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 전월세 급등에 매입임대 6만6000호 공급
2년 동안 수도권에 9만호 풀기로

정부는 22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부동산 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내년까지 2년간 수도권에 총 9만 가구의 비아파트 매입 임대 물량을 공급하기로 했다. 특히 전세난이 극심한 서울과 경기 12개 규제 지역에 전체의 73%인 6만6000가구를 집중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과거 2년 공급량(3만6000가구)의 1.8배 규모다. 아파트보다 공사 기간이 짧은 빌라나 오피스텔 물량을 풀어 공급 절벽의 틈새를 메우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대책은 최근 열흘 사이 세 번째 공급 대책이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부활 이후 매물 잠김이 심화되고, 증시 폭등으로 풀린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면서 매매·전세·월세가 일제히 치솟는 ‘트리플 강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 부총리는 이날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 폭이 2주 연속 확대됐고 매물이 큰 폭으로 감소 후 정체된 상황”이라며 “상대적으로 공급 속도가 빠른 비아파트를 활용해 가시적인 단기 공급 효과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공급 대책과 함께 부동산 탈세, 집값 띄우기 등 시장 질서 교란 행위에 대한 특별 단속을 강조하며 “시장 질서를 흩뜨리는 행위는 단 한 건도 묵과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날 정부 발표의 핵심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신축 매입 임대를 확대하고, 민간 사업자의 자금 부담을 낮춰 조기 착공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현재의 전월세 난과 공급 부족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임대차 2법 도입 이후 계약 갱신 요구권을 소진한 2만4000여 세입자가 다음 달부터 시장에 나올 예정이어서 2021년 ‘전세 대란’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아파트 이어 빌라값 오르자… 열흘새 3번째 공급 대책
정부가 22일 내놓은 대책은 매입 임대 속도전이다. 이를 위해 민간 사업자의 자금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 등을 통해 사업 속도를 높이고 규제 지역 내 최소 매입 기준을 서울은 기존 19가구, 경기는 50가구 이상에서 모두 10가구로 낮추기로 했다. 건물 단위가 아니라 부분 매입 방식도 허용해 미분양 리스크를 줄이고 공급 속도도 높인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비아파트 시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전세 사기 우려를 공공 매입 임대 사업이 해결함으로써, 현재 전월세난에 대한 단기 처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단기 전월세난 해소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다”라는 평가다. 이번 대책은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9·7 대책에 이미 포함된 내용이다. 이번에 공급 속도를 강조하며 물량을 일부 늘리고 자금 지원을 확대했지만, 공급 물량 상당수가 원룸·투룸 위주로 이뤄지면서 실제 가족 단위 수요와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12일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낀 집’ 거래 한시 허용 대책을 냈고, 15일에는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착공 시기를 1년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내놓은 매입 임대를 포함해 불과 열흘 사이에 세 번이나 공급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그만큼 서울·수도권 주택 시장이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방증이다.

◇서울 아파트값 2주 연속 급등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전세 수급 지수는 이달 셋째 주 115.5로, 2021년 3월 둘째 주(116.8) 이후 약 5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100을 넘으면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민간 기관인 KB부동산의 서울 주간 전세 수급 지수도 이달 둘째 주 182.7로, 2021년 8월 첫째 주(184.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21년 3~8월은 임대차 2법(계약 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의 후폭풍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였다.
전세 공급 부족은 전셋값 급등세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5월 셋째 주 주간 조사 결과, 서울 전셋값은 0.29% 오르면서 2015년 11월 둘째 주(0.31%) 후 10년 6개월 만의 최고 상승 폭을 기록했다. 월간 기준으로는 지난달 서울 전셋값 지수는 한 달 새 0.66% 상승해 전국 평균(0.31%)의 두 배를 넘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4.63% 올라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경기도 전셋값도 한 달 새 0.45% 올랐다. 서울과 경기 모두 아파트 전셋값이 폭증해 빌라 매수세를 압박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전세 수급 상황은 악화
전세 수급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신규 아파트 공급이 급감한 데다 이미 갱신청구권을 써버린 서울 2만4000여 가구가 다음 달부터 새 전셋집을 찾아 나서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2일 본지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 6월~2025년 5월 서울에서 체결된 전세 계약갱신요구권 사용 계약은 총 2만4498건이었다. 자치구 별로는 강남구(2525건)와 송파구(2224건)에서 갱신 계약이 가장 많았고, 최근 매매·전세·월세 모두 동반 강세를 보이는 노원구(1565건), 강서구(1479건), 양천구(1421건), 서초구(1370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일반적인 전세 계약 기간(2년)을 고려하면 보증금 상승률을 5% 이내로 제한한 최대 2만4000여 가구가 앞으로 1년 내에 보증금을 수억원 올려주거나 새집을 찾아 길거리로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이들은 전셋값이 폭락했던 2022~2023년 역전세난 시기에 저렴하게 계약을 맺은 뒤 갱신권으로 가격을 묶어둔 터라, 4년 만에 폭등한 현재 전세 시장의 가격 충격을 고스란히 맞닥뜨려야 한다. 이들이 새 보금자리를 찾아 나서면 중저가 외곽 지역까지 도미노처럼 전세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대책은 시장에 강력한 공급 의지를 보인 것”이라면서도 “2년간 6만6000가구 규모는 서울·수도권 전체 임대차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전셋값을 안정시킬 물량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매입 임대
LH·SH 등 공기업이 기존 주택을 사거나 민간 사업자가 신축한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주택을 매입해 시세의 30~40% 수준으로 공급하는 임대주택. 청년·신혼부부·신생아 가구, 저소득층 등이 주요 입주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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