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처럼 자가진단 뚝딱…요즘 청소년 사이에 유행인 ‘패션우울증’

권선미 기자(arma@mk.co.kr) 2023. 12. 6.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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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슬픈 감정 우울증으로 착각하기 쉬워
관심받으려 SNS에 ‘우울하다’ 글·자해 사진 올려
“자해 콘텐츠, 청소년층에 전염성 주의할 필요”
최근 10대 자해·자살 시도 , 10년새 3배 폭증

최근 초등학생 A군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우울하다”는 글과 함께 자해하는 사진을 올리고 있다. A군이 글과 사진을 올릴 때마다 다른 트위터 이용자들이 위로와 관심의 댓글을 달아준다.

스트레스 받는 청소년
A군은 부모님이 공부하라 잔소리를 하고 자신의 의지와 달리 학원에 다니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온라인에서 ‘우울증 자가진단’을 해보니 ‘우울증 의심’ 단계인 높은 점수가 나와 스스로 우울증이라 진단을 내렸다. 이후 트위터에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자해 사진을 올리면서 사람들의 관심과 위로를 받았고, 그때마다 치유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A군은 “SNS에서 관심 받는 것이 좋고, 습관이 돼 멈추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처럼 최근 SNS상에서 관심을 받으려 일명 ‘패션(가짜)우울증’에 빠지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패션우울증은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를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패션 수단처럼 여기고, 그 관심을 끌기 위해 팔뚝 상처내기 등 자해한 모습을 SNS에 업로드하는 현상에서 비롯된 신조어다.

온라인에 ‘우울증 자가진단’이 유행하면서, 스스로 우울증이라 진단을 내린 청소년들이 자신의 SNS 계정에 우울증에 걸렸다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과 함께 자해 사진을 올리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청소년기에는 자신의 감정을 질병과 혼동하기 쉽다. 슬픔을 우울증으로, 긴장이나 두려움을 불안증으로 착각하고 자신의 감정적 고통을 질병 진단 기준에 맞추는 것이다.

패션우울증의 위험성은 SNS에서 이러한 글에 노출된 사람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우울증 환자는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병원 치료를 받는 반면, 패션우울증은 관심을 끌기 위해 우울하다는 감정에 몰두하면서 그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점점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글과 사진을 올리게 되는데, 이를 보는 사람들도 영향을 받는다.

자해 자살 시도자의 연령 변화 [자료=질병관리청]
실제로 청소년층에서 자해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질병관리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2 손상유형 및 원인 통계’에 따르면, 의도적 손상(자해·자살·폭력·타살 등) 환자 가운데 자해·자살 시도 환자의 비율은 2012년 2.2%에서 2022년 5.1%로 2.3배가량 증가했다. 증가세는 특히 10대와 20대에서 가팔랐다. 10대는 615명에서 1786명으로 190.4%, 20대는 141명에서 2744명으로 163.6%나 늘었다. 10년새 각각 2.9배, 2.6배로 급증했다. 이들이 자해·자살을 시도한 이유는 2012년에는 가족·친구와의 갈등이 27.9%로 가장 많았으나, 2022년에는 정신과적 문제가 44.1%를 차지했다.
자해 자살 손상황자의 시도 이유별 분포 [자료=질병관리청]
SNS나 미디어 등에 나온 자해 콘텐츠를 청소년에게 보고난 뒤 자해를 쉽게 여겨 실제 행동으로 옮기게 만들었다는 전문가 분석도 있다. 지난 5월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이태엽, 융합의학과 김남국 교수팀이 2018년 3월 청소년 대상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자해를 다룬 콘텐츠가 방영된 후 청소년 사이에서 자해로 인한 응급실 방문이 유의미하게 늘었다고 밝혔다.

박종익 강원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은 자가진단과 정신과 진단의 점수 차이가 크고, 정신과에서도 쉽게 진단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정신건강에 관심을 갖는 건 좋지만 우울증은 전문가에게 의뢰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패션우울증을 갖고 있는 청소년 중 자해 정도가 심한 아이들은 정신과 진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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