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급 SUV 시장에서 GV80으로 대표되는 제네시스의 질주가 무섭다. 그러나 일본의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는 침묵 속에 준비해 온 카드가 있었다. 바로 하이브리드다. 렉서스 RX350h Luxury(9,870만 원)는 하이브리드의 강점을 앞세워 GV80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RX350h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연비다. 2.5L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공인 연비 13.6km/L를 자랑한다. 실제 도심에서는 20km/L 이상, 고속도로에서는 15~17km/L기록한다. 이는 GV80 2.5 터보(7.7~9.3km/L)보다 50% 가량 높은 수치다.

RX350h는 일반 서스펜션을 사용하면서도 놀라운 승차감을 구현했다. 특히 21인치 대형 휠을 장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드러운 주행감을 유지한다. GV80과 비교해도 승차감에서 우위를 보인다. GV80은 뒷좌석에서 좌우 흔들림이 발생하고 진동이 많이 전달되는 반면, RX350h는 안정적인 주행감을 선사한다. 방지턱이나 노면 요철을 지날 때도 충격이 실내로 전해지는 것이 최소화되어 고급스러운 주행 경험을 제공한다.

RX350h의 또 다른 강점은 뒷좌석의 편의성이다. 휠베이스(2,850mm)가 경쟁 모델보다 짧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레그룸은 넉넉하다. 특히 뒷좌석 리클라이닝 기능이 탁월해 거의 누울 수 있을 정도로 젖혀진다. 승객의 얼굴이 필러에 가릴 정도의 각도는 경쟁 모델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뒷좌석에는 열선과 통풍 시트, 독립 공조 장치까지 갖춰 의전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트렁크 공간도 4개 이상의 골프백이 들어갈 만큼 넉넉하다.

RX350h의 정숙성은 동급 최고 수준이다. 측정 결과 약 60dBA 수준으로 일반 승용차와 비슷하지만, 체감상으로는 이보다 훨씬 조용하게 느껴진다. 특히 저속 주행 시 전기 모터만으로 움직일 때의 고요함은 전기차에 버금간다. 엔진과 모터 간 전환이 매우 자연스러워 그 순간을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다. 창문을 열고 닫을 때의 소음 차이가 확연해 차음 성능도 뛰어나다.

RX350h의 시스템 총출력은 249마력으로, 0~100km/h 가속 시간은 8.2초다. 이는 동급 가솔린 6기통 SUV보다는 다소 느리지만, 일상 주행에서는 충분한 수준이다. 전기 모터의 즉각적인 토크 덕분에 출발과 추월 시 반응은 오히려 경쾌하다. 코너링 성능은 약간의 언더스티어 성향을 보이지만, 일상적인 주행 환경에서는 충분한 안정감을 제공한다. 주행 보조 시스템은 다소 보수적이나 안전에 초점을 맞춘 세팅이 특징이다.

RX350h는 과시적인 파워보다 실용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 이상적인 모델이다. GV80과 비교했을 때 승차감, 연비, 정숙성, 뒷좌석 편의성에서 우위를 보이며, GV80은 가속 성능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장점이 있다. 렉서스 RX 라인업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RX450h+와 고성능 모델인 RX500h도 있지만, 일상 실용성과 효율성 측면에서는 RX350h가 가장 균형 잡힌 선택이다. 가솔린 모델의 연비 부담과 전기차의 불편함 사이에서 완벽한 균형을 찾은 하이브리드의 진가를 보여주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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