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말린 멸치를 올리는 인스타 계정이 있다!?

아침밥을 사랑해서

새벽처럼 일찍 일어나서 고양이 밥을 챙겨준다. 그리고 인간 밥(내 밥)도 챙긴다. 30여 년간 아침잠을 선택했던 인간이 하루아침에 눈 뜨면 아침밥을 찾게 된 건 순전히 배고파서다. 저녁 7시 이후 금식은 나를 이렇게 바꿨다. 몸이 무거워져서 몸무게를 재봤더니 팬데믹 이후 4킬로그램이 쪘다. 2⁓3킬로그램에는 꿈쩍 않고 근육이 늘어서 그렇다고 방어해왔지만 4킬로는 다르게 느껴졌다. 4킬로가 쉬우면 5킬로, 6킬로도 쉽다. 심지어 근육량이 아니라 체지방으로 실하게 찐 살이라 비상등이 울렸다.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저녁밥부터 줄였다. 운동량은 이미 충분한 터라 바꿔야 하는 건 식단, 하나밖에 없었다. 저녁밥, 간식까지 먹어도 유산소 한 시간이면 살이 술술 빠지던 때도 있었는데 지난날을 되돌아봐야 뼈만 아플 뿐이었다. 

저녁은 고단백 저지방 식품 약간, 간식은 금지. 단, 점심밥은 양껏 먹기. 실행 하루 만에 룰 하나가 추가됐다. 아침밥은 더 양껏 먹기. 밤 10시부터 어찌나 배가 고픈지 잔뜩 예민해진 손으로 세상의 온갖 맛집을 검색했다. 첫날에는 김밥이 너무 먹고 싶어서 눈물이 났고 내가 김밥집을 차리면 어떤 김밥을 시그니처 메뉴로 삼을지 고민하다 잠들었다. 이튿날 동네에서 소문난 김밥집에 달려가 시그니처인 유부김밥을 먹고서야 해갈됐다. 그날 밤 은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고 싶어서 눈물이 났다. 그 다음 날은 치킨이, 다다음 날은 맥주가… 먹고 싶은 음식은 매일 화수분처럼 샘솟고 곤약젤리 팩을 물고 서러운 마음으로 누워 아침을 기다린다. 아침 7시가 되면 정성껏 밥을 차려 먹고 저녁 7시가 되면 서러워 지는 인생을 살고 있다. 별수 있나, 일단 빼야지. 목표 체중을 달성하면 스 시 오마카세를 먹으러 갈 테니까. 

글, 사진. 양수복

매일의 멸치

‘니보시(にぼし)’, 일본어로 ‘말린 멸치’라는 뜻이다. 외국어 공부와는 거리가 먼 내가 이 단어를 찾아보게 된 것은 인스 타그램 계정, ‘@niboshism(니보시즘)’ 덕분이다. 니보시즘은 하루에서 이틀 간격으로 말린 멸치 사진을 올린다. 언뜻 비 슷한 크기와 색깔의 말린 생선들이다. 피드를 스크롤하면 마치 멸치 박물관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일본어 사전은 니보시를 이렇게 설명한다. “작은 물고기를 삶아 말린 것으로, 주로 국물 재 료로 사용된다. 말린 그대로, 또는 볶아서 먹을 수 있다. 멸치로 만든 것이 가장 일반적이지 만 정어리, 눈퉁멸, 전갱이, 고등어 등을 재료로 한 것도 있다.” 많이 들어는 봤지만 정작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는 생물들이 궁금해져, 백과사전을 넘기는 기분으로 구글링을 한다. 

멸치 하면 떠오르는 크기와 모양이 대부분이지만, 생김새는 조금씩 다르다. 그러고 보니 니보시즘에서 업데이트하는 멸치도 자세히 보면 제각각이다. 꼬리지느러미 의 뻗은 정도나 아가미의 크기, 몸 전체가 띠는 빛깔, 새우처럼 굽은 등부터 직선의 몸통까지. 마냥 스크롤을 내리다가 새삼 멸치 하나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계정을 만든 사람 은 라멘이나 미소시루 등 요리의 국물맛을 위해 ‘다시백’ 속에 뭉쳐져 있다가 쏟아진 멸치 들을 목격이라도 한 걸까? 니보시즘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말린 멸치를 주제로 하는 모자나 옷, 스티커 등의 굿 즈가 판매되고 있다. 판매 물건 중 ‘빅 토트백’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Caught boiled and dried.’ 멸치를 인스타그램에 올린 의도를 파악하려고 하다가 마음을 접었다. 누군가 매일 멸치를 삶아서 말리듯, 그저 매일의 멸치 사진을 보고 관찰하는 게 내가 할 일인 것 같 아서다. 그러다 다른 멸치보다 큰 생선이나 특이하게 굽은 멸치가 보이면 신기해하면 된 다. 한데 모여 ‘니보시’로 불리던 멸치를 낱개로 들여다보기 시작한 계정 주인처럼 말이다.

글. 황소연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분명 이럴 것 같고. 특별할 거 없는 나날에 나를 두근거리게 하는 어떤 것, 그나마 나를 즐겁게 하는 무언가를 소개하자고 만든 코너인 데 다른 기자들과는 달리 매번 쓸 게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에디터 K씨이다. 그러다 보니 마**리에서 산 신상 식재료를 소개하거나, 냄비나 식품 용기 따위에 대한 재미없는 글이나 쓰게 된다.

이번 호에는 또 무엇을 쓸 것인가! 두둥! 범람하는 연애 매칭 프로그램, 매일 같이 쏟아져나오는 드라마와 OTT 시리즈, 자극적인 스낵 영상이 넘쳐나는 유튜브. 그 무 엇도 나를 즐겁게 하질 못하는 이 무미건조한 현실에서 이번엔 무엇을 소개할까! 그렇게 아무것도 소개하지 못하고 분량을 채웠다고 한다…는 다행히 아니고. 이번 주 나를 오슬로의 오후 빛으로 데려다놓은 것은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이다. 이 영화의 로그라인을 짧게 설명하긴 어렵다. 막 서른이 되는 한 여자가 두 명의 남자와 연애하고 그 과정에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휘둘리기도 하다가, 결국은 자기 자신을 찾아 가는 영화라고밖엔. 요아킴 트리에 감독은 주인공 율리에를 맡은 레나테 레인스베와의 대 화를 통해 대본을 써내려갔고 그래서 이 영화에는 감독의 목소리를 담은 남성의 대사, 20 대 후반부터 30대 초반 여성의 복잡한 심경을 담은 대사가 날것 그대로 담겨 있다. 주인공 이 이곳저곳으로 움직여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생기는 사건과 자극, 어떤 곳을 지나가는 풍 경과 대화를 담는 것이 영화라면 나는 최근 이보다 더 영화적인 영화를 만난 적이 없다. 

글. 김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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