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애플 소식을 늘 빠르게 전해드리려 노력하는 이주형입니다. 애플이 드디어 애플 인텔리전스의 한국어 지원을 시작합니다. 바로 이번 주부터 배포하고 있는 iOS/iPadOS 18.4, 그리고 macOS 15.4부터 가능해요. 저는 업데이트 전부터 베타 버전을 한 달 동안 사용해 봤습니다.
먼저 애플 인텔리전스가 뭔지, 지난해 6월에 있었던 이벤트에서 복기해 보도록 할까요? 애플 인텔리전스는 애플 기기 전반으로 동작하는 다양한 인공지능 기능들을 하나로 묶은 종합 세트입니다. 독립적인 서비스인 챗GPT 등과 다르게 운영체제에 통합되어 있어서 전반적인 기기 경험에 AI 기능을 녹여낼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이번에 한국어로 풀리는 기능으로는 알림 요약 기능과 글쓰기 도구, 챗GPT 지원 기능, 그리고 시각 지능 기능이 있죠.
알림 요약 기능은 말 그대로 쌓인 알림들을 하나로 요약해 주는 기능입니다. 주로 메신저 앱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데요. 혹은 매우 길게 온 문자도 일명 ‘한 줄 요약’을 해줍니다. 해외에서 알림 요약이 처음 서비스되기 시작할 때 이에 대한 정확도에 대해 많은 얘기들이 있었지만, 베타 기간 동안 이 기능을 사용해 보면서 딱히 정확도로 인해 불편한 점을 느낀 점은 없었습니다. 특히 알림 요약이 유용했던 것은 긴 안내 문자나 광고 문자를 한 줄로 요약해 주는 것이었는데요. 알림만 대충 봐도 문자 전체를 읽어봐야 하는지, 그냥 무시해도 되는 것인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점이 좋았어요.
iOS 18.4에는 ‘최우선 알림’ 기능도 추가됩니다. 이 기능은 iOS가 사용자가 자주 사용하는 앱을 파악하고 해당 앱에서 중요한 알림을 선별해서 먼저 보여주는 기능인데요. 앱이 지원한다면 같은 앱에서도 중요한 알림을 구분해서 보여주는 것도 가능해요. 예를 들면, 당근마켓 앱에서 여러분이 판매하려는 물품을 찜했다는 알림은 보여주지 않아도, 누군가가 채팅으로 말을 걸어오는 알림은 표시해 주는 것이죠. 이 최우선 알림은 사용자가 앱 별로 수동으로 켜고 끌 수 있는 옵션도 있어서 입맛에 맞출 수도 있습니다.
좀 많이 친근(?)한 것 같네요.
애플 인텔리전스의 두 번째 기능은 바로 글쓰기 도구입니다. 이 기능은 다른 AI 도구에서도 많이 보셨을 겁니다. 이미 쓴 글을 교정하거나 원하는 톤으로 재작성할 수도 있고, 요약할 수도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역시나 시스템 레벨에서 적용돼서 애플 기본 앱은 물론 모든 텍스트 입력창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저는 많이 사용해보진 않았지만, 업무 이메일이나 이력서 등을 쓰면서 도움을 받기 좋은 도구가 될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바로 챗GPT 기능입니다. 챗GPT가 시리와 글쓰기 도구에 전반적으로 통합되어 있는데, 이게 생각보다 꽤 유용합니다. 시리가 똑똑하지 않다는 건 이젠 애플도 알지 않나 싶은데, 시리에게 무언가를 물어볼 때 시리가 바로 대답하지 못할 것 같으면 바로 챗GPT한테 이를 넘겨서 시리가 좀 더 똑똑해졌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게 잘 안된다 싶으면 아예 “챗GPT한테 물어봐줘”라고 말하면 바로 챗GPT가 답해주기도 합니다.
글쓰기 도구에서도 챗GPT를 활용할 수 있는데요, 기존의 글쓰기 도구가 이미 쓴 글을 기반으로 수정을 해주는 거라면, 챗GPT는 아예 처음부터 글을 생성할 수도 있습니다. 글쓰기 도구를 통해 챗GPT 이미지 생성도 가능해서 요즘 화제라는 이미지 생성 기능도 여기서 활용할 수 있어요.
마지막 기능은 바로 시각 지능입니다. 아이폰 16과 16 프로에서는 카메라 컨트롤을 길게 누르면, 그리고 아이폰 16e와 15 프로에서는 동작 버튼에 맵핑하거나 제어 센터에 바로가기를 놓아서 동작시킬 수 있는데요. 구글 렌즈와 비슷하게 주변에 있는 것들을 확인하고 장소 인식이나 일정 인식 등의 기능을 할 수 있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유용하게 활용했던 건 일본에 갔을 때 표지판에 비춰서 빠르게 번역을 실행하는 것이었습니다. 시각 지능과 챗GPT를 연계해 내가 보고 있는 것에 대해서 챗GPT에게 물어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아직 지원되지 않는 기능들도 많습니다. 먼저, 이미지 생성 기능들(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 이미지 마술봉, 젠모지 등)은 이번 한국어 지원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기기 속의 정보를 통해 맥락을 이해하고 거대 언어 모델(LLM)을 도입해 더욱 똑똑해지는 차세대 시리 역시 개발이 지연되어 도입이 다음 OS 버전으로 넘어간 상황입니다.
애플 인텔리전스의 기능들을 면면히 뜯어보면 OS와 통합되었기에 가능한 알림 요약 기능들을 제외하면 다 어디선가에서 사실 많이 본 기능들일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애플 인텔리전스의 실체가 실망스럽다는 의견도 많고요. 물론, 이중 태반은 기존에 했던 약속을 못 지킨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애플 인텔리전스가 내가 아이폰을 사용하는 방식을 바꾸냐?라고 물으면 그건 물음표이기 때문이죠.
지원되는 기기에 상당한 제한이 있는 것도 걸림돌입니다. 특히 아이폰이 가장 심각한데요, 바로 직전 세대인 아이폰 15 기본형도 애플 인텔리전스를 구동하지 못합니다. 사용자의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대부분의 AI 연산을 기기 내에서 처리해야 하는 데서 오는 부작용인 셈인데, 그럼에도 (비록 서버에서 처리하긴 하지만) 옆동네 스마트폰들은 구형 기기들까지 지원을 확대하고 있는 걸 보면 많이 아쉽긴 합니다. 아이패드는 M1 이후의 아이패드 프로와 에어, 그리고 A17 프로를 탑재한 최신 아이패드 미니를 지원하고, 그나마 맥은 사정이 나아서 애플 실리콘만 탑재하고 있으면 애플 인텔리전스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애플 인텔리전스가 무쓸모냐?라고 물으시면 꼭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소소하게 도움이 되는 부분은 있거든요. 특히 알림 요약은 정말 간단한 개념이고, 틀릴 때도 있지만, 제가 오랜만에 아이폰을 켜면 어떤 것부터 우선적으로 해야 할지 결정하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시각 지능 기능도 여행 다닐 때 유용하게 사용했고요. (다만 그건 애플 인텔리전스 그 자체 덕분이라고 하긴 애매하지만요) 하지만 확실한 건, 아직 애플 인텔리전스는 갈 길이 멀다는 것입니다. 진짜 아이폰 사용자들의 삶을 변화시키려면 좀 더 기능들이 발전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과연 애플이 이번 6월 WWDC에서 어떤 기능들을 선보일지, 조금은 기대가 됩니다. 걱정도 앞서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