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해외에서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될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 된 바다 생물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 생물을 괴물이라고 칭했는데요. 이 괴물의 정체는 공포 영화의 단골 소재로 나오는 거대한 상어도, 상상 속 바다 괴물 크라켄도, 생김새가 살벌한 심해 생물도 아닌 꽃게였습니다. 얼마 전 이탈리아가 꽃게 때문에 초토화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이미 이탈리아 베네토 주에서는 비상사태가 선포되었고 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상사태를 국가 단위로 선포해달라고 호소할 정도로 정말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합니다. 겨우 꽃게 때문에 국가 비상사태가 거론되다니, 도대체 꽃게가 무슨 문제를 일으킨 건지 궁금증이 마구 솟아났을텐데요. 이유를 알고 나면 험한 기분이 드실 겁니다. 꽃게 때문에 비상사태가 선포된 이유, 꽃게의 수가 너무 많아져서 입니다.

그런데 이탈리아에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꽃게가 이탈리아 바다의 온갖 어패류를 먹어 치우는 바람에 이탈리아 양식 업자와 어민들이 폐업 위기까지 몰렸다고 합니다. 소식을 접한 한국인들은 부러우면서도 답답했습니다. 한국인들은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입니다. 과거 한국에게 꽃게를 해결해 달라며 sos를 요청한 나라가 있었는데요. 지금 그 나라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꽃게로 골머리를 앓는 나라는 이탈리아 뿐만이 아닙니다. 튀니지 역시 갑자기 늘어난 꽃게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었는데요. 튀니지는 북아프리카 마그레브에 있는 국가로 농수산업이 발달한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조업만 나가면 나오라는 물고기는 안 나오고 꽃게가 줄줄이 달려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튀니지 바다는 꽃게 서식지가 아니기 때문에 꽃게를 볼 수가 없었습니다.

갑자기 등장한 꽃게에 어찌 대응 할 틈도 없이 여우 2, 3년 만에 번식력이 뛰어난 꽃게로 인해 튀니지 바다는 초토화되게 되었습니다. 어느새 딸려 나오는 꽃게의 양은 튀니지 조업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고 어민들의 생계마저 위협 받게 되었습니다. 수산업은 튀니지의 중요 산업인데 갑자기 나타난 꽃게에 이렇게 방해를 받고 있으니 분노한 튀니지 어민들은 꽃게를 '재해'라고 칭하며 '크랩다에시'라고 불렀습니다.
꽃게 때문에 평생 해왔던 업을 포기하는 어민들도 속출하게 되자 꽃게는 튀니지의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는데요. 어민들은 정부에게 당장 꽃게 사태를 해결해달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었던 튀니지 정부는 시민들에게 구입 보조금까지 주며 꽃게를 먹어서 없앨 것을 권장했으나 튀니지인들은 꽃게를 먹을 줄 몰라 돈을 아무리 줘도 안 사갔습니다. 원래 튀니지의 바다는 꽃게가 서식하는 곳이 아니다 보니 튀니지에서는 꽃게를 먹는 방법이 발달하지 않았던 것이죠.

결국 튀니지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꽃게가 나오는 족족 잡아서 폐기하는 것이었습니다. 튀니지의 이런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나라가 있었으니, 바로 대한민국이었습니다. 한국은 꽃게가 입이 아닌 쓰레기 통으로 직행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국에서 꽃게는 어떤 존재인가요? 없어서 못 먹는 귀하신 몸입니다. 그만큼 한국에서는 게를 정말 많이 먹고 한국에는 다양한 게 요리가 존재하죠. 간장게장, 양념게장, 해물찜, 꽃게탕 등 게가 메인인 요리도 있고 그냥 된장과 라면 등에 맛을 더하는 조수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렇다보니 한국에는 항상 게가 모자랍니다. 그래서 매년 시에서는 몇백만 마리씩 꽃게 종자를 방류합니다. 나라 전체에 뿌려지는 종자를 합하면 그 수가 얼마나 많을지 상상조차 안 가는데요. 이렇게 뿌려대는데도 먹을 게 모자라서 작거나 알을 품은 게는 절대 잡지 말라며 철저하게 꽃게를 보호하고 국민들의 꽃게 니즈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수입까지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꽃게가 너무나 좋은 나라, 꽃게가 지긋지긋한 나라, 두 나라의 운명적인 만남.

2022년 5월 한국대사관과 국립수산과학원이 튀니지와 여러 차례 실무회의를 거쳐 한국과 튀니지 양국 간의 꽃게 협력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지난해 10월 튀니지를 직접 방문하여 넘쳐나는 꽃게를 보면서 한국은 즉시 MOU를 체결하고 양국 간의 협력을 추진하게 됩니다. 튀니지를 괴롭히고 있던 꽃게는 인도양 꽃게와 대서양 꽃게, 한 종류도 아닌 두 종류의 꽃게였는데요. 그리고 한국과 만난 이후 튀니지에서 꽃게는 더 이상 바다의 테러리스트, 쓰레기가 아닌 어민들의 주 수입원으로 떡상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오히려 더 많은 꽃게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까지 했는데요. 과거 튀니지에서는 새끼, 어미 구분 없이 무분별하게 남획하고 있었는데 한국 측은 지속가능성을 감안한 꽃게잡이 방법을 전수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다 사준다고 하니까 씨를 말릴 정도로 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튀니지에서 오랫동안 많이 잡고 수출해줘야 우리나라에서는 맛있는 꽃게를 저렴하게 계속 들여올 수 있으니 이건 양국이 윈윈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리고 튀니지 측은 더 발전시켜 한국과 더 많은 협력을 바라고 있다고 하는데요. 여기서 재미있는 소식 한가지, 국가에서 돈을 준다고 해도 꽃게를 거들떠 보지 않았던 튀니지 사람들이 한국인들이 꽃게에 환장하는 모습을 보고 궁금해서 요리해 먹어봤더니 너무나 맛있어서 따라 먹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꽃게를 왜 싫어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라고 하는데요. 이러다가 우리가 먹을 꽃게가 줄어들까 봐 정말 걱정됩니다.
하지만 아직 넘쳐나는 꽃게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는 나라가 있죠. 앞서 소개했던 이탈리아. 아까운 꽃게가 한 마리라도 더 한국으로 올 수 있도록 얼른 이탈리아와 한국의 꽃게 만남도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특히 이탈리아를 괴롭히고 있는 꽃게는 최근 한국이 쌍수 벌려 환영하는 외래종 꽃게 청게와 비슷한 종이라고 합니다.

몇 년 전 한국에도 튀니지와 이탈리아처럼 처음보는 외래종 꽃게가 유입되어 떠들썩 했었는데요. 그런데 한국이 떠들썩한 이유는 두 나라와 달랐습니다. 이 외래종 꽃게가 너무 맛있어서 난리가 났었습니다. 한국에 유입된 외래종 톱날 꽃게는 킹크랩의 단맛과 꽃게의 감칠맛이 공존해 황홀한 맛이 느껴지는 게라고 하는데요.
해외에서 이 게를 먹어봤던 한국인들은 그 맛을 잊지 못했는데 이게 우리나라에서도 잡힌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두팔벌려 환영을 안 할 수가 없었던 것이죠. 덕분에 세계 어딜 가도 바다를 초토화 시켜왔던 톱날 꽃게가 한국에서는 본격적인 번식을 하기도 전에 멸종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부산에서는 일찍이 톱날꽃게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 포착, 부산 특산물로 박제해버렸는데요. 본격적으로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 부산 청게라고 이름을 지었고 지역 특산물화 계획을 이미 추진 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한국에서는 개체 수가 너무나 적어 비싸다 보니 즐겨 먹을 수가 없는데요. 이런 청게와 비슷한 블루크랩을 300톤이나 폐기한 이탈리아, 제발 한국에다 버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이야기를 준비하다 보니 청게가 너무 먹어보고 싶어서 찾아보니 활게 1KG에 6만9천 원. 이탈리아 제발 골칫덩이 꽃게를 우리 한국에게 주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이번 꽃게 사태를 조사하다 알게된 놀라운 사실, 맛있는 꽃게를 먹지 않는 나라들이 꽤 있었다는 것입니다.

한국인들은 꽃게를 보면 군침이 싹 돌지만 이탈리아나 튀니지처럼 꽃게를 보면 이렇게 험상궂게 생긴 걸 어떻게 먹냐고 생각하는 나라들이 있다는 것이죠. 한국에서는 워낙 오래전부터 식재료로 소비해오다 보니 한국인들의 눈에는 맛필터가 끼여서 꽃게의 모습이 흉악스럽기는커녕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것인데요.
하지만 바다가 없거나 꽃게의 서식지가 아닌 나라에서는 꽃게 자체를 접하기도 어렵고 꽃게가 있더라도 비주얼 때문에 먹지 않는 나라들이 있다고 합니다. 해외에서는 꽃게의 이미지 때문에 꽃게를 소재로 한 공포 영화도 있습니다. 당연히 꽃게가 없거나 안 먹다 보니 꽃게 요리도 흔하지 않은데요. 꽃게, 알고 보니 제2의 골뱅이 같은 존재였습니다. 앞으로도 그 맛은 우리만 알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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