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 “K콘텐츠 인력·인프라 뒷받침돼야 세계시장 장악력 커져” [세계초대석]
1억弗 늘 때마다 소비재 수출 1.8배↑
생산 유발 효과도 5억1000만弗 추산
국내 업계 90% 이상 중소·영세 업체
예산 늘어야 경쟁력 확보 지원 가능
해외진출 ‘원스톱 지원 거점’도 확충
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이 지난 8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K콘텐츠의 현주소와 함께 세계적 위상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 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제문 기자 |
당연히 콘진원을 이끄는 조현래 원장도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국장 등을 역임한 뒤 2021년 9월 취임한 조 원장은 무엇보다 현장 목소리를 중시한다. 콘진원이 K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해서다. 국내 콘텐츠 업계의 90% 이상이 직원 10명 미만의 연매출 10억원 이하인 중소·영세 업체인 것과 무관치 않다. 다만 콘진원의 현재 역량만으론 한계가 있다. 콘텐츠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지원 인력과 인프라, 예산이 못 따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조 원장은 “국내에서 우리 기업끼리 싸우는 거라면 이대로 둬도 되지만 대한민국 자체가 큰 콘텐츠 기업으로서 세계 시장에서 싸우려면 국내 콘텐츠산업 전체 기반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려면 양질의 콘텐츠 인력 양성과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인 만큼 관련 예산이 충분히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콘텐츠산업은 크게 기획, 투자, 제작, 마케팅, 유통 5단계로 이뤄지는데 단계마다 전문 인력과 인프라(하드·소프트웨어), 예산이 제대로 갖춰져야 K콘텐츠의 세계 시장 장악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CKL기업지원센터에서 조 원장을 만나 구체적인 얘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K콘텐츠 인기 요인과 경쟁력이 궁금하다.
“국내 콘텐츠산업 매출액은 2019년 126조7000억원에서 지난해(예측) 144조4000억원으로, 수출액은 같은 기간 102억5000만달러(약 13조3500억원)에서 135억8000만달러(17조6800억원, 예측)로 각각 약 14%, 32%나 늘었다. 지난해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표한 ‘K콘텐츠 수출의 경제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K콘텐츠 수출이 1억달러 증가할 때마다 화장품, 가공식품, 의류, 정보기술(IT) 기기 등 소비재 수출은 1억8000만달러(1.8배) 증가했다. 또 K콘텐츠를 1억달러 수출할 때 생산 유발 효과는 총 5억1000만달러로 추산되는 등 전후방 연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외국인들이 한국 콘텐츠를 즐기고 좋아하면서 한국 제품을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 사람과 문화에도 매력을 느껴 한국에 (유학하거나) 관광하러 오는 등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가 어마어마하다.”
―콘텐츠 인력 양성과 인프라 구축을 비롯해 콘텐츠 기획부터 유통까지 단계마다 잘 뒷받침하려면 많은 예산이 필요할 것 같다.
“콘진원 예산이 지난해 5470억원에서 올해 800억원 이상 증액된 건 고무적이지만 여전히 많이 부족한 편이다. 콘텐츠 7개 장르만 해도 방송·영상 쪽이 지난해 약 421억원에서 1190억원으로 급증했을 뿐 나머지는 예산이 대폭 줄거나 소폭 느는 데 그쳤다. 콘텐츠는 국가 간 경계가 희미하다. 콘텐츠만 좋으면 어디든 바로 세계 시장으로 나갈 수 있다. 다시 말해 한국 콘텐츠산업은 (실시간으로) 세계 시장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필요한 인력과 인프라, 자금이 뒤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아주 괜찮은 우리 소설이 해외 출판 시장으로 나가려면 그 나라 언어로 번역이 잘돼야 한다. 단순히 글만 그대로 번역하는 게 아니라 그 나라 문화(와 독자 취향)에 맞게끔 다시 창작하듯이 번역해서 내놓아야 한다. 그러려면(그렇게 제대로 번역하려면 합당한) 돈을 들여야 하지 않나.”
―콘텐츠산업 관련 예산이 부족해 생기는 안타까운 점이라면.
“(콘텐츠 업계 참여자들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예컨대 어떤 사람(기업)의 돈이 A에서 B로 옮겨가면 매출이 발생하고 수익도 생기게 된다. 누가 도둑질을 해도 돈이 이동하는 건 같다. 하지만 매출이 발생한 건 아니다. 오히려 도둑을 막고 돈을 지키기 위한 비용이 더 들어간다. 이처럼 콘텐츠 창작자나 업체가 불법 다운로드와 같이 도둑질당할 고민을 하지 않고 안전하게 작업하고 유통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산업 생태계도 더 건강해질 수 있다.”
―K콘텐츠 위상에 금이 가고 위기가 올 수도 있나. 어떤 요인이 있을까.
“콘텐츠 이용자들은 아류를 안 좋아하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와 시도가 필요하고 내용과 형식 면에서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 특히 그런 콘텐츠가 정말 많아야 한다. 이용자가 취향대로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널려 있기 때문이다. 결국 콘텐츠 경쟁은 이용자의 시간을 뺏는 싸움인데 지금 K콘텐츠가 그들을 계속 붙잡아 놓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가에 대해 물음표가 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홍콩 누아르 영화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는데 지금은 어떤가. 우리(K콘텐츠)도 ‘지금 시스템대로 잘 가고 있으니 이렇게 계속 가자’ 하는 순간 한방에 훅 갈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업계에선 한류 지속과 콘텐츠 수출 지속을 위해 크게 네 가지 요구를 하고 있다. 첫째, 진출 대상 나라의 법제와 수입·행정 절차, 문화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를 필요로 한다. 그 나라 ‘키맨’이 누구인지도 알고 싶고. 둘째, 앞에 얘기했지만 수출 시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나라의 문화(와 기호)에 맞게 콘텐츠를 손질해야 하는 부담까지 떠안길 꺼린다. 업체들이 그런 부담을 떨치고 덤벼들 수 있도록 과감하게 지원해줘야 한다. 셋째, 현지인들이 K콘텐츠를 체험하며 즐길 기회를 제공하는 등 현지 홍보 활동 강화 방안 마련이다. 넷째, 중소·영세 업체 대부분 해외 네트워크가 마땅치 않아 현지 시장을 뚫을 엄두도 못 내는 만큼 콘진원이 해외 지사 역할을 해달라고 한다. 콘진원은 결국 업계가 요구하고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 콘텐츠 해외 진출을 위한 원스톱 지원 거점(해외 비즈니스센터)을 기존 9개국 10개소에서 올해 5곳(미국 뉴욕, 영국 런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멕시코 멕시코시티, 인도 뉴델리) 추가해 13개국 15개소로 늘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27년까지 50개소로 확충할 계획이다.”
대담=송용준 문화체육부장, 정리=이강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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