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옷 입은 OK금융 ‘절망의 탑’…'희망의 탑' 노린다

문룡식 기자 2026. 3. 3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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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세 확장 이끈 대부업 잔재 청산…종합금융그룹 도약 박차
17억원 건물, 100억원대 제도권 금융 거점 변신
[사진=네이버 지도 로드뷰]

서울역 교차로를 지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명 '절망의 탑'으로 불리던 꼬마빌딩이 올해 들어 새로운 옷을 입었다. 

고금리 대부업체의 상징과도 같던 건물이 대부업 흔적을 지우고 제도권 금융 거점으로 변모하며 OK금융그룹의 체질 개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역 인근에 위치한 해당 건물은 올해 들어 외벽 간판을 새롭게 단장했다. 과거 2층부터 6층까지 빼곡히 들어섰던 러시앤캐시와 미즈사랑 등 간판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OK금융그룹과 OK캐피탈 등 제도권 금융 계열사들의 명칭이 전면에 배치됐다.

이 건물이 절망의 탑이라는 서글픈 별칭을 얻게 된 데는 독특한 입점 구조가 한몫했다. 1층의 유명 프렌차이즈 카페에서 음료를 구매해 윗층 '던전'으로 올라간다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비유가 전설처럼 회자된 것이다. 

1층 카페에서 '포션'(회복약)을 챙겨 고금리 대출이라는 험난한 사투를 벌이러 간다는 청년층의 자조 섞인 농담은 '영끌'과 '빚투' 잔혹사를 상징하는 공간적 배경이 됐다.

러시앤캐시와 미즈사랑은 각각 OK저축은행과 OK캐피탈에서 운영하는 대출상품 브랜드다. 과거에는 독립된 대부업체였으나, 옛 아프로서비스그룹이 대부업 라이선스를 반납하는 과정에서 브랜드 권리가 계열사로 넘겨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브랜드가 일반적인 금융소비자들에게 비춰지는 인식은 최악에 가깝다. 과거 대부업체 시절 제도권 금융사보다 현저히 높은 금리 구조를 보였던 탓에 금융소비자들에겐 '절대로 가선 안 되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박혔기 때문이다.

결국 1층 카페의 일상성과 윗층 대부업이 갖는 절박함이 극명하게 대비되며 서울역의 기묘한 랜드마크로 남게 된 셈이다.

OK금융은 과거 아프로서비스그룹 시절부터 대부업으로 사세를 키운 기업이다. 2014년 예주·예나래저축은행 인수해 OK저축은행을 출범할 당시 금융당국과 2024년까지 대부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기로 약속했으나, 실제 이행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이 대부업체의 자금조달 창구로 전락하거나 서민금융의 본질을 흐릴 것을 우려해 대부자산 정리를 엄격한 인가 조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OK저축은행은 약속된 시한인 2024년이 지났음에도 대부업을 완전히 정리하지 않다가 지난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에서 계열 대부업체 정보를 고의로 누락해 허위 자료를 제출하고 경영공시에서도 관련 정보를 빼뜨린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결국 금융당국의 강력한 제재가 가해진 뒤인 2025년 초에야 문제가 된 계열사들을 폐업하며 대부업에서 완전 철수했다. 이 과정에서 절망의 탑에서 버티던 대부 브랜드 간판들도 비로소 내려갔다.

이번 간판 교체는 이러한 불명예스러운 과거를 뒤로하고 OK캐피탈 등 제도권 계열사를 전면에 내세우며 실질적인 재배치를 완료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작 절망의 탑 건물 소유권은 OK금융에 없다. 부동산 등기 확인 결과 이 건물은 2009년부터 개인 임대사업자인 김모씨가 소유 중이다. 김모씨는 임대사업에 더해 건물 근방에서 식당도 운영하고 있으며, OK금융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건물 부동산 가치는 OK금융 계열사 입점 기간과 궤를 같이하며 폭등했다. 2009년 당시 약 17억원에 매매가 이뤄졌던 이 건물은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 확충 등 대형 호재에 힘입어 현재 매물 가격이 100억원에 이른다.

OK금융 관계자는 "대부업 철수는 이전에 완료했고, 그동안 유지해왔던 대출 브랜드 간판을 제도권 금융 계열사에 맞춰 교체한 것"이라며 "서울역 인근 교통 요충지라는 좋은 입지 조건을 고려해 장기 임대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