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2025년에는 내/외관 디자인을 변경하고 상품성을 크게 끌어올린 페이스리프트 모델 프로젝트 '주니퍼'가 정식으로 출시됐습니다. 기존에도 롤링 업데이트 방식으로 소소한 변화를 이루어왔지만, 이번 모델은 소비자들이 확실히 체감할 수 있을 만큼 큰 폭으로 변경된 공식 페이스리프트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는데요.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건 확 달라진 인상입니다. 가늘고 긴 LED 라이트 바가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기존의 둥글하고 순둥해 보였던 얼굴이 좀 더 차갑고 기계적인 이미지로 탈바꿈했습니다.
모델 3의 페이스리프트 모델 '하이랜드'가 스포츠카 '로드스터'의 DNA를 이어받았다면 이쪽은 '사이버트럭'의 DNA를 이어받은 듯 SUV에 걸맞은 견고함과 강인함을 강조한 모양새였어요.

뒷모습의 변화 역시 눈에 띄었죠. 테일 램프의 형상을 수정했고 간접 조명 형태로 은은하게 점등되는 수평형 리어램프로 이전에는 없던 고급감까지 더했습니다.
또 번호판 플레이트를 하단으로 내리면서 테일 게이트를 매끈하게 수정해 더욱 깔끔한 분위기로 거듭났죠. 전반적으로 심플함을 강조한 생김새로 앞뒤에 붙은 테슬라 엠블럼까지 빼버린 것은 굳이 로고를 내세우지 않아도 테슬라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그들의 자신감이 느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실내 역시 기존의 레이아웃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언뜻 보면 큰 변화가 없어 보였지만, 크고 작은 디테일을 수정하고 하드웨어를 최신 사양으로 업그레이드해 내실을 다졌습니다. 고품질의 내장재, 앞좌석 통풍 시트, 앰비언트 라이트를 추가하는 등 한국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성품질 요소가 강화된 것도 반가운 변화였어요.
또 뒷좌석 시트에 전동조절 기능이 추가됐고 앞서 선보인 모델들처럼 뒷좌석 승객을 위한 센터 모니터를 설치, 공조장치나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한 것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심플함에 대한 그들의 집착은 시동 버튼을 누르는 행위조차 생략하더니 이제는 칼럼의 버튼 기어레버까지 없애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타시는 분들은 이거 잘 적응하고 계실지 궁금하네요.

배터리 시스템도 달라졌는데요. 중국에서 생산되는 후륜구동 사양은 여전히 LFP 배터리를 품었지만, 용량이 늘어나면서 주행 가능 거리를 40km까지 끌어올렸고, 주력 트림인 롱 레인지 AWD 사양은 효율이 개선돼 더 나은 주행 가능 거리를 제공했습니다. 후륜구동 모델 기준 정지에서 시속 100km까지 6.9초, AWD는 단 4.3초 만에 도달하는 강력한 성능도 여전했고요.

모델 Y는 모델 3의 차체 구조와 주요 부품을 대부분 공유하면서도 SUV를 선호하는 시장의 요구에 발맞춰 좀 더 쾌적한 실내 공간을 확보해 패밀리카의 덕목인 실용성을 갖추는 것에 집중한 모델이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어요. 앞서 세계 전기차 시장을 뒤흔들었던 모델 3의 성과마저 초월하여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켰는데요. 적당한 가격과 넉넉한 성능, 여기에 사실상 본체라고 여겨지는 테슬라의 소프트웨어 파워까지 결합되면서 전기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것은 물론, 지난 2023년과 2024년 연속으로 전 세계에 판매되는 자동차를 모두 통틀어 단일 모델 중 가장 많은 글로벌 판매량을 기록해 자동차 시장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출시된 페이스리프트 모델 '주니퍼' 역시 그 사이 빼어난 경쟁 차들이 등장했음에도 이를 비웃듯 독보적인 상품성으로 무장하고 직전 모델을 뛰어넘는 인기를 누리고 있어요. 편의사양과 승차감 등 직전 모델에서 단점으로 지적받았던 많은 부분들이 눈에 띄게 개선됐고 심지어 판매 가격을 사실상 동결해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면서 좀 더 완벽에 가까운 전기차로 거듭났죠.
특히 페이스리프트 모델임에도 이 정도의 상품성 개선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이마저도 점점 좋아져 나갈 텐데, 아예 세대교체가 이뤄질 다음 모델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등장해 또 소비자들을 놀라게 할지 기대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섭게 느껴집니다.

지금까지 테슬라의 든든한 국밥, 중형 크로스오버 모델 Y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항상 제품보다는 이 회사 자체에 더 관심이 가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IT 기업으로 표방하며 자동차가 아닌 모빌리티 플랫폼을 만드는 회사죠. 애초에 자동차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달랐던 데다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한 만큼 부품업체 등 여러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다 보니 기존 제조사들이 선뜻할 수 없었던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많은 혁신을 이뤄냈죠.
어디를 튈지 모르는 CEO 덕분에 아직도 가슴을 졸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좀 흠이긴 하지만, 어쨌든 불과 십 수년 전만 해도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다며 조롱받던 사기꾼 회사가 기존 자동차 업체들을 레거시로 만들어버렸다는 게 참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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