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알려줌] <양치기> (A Good Boy, 2024)

'수현'(손수현)은 6개월 뒤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이자, 4년 차 초등학교 교사다.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며 주말에는 보육원 교육 봉사를 갈 정도로 아이들에게 애정이 많던 '수현'의 일상은 '요한'(오한결)의 거짓말로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한다.
낡고 더러운 옷차림, 또래에 비해 성숙한 외모를 가진 '요한'은 속내를 알 수 없는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미혼모로 술집을 전전하며 생활비를 버는 엄마 '지숙'(금해나)과 어리숙한 '지숙'의 남자친구 '종호'(김윤배)의 가정폭력에 고통받는, 정에 굶주린 아이였다.
몸도 마음도 허기진 '요한'은 다정한 담임 '수현'에게 엄마처럼 기대려 하지만, 정도가 과한 탓에 거부당하자 절망한다.
'요한'은 고통의 삶에서 탈출하기 위해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수현'에게 폭행을 당했다면서, '지숙'에게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한 것.
이에 따라 '수현'은 학교 아이들, 교장 진급을 앞둔 교감 '명준'(김학선)을 비롯한 동료 교사, 심지어 남자친구와 엄마 '은숙'(김금순)에게 마저 순차적으로 멀어지고, 상황은 점차 절망적으로 바뀐다.
누명을 벗기 위해 거짓말을 남기고 사라진 '요한'을 찾으려 동분서주하지만, 진실에 점차 다가갈수록 드러나는 '요한'의 실체에 '수현'은 경악한다.
2022년 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부문 초청작, <양치기>는 손경원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손 감독은 "2018년, 대학 졸업 단편영화의 시나리오를 준비할 무렵"에 이야기를 기획하게 됐다고. 손 감독은 "당시 여러 아동 학대 사건이 크게 이슈화되며 사회가 떠들썩했었다"라면서, "분노와 연민이 만연했지만, 잠시일 뿐, 얼마 뒤 비슷한 일들이 다시 반복됐다. 이에 무력감을 느끼고, 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라고 전했다.

손경원 감독은 이분법적으로 나눠왔던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를 허무는 영화가 되고 싶었다면서, 이를 위해 인물의 관계가 시시각각 전복되는 것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손 감독은 "저마다 복잡한 문제들을 껴안고 있는 시대, 누군가를 비난하는 일은 아주 단순해졌다. 새로이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하루아침에 그 대상이 바뀌어도, 무지했던 자신을 탓하는 이는 드물다. 그저 가해자를 질타하고, 피해자를 연민하는 일이 반복되고 또 반복된다. 이 끝없는 도돌이표 속에서 우리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이 영화는 서로에게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어른과 아이의 이야기"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사회 속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지에 대한 감독의 고민이 담겨있는 <양치기>는 '아이'의 거짓말이 망가뜨리는 '어른'의 삶과 그 거짓말의 이유가 '어른'들의 폭력임을 이야기한다.
손경원 감독은 가정에서 소외된 아버지가 딸에게 강압적으로 대했던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는 이야기를 담은 단편 <가족사진>(2017년)을 시작으로, 상대적인 소외감을 마음 한편에 숨기고 살아가는 장애인 형제의 이야기를 담은 <36.5>(2019년), 교사의 억울함을 통해 인간의 잠재적인 광기와 분노를 그린 <방과 후>(2020년)를 연출했다.
<방과 후>를 장편화한 <양치기>까지, 손경원 감독은 인간의 복잡하면서 감추고 싶은 내면을 깊이 있게 탐구했음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을 연출해 왔다.

그러면서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구분하려 하는 관객들에게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며, 그 안의 폭력, 그리고 폭력에 엮인 인간의 잠재된 내면에 주목해야 함을 이야기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하지만 불편하여 들춰보기 피하는 것들을 관객들이 직면하게 함으로써 더욱 비극을 드러내는 영화가 됐다.
한편, <양치기>는 <힘찬이는 자라서>(2022년)로 48회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을 받은 바 있는 손수현의 '수현' 연기와 지창욱, 서강준, 남궁민, 변우석 등의 아역을 통해 매력적인 마스크를 보여줬으며 최근엔 연극 <바닷마을 다이어리>에 '후타' 역으로도 무대에서 맹활약한 오한결의 '요한' 연기가 또 다른 관람 포인트가 됐다.
손수현은 "영화의 대부분이 극한의 감정이어서 '즐거웠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 과정을 잘 꿰매어 가는 순간이 즐거웠다"라면서, "'수현'은 보편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상황 속에서 억울할지언정 모든 걸 깨끗이 용서할 수 있는 인물일 수는 없는 지점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서 "이 시나리오에 대해 원칙적인 시선을 거둬내기 위해 많이 노력했던 것 같다. 억울한 상황에 놓인 개인이 성인이 될 수 없는 건 아주 보편적이다. 그렇기에 '수현'은 보편적이고 실제의 나는 조금 위선적이었다는 걸 분리해 나가면서, '수현'과 가까워졌다"라고 전했다.
"단순히 불쌍하고 안타까운 아이인 줄 알았는데 시나리오를 읽을수록 이 아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해 연기해 보고 싶었다"는 오한결은 "'요한'은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어 하는 아이였기 때문에 그 심리적인 부분을 무표정, 허무함, 분노로 보여주려고 많은 신경을 썼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아이의 거짓말('요한'의 거짓말)은 결과적으로는 선생님의 삶을 무너뜨리는 아주 나쁜 결과가 있었지만, 어린아이들이 하는 거짓말에는 진실을 호소하는 큰 간절함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라면서 완성된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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