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신도', 미성년 성착취 사이비 교주 다룬 미국판 '나는 신이다'

아이즈 ize 정명화(칼럼니스트) 2023. 3. 1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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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정명화(칼럼니스트)

사진제공=넷플릭스

"아내들이여, 주께 복종하듯 남편을 섬겨라."

미국의 종교단체 FLDS(Fundamentalist Church of Jesus Christ of Latter-Day Saints)와 성범죄에 대한 유죄를 인정받아 종신형을 선고받은 이 단체의 교주 워런 제프스에 대한 다큐멘터리는 성경의 한 구절과 함께 시작한다. 

'거짓', '가짜'라는 뜻을 가진 사이비 종교는 기본 요건을 구성하지 못하고 비(非) 종교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단체나 집단을 일컬으며 이처럼 변질된 믿음은 범죄로 악용되기 십상이다. 최근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장식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는 이처럼 사이비 종교의 무서움과  피해를 다룬 작품이다. 특히나 여성의 맹목적인 믿음은 사이비 교주로부터 성 착취 대상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미국의 한 종교단체 역시 교주의 요설과 잘못된 지도로 미혹된 이들이 범죄의 희생양이 되며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착한 신도: 기도하고 복종하라(Keep Sweet: Pray and Obey)'는 미국의 종교단체 FLDS의 실상을 다룬 작품이다. 50여분 분량의 총 4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착한 신도'는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범죄 사실을 나열하거나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성들의 자유의지를 향한 용기 있는 선택과 그 이후의 모습을 담은 수작이다. 

사진제공=넷플릭스

FLDS는 1929년 주류 몰몬교(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에서 갈라져 나온 근본주의 분파 중 하나로 몰몬교 초기의 일부다처제를 고수하는 이들로 이뤄진 집단이다. 쇼트크리크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던 중 교주의 도피 생활 이후 텍사스 엘도라도에 막대한 부지를 사들여 자신들만의 사원 '시온'을 짓고 소도시를 형성하기도 했다. 

'착한신도'는 FLDS를 탈퇴한 주요 인물들의 인터뷰와 당시의 영상 기록 등을 위주로 진행된다. 작품의 메인 이미지인 흰 드레스를입은 소녀이기도 한 '얼리사 윌'의 증언을 중심으로 그의 언니, 부모, 워런 제프스의 친형제, 사건을 수사한 탐정, 변호인, 지역신문편집장 등 다양한 인물들의 인터뷰가 수록됐다. 

'3명 이상의 아내를 거느려야 천국에 갈 수 있다', '남자의 지위는 와이프의 수로 결정된다'고 믿는 FLDS에서 결혼을 중매하고 주제할 수 있는 권한은 예언자, 즉 교주 밖에 없다. 몰몬교의 에언자 조지프 스미스의 뒤를 잇는다고 주장한 루론 제프스는 FLDS를 창단했고 스스로 예언자의 자리에 올라 결혼 중매를 창시했다. 신도들은 예언자가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대변하는 절대적 선지자라 믿고 예언자는 신을 대신한다 생각했다. 

24명 이상의 아내를 거느렸던 루론 제프스는 85세에 19세 여성을 23번째 아내로 맞기도 했고 93세에는 20살의 여성과 결혼했다. "루론은 죽지않고 영생한다라고 믿었다"는 이들은 교주의 죽음 이후 그의 아들 워런 제프스를 제2의 예언자로 받들게 됐다. 어렸을때부터 '비호감이었고 잘난척이 심했던' 워런은 62명이나 됐던 루론의 자녀들 중 차기 교주 자리에 오르게 된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워런 제프스는 자신이 죽은 아버지의 영혼을 대신한다며 아버지의 아내들과 결혼을 하는 기행을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아버지대부터 행해온 결혼중매를 통해 공동체를 통제하고 억압하기 시작한다. FLDS 내에서의 여성의 존재는 남자에게 귀속되는 '화폐'의 가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워런 제프스는 일부다처제를 표방하는 이 종교에서 벌어지기 쉬운 성비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남자 신도들을 억제하고 통제하는 한편 공동체 방출을 일삼았다. 아내와 자식을 하루아침에 잃고 공동체에서 쫒겨난 남자들은 그동안 일궈온 삶을 송두리채 박탈당한다. 그리고 쫒겨난 남자들의 아내는 교주에게 충성하는 남성들과 억지로 재혼을 시켰다. 

엄격한 금욕주의 내세운 FLDS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분방한 소녀들은 미성년 결혼의 희생물이 됐다. 16살과 14살에 각각 워런의 지시로 원치 않는 결혼을 한 여성들은 훗날 FLDS에서 도망쳤고, 이중 '얼리사'는 워런을 미성년 법정 강간 혐의로 고소하기에 이른다. 

사진제공=넷플릭스

14살에 어린 신부가 돼 남편의 지속적인 학대를 받았던 얼리사는 "재정이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교회에 맞서다니 너무나 두려웠다"라고 증언한다. 사상 초유의 법정 강간 조력이라는 죄목으로 수배자가 된 워렌 제프스는 도피 기간 동안 세속의 모든 쾌락을 즐기며 호화생활을 지속했고 신도들은 매주 3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몰래 제공하기도 했다.

치밀한 도피에도 불구하고 극적으로 체포된 워런 제프스는 법정에서 혐의에 대한 유죄를 받아 10년형에 처해진다. 그러나 그 이후 그가 텍사스에 만든 시온의 성전에서 12세와 16세 소녀 강간 및 다수의 추악한 성 범죄 증거가 발견되며 텍사스주로부터 기소당해 종신형과 더불어 징역 20년형을 받았다. 70여명의 아내를 거느리고 그중 20여명은 미성년자인 것으로 알려졌던 워런 제프스는 수감됐지만 남은 수천명의 신도들은 아직도 그를 받들며 그의 말을 절대신념으로 섬기고 있다. 

미성년자를 강간하고 화폐처럼 '결혼'이라는 명목으로 거래해온 사이비 교주는 종신형이라는 무거운 죄를 받았다. '착한신도'는 범죄의 추악함을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아닌 피해자들의 인생과 신념을 담담히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사이비 교주를 체포하기 위해 주 정부가 취한 노력들과 사건 이후 자유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여성들의 모습을 비추며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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