.

KIA 팬들은 “도영킹 시대”의 개막을 확신했다. 그러나 시즌 첫 경기, 김도영의 다리가 그 모든 기대를 산산이 부쉈다.

3월 22일, 광주 개막전. 3루를 향해 달리던 김도영은 갑자기 왼쪽 허벅지를 움켜쥐었다. 진단은 ‘햄스트링 1도 손상’. 누구도 심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5월 복귀전에서 그는 다시, 이번엔 오른쪽 햄스트링을 붙잡았다. 재발이었다. 그리고 8월 복귀 3경기 만에 왼쪽 근육이 또다시 찢어졌다.

단 4개월 동안 세 번의 햄스트링 부상. 리그 최고의 스타는 순식간에 ‘유리몸’이라는 잔혹한 낙인을 받았다.

이범호 감독의 한 마디는 상징적이었다.

“김도영이 도루 한두 개를 성공하는 것보다, 안 다치는 게 팀에 더 도움이 된다.”

그러나 감독의 그 경고는 공교롭게도 부상 하루 전날 나왔다. 팬들의 비판은 거셌다. 왜 무리했느냐, 왜 준비가 부족했느냐?

하지만 김도영은 입을 닫았다. SNS를 닫고, 야구장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 침묵 끝에, 11월의 메시지가 있었다.

“올 시즌은 제게 짧고도 긴 시즌이었습니다.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팬분들의 응원 덕분에 또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짧지만 절실한 고백이었다.

KIA는 김도영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그의 부재 속에서 내야진은 흔들렸고, 전년도 통합 우승팀은 8위로 추락했다.

1996년 두산(당시 OB 베어스) 이후, 우승팀이 다음 해 8위로 내려앉은 건 두 번째였다.

김도영의 WAR(케이비리포트 기준)은 1.24에 그쳤지만, 30경기라는 제한된 출장 수를 감안하면 여전히 ‘클래스’는 증명됐다.

타율 0.309, OPS 0.943.그가 완주만 했다면, KIA의 순위표는 분명 달랐을 것이다.

부상 이후 김도영은 ‘몸 만들기’를 다시 배우고 있다.

그가 말한 “영리한 몸”은 단순한 체력 보강이 아니다.햄스트링은 야구선수의 숙명적 부위다. 달리고, 멈추고, 다시 터질 듯 가속하는 순간마다 위험은 도사린다.

김도영은 지금 좌우 근육의 불균형을 교정하고, 부하 시 체중 이동의 각도를 재설정하고 있다. 힘보다 효율, 속도보다 안전. 그것이 2026년형 김도영의 핵심 키워드다.

의료진은 그의 회복 속도를 긍정적으로 본다.

KIA 구단 관계자는 “김도영은 지금 통증이 전혀 없다. 재활 프로그램을 100% 소화하고 있다”며 “내년 스프링캠프에는 완전한 몸으로 합류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도영의 부활은 KIA의 재건과 맞닿아 있다.

유격수 박찬호의 FA 이탈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구단은 김도영을 중심으로 내야진을 다시 짜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KBO가 기다리는 것도 같다. 리그는 지금 젊은 슈퍼스타의 존재를 갈망한다. 김도영, 문보경, 노시환, 김영웅… 20대 초반의 3루수 라인은 리그의 미래다.

하지만 김도영이 건강하지 않다면, 그 미래는 균열난다.

2026년 3월, 김도영은 다시 달릴 것이다.그의 목표는 단 하나 — ‘완주’.그리고 그는 다시 말할 것이다.

“욕이라도 좋다. 그 관심이 나를 뛰게 만든다.”

2024년, 김도영은 별처럼 빛났다.2025년, 그는 부서졌다.

이제 2026년, 김도영은 다시 일어서려 한다. 야구는, 쓰러진 자가 다시 일어설 때 더 아름답다.

글/구성: 민상현 전문기자, 김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