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러시아 시장을 호령하던 현대차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이, 이제는 단돈 14만 원에 팔린 뒤 수천억 원짜리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려 하고 있다.
전쟁과 제재로 얼룩진 국제 정세 속에서, 현대차는 2025년 12월 31일까지 바이백 권리를 행사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 공장은 단순한 생산 거점이 아니라,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쌓아온 신뢰와 전략의 결정체였다.
다시 되찾으려면 막대한 비용과 국제 여론의 역풍을 감수해야 하지만, 손을 떼면 그 자리는 중국이 대신 차지하게 된다. 현대차는 지금, 생존과 자존심 사이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에 직면했다.
14만 원에 넘긴 공장이 수천억 원으로 되돌아왔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현대차가 러시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던 시절, 푸틴 총리가 직접 준공식에 참석할 만큼 상징적인 시설이었다.
그러나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함께, 국제 제재가 강화되자 현대차는 공장을 고작 1만 루블, 한화로 약 14만 원에 현지 기업에 매각했다.
당시에는 ‘2년 후 재매입 가능’이라는 바이백 조항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그 사이 공장을 놀리지 않았다.
현지 기업 AGR이 기존 설비를 활용해 유사한 차량을 생산하고, 심지어 중국차를 위탁 생산하는 공장으로 바꿔놓으며 현대차의 복귀 여지를 점점 줄이고 있다.
러시아의 ‘몽니’, 협상력 떨어진 현대차

러시아는 현대차의 공장을 철저히 ‘전리품’처럼 활용하고 있다.
AGR은 현대차의 과거 모델 이름이던 ‘솔라리스’를 그대로 상표 등록해 사용 중이며, 이 이름으로 유사한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브랜드 자산 침해는 물론, 현대차의 시장 복귀 자체를 방해하는 전략적 수다.
또한, 공장 재매입을 원한다면 2년간의 설비 유지비, 가동 비용 등을 포함한 ‘총액 청구서’를 제출하겠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현대차가 공장을 버리고 나간 것은 자유였지만, 돌아오려는 길은 이미 러시아의 계산으로 가득 차 있다.
재진출 vs 철수, 양쪽 모두 뼈아픈 선택지

현대차의 선택은 둘뿐이다. 첫째는, 수천억 원을 감수하고 다시 공장을 되찾아 러시아 시장에 재진출하는 길.
하지만 이는 전쟁 중인 국가에 자본을 투입하는 행위로, 국제 사회의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둘째는, 공장을 포기하고 철수하는 것. 그러나 이는 수십 년 쌓아온 브랜드 자산을 중국에 헌납하는 것과 다름없다.
실제로 중국 광저우자동차가 해당 공장에서 자사 차량을 생산하며, 현대차가 구축해놓은 생산 인프라를 활용하고 있다.
현대차의 결정은, 단순한 ‘매입 여부’가 아니다

현대차는 여전히 러시아에 자사 상표권 30여 개를 유지하며 재진출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이는 단순히 공장을 되살릴지 말지가 아닌, 현대차의 글로벌 전략이 흔들릴 수 있는 중대한 결정이다.
과거엔 영광의 상징이었던 공장이, 지금은 국제 분쟁과 경제 논리, 정치적 계산이 얽힌 복잡한 존재가 됐다. 바이백 시한은 한 달 반 남았다.
현대차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이 선택은 향후 10년간 그룹 전체의 방향성을 결정지을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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