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진을 보라. 유튜버 침착맨 회사 직원 한명이 평양냉면 가격을 두고 “2500원이 적당하다”고 했더니,평랭 매니아들이 몰려와서 ‘맛알못’이라고 난리가 났다.

그럼에도 요 직원은 이후 영상에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고 평랭 적정가가 7000원이라고 주장했다. 보통 평양냉면 한 그릇에 1만5000원 정도니까, 절반 정도로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거다.

안 그래도 유난히 더운 올해 여름, 벌써부터 유명 냉면집 앞은 대기줄로 북적이고, 냉면값도 천정부지도 치솟는 중이다. 누구는 걸레 빤 물 맛이라고 혹평하는 이 냉면, 왜 비싼걸까? 유튜브 댓글로 “도대체 평양냉면은 왜 이리 비싼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근데 요즘 평양냉면 가격, 진짜 장난 아니긴 하다. 우선 서울 중구 필동면옥 냉면 한 그릇은 1만5000원. 지난해 1만4000원에서 1000원 올랐다.

서울 마포구 을밀대와 중구 우래옥 냉면은 1만6000원, 을지면옥도 1만5000원이다. 송파구 봉피양도 1만6000원, 중구 평양면옥도 1만5000원 선. 담합이라도 한 듯이 다들 1만5000원 정도였다.

신기한게, 면요리 중에 유독 냉면만 이렇다. 한국소비자원 통계를 찾아 봤는데, 올해 서울 지역 냉면 1인분 평균 가격은 1만2000원 정도였다. 근데 짜장면은 7500원, 칼국수는 9400원 가량에 그쳤다. 냉면이 다른 면요리 보다 훨씬 비싼 것이다.

첫째, 원자재 값 상승?
[냉면 전문점 직원(음성대역)]
요새 물가가 엄청 올랐잖아요. 냉면 재료 값도 뛰고, 육수 만드는 데 드는 비용도 덩달아 상승하니까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어요. 손님들 입맛 맞추려면 그만큼 투자를 더 해야 되는데⋯

평양냉면 원재료의 두 기둥은 바로 면을 뽑을 때 쓰는 메밀과 육수를 우리는 데 사용하는 고기다. 근데 국내산 메밀을 쓰는 평양냉면집은 별로 없고, 주로 중국산이나 몽골산, 미국산을 쓴다. 국내산 메밀이 비싸기 때문.

근데 농산물유통종합정보시스템을 확인해보니까 요새 메밀 중도매 가격은 1㎏당 3285원이다.1년 전보다 9% 가량 저렴한 거다.그러니까 면을 만드는 원자재 값이 뛰었다는 건 말이 좀 안된다.

그럼 국물 내는 비용이 올랐나? 음식점마다 좀 다르지만, 대체로 유명 평랭집들은 국내산 한우 사태나 양지 혹은 육우, 오스트레일리아산이나 미국산 쇠고기, 국내산 돼지고기, 닭고기, 사골, 잡뼈 등을 써서 국물을 우리고 있다.

고기 종류 배합은 식당 마다 다르고, 그게 각자 비결이다. 유명 냉면집은 주로 한우를 쓰는데,국물 맛이 좀 더 깊다고 한다.

근데 현재 한우는 공급과잉 상태다. 지난 3월 평균 한우 도매가격은 지육 ㎏당 1만7053원으로, 2021년 평균(2만1169원)보다 19% 하락했다.

한우 도매가격은 2021년 정점을 찍은 뒤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그러니까 치솟는 냉면값의 배경을 두고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이라고 하기는 좀 애매한 거다.

[서울 시내 한 대학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A씨(음성대역)]
사실 원재료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주요 평양냉면 집들이 랜드마크 같은 동네에 있잖아요. 그런 부동산 가격 같은 다른 문제 때문에 가격을 올리는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둘째, 인건비. 냉면을 만드는 원자재 값이 오르지 않더라도, 한 그릇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노력이 어마어마 하다는 것. 냉면 육수는 고기 선별, 핏물 제거, 육수 제조, 수육 분리, 간 맞추기 등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면도 비슷한데, 평양냉면 가게 대부분은 제분·반죽·숙성·제면 등을 거쳐 직접 면을 만든다. 까다로운 평냉족의 입맛을 맞추려면 그만큼의 노력을 해야하는데, 한 그릇의 냉면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인건비가 그만큼 높아진다는 얘기가 된다. 일각에선 평랭 원가는 4000원 정도인데, 나머지 1만원 가량은 다 인건비라는 얘기도 있다.

셋째, 평랭 식당들이 대놓고 담합을 하는 건 아니지만, 가격을 비슷하게 맞추려 하는 분위기가 있다. 우래옥과 필동면옥, 을밀대 등 노포 식당들이 가격을 조정하면 모두가 따라가는 현상이 벌어진다.

그러니까 아무리 가격을 올려도, 평랭집 앞에 늘어선 줄은 더 길어지니까 굳이 가격을 내릴 필요 자체가 없는 거다. 평양냉면의 슴슴하지만 깊은 맛을 찾는 충성 고객층이 많다보니, 굳이 유명 식당들이 소비자의 눈치를 안 보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평랭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을 훈계하는 ‘면스플레인’ 같은 용어가 유행하는 걸 보면 평랭의 인기가 참 대단한 것 같다. 근데 또 손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돈값에 비해 서비스 등이 좀 아쉽다는 분위기도 많다. 손님이 워낙 많다보니 유명 평랭집은 응대가 매우 불친절하다는 것.

그러니 유명 평랭 음식점들도 가격만 올릴게 아니라,비싼 냉면 값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