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팝스타 핑크팬서리스의 새 앨범 그리고 켄드릭 라마의 피처링을 놓친 이야기

예술 학교를 포기하던 학생이 뉴웨이브 팝의 아이콘이 되어 데뷔 LP ‘Heaven Knows’를 내놓았다.

해당 기사는 i-D의 ‘The New Wave’ 이슈, no. 373, 가을/겨울 2023에서 발췌했습니다. 주문은 여기서.

2021년, i-D는 핑크팬서리스(PinkPantheress)의 인생 첫 번째 인터뷰에 함께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20세 아티스트의 정보를 숨기려던 소속사의 주시 아래 진행됐다. 2년 후 핑크팬서리스는 영국 차트 톱 40을 기록하고, 아이버 노벨로 어워즈 후보에 오르고, ‘바비(Barbie)’ 사운드트랙에 참여했다. 봉쇄 기간 동안 틱톡에서 익명으로 존재하던 시절은 이제 까마득한 일이 됐다.

8월의 찌는 더위 속에 블랙 니트 점퍼에 빈티지 데님 진을 입은 예명 뒤의 어린 소녀가 내 앞에 앉아 있다. 내내 손부채를 쳐야 했던 그와의 대화는 그의 인기를 투명하고 온건하게 드러냈다. 그는 사랑스러운 유머 감각을 가졌고, 그가 크게 웃을 때면 나비 모양의 투스젬이 보였다. 세상을 떠난 하이퍼팝 아이콘 소피(Sophie), 가면을 쓴 신예 홀스걸(horsegiirL), 전직 유튜브 스타 위켄드(The Weeknd)가 그랬던 것처럼, 핑크팬서리스의 음악은 그의 얼굴보다 먼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2022년 헤븐 바이 마크 제이콥스(Heaven by Marc Jacobs) 캠페인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그는 익명의 시기를 보냈다.

그는 사람들이 그의 외모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을 견딜 수 없다고 했다. “내 모습이 괜찮아 보이기 시작한 건 올해였다. 내 이마를 싫어했다.” 그의 이중생활을 하나로 합치는 데는 용기가 필요했다. “한나 몬타나가 낮에는 평범한 학생, 밤에는 스타로 다른 삶을 살았던 것처럼, 내가 핑크팬서리스를 연기한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매일 같은 자신감을 느끼고 싶었다.”

핑크는 그의 가족과 20대 초 소녀의 어설픎을 아우른다. “데이트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누굴 만나려고 애쓰지는 않는다.” 그는 대화 중간중간 휴대폰을 보고 미소를 지었고, 한번은 잠시 멈추고 남자에게 보낼 셀피를 찍기도 했다. 우리 모두 그런 시절을 보내 봤을 거다. 그가 혜성처럼 음악계에 나타나 인기를 누리게 된 것은 꿈같은 일이었다. 그는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곡에 참여했을 “뻔했던” 이야기를 해 줬다. 이때 그는 영화관 데이트를 즐기느라 휴대폰을 무음으로 설정해 뒀고 그렇게 라마의 문자와 스튜디오 세션을 놓쳤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힘들다. 어떤 남자애랑 ‘나이트 크롤러(Nightcrawler)’를 보고 있었다.”

영국 사람들은 모두 다른 문화, 유머, 음악으로 만들어졌다.
우리는 모두 복제될 수 없는 특별한 소리를 갖고 있다.

이전까지 그는 샘플링을 자주 이용했다. 그의 달콤한 목소리와 멜랑콜리한 가사는 쉽게 상처받는 십 대의 속성과 어우러졌다. 핑크팬서리스의 새 앨범 ‘Heaven Knows,’는 기존의 독립적인 것과 상반된 작업 스타일로 완성됐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만 했다. 더 이상 원래 있는 트랙을 빌려 쓸 수 없었다. 사람들과 함께 일할 때가 왔다.” 그의 앨범에 어떤 “메시지”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음악과 가사 면에서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작업이었다. 그는 아티스트가 진실만을 말하기를 요구받는 압박에서 벗어나, 가상의 서사와 세계를 창조해 낸 음악에 관심이 있다. “세계대전을 세 번 겪거나 하지 않는 이상 언젠가 할 얘기가 떨어지게 돼 있다.” ‘Feel Complete’는 알코올 중독자와의 가상 연애를 다루고, ‘Ophelia’는 살해되는 이야기다.

밝은 멜로디를 좋아하는 핑크팬서리스는 이번 앨범에서 그의 본진인 개라지, 정글, 인디 음악으로부터 한 발짝 멀어졌다. 그의 실험정신은 아프로비트 뮤지션이자 동료 커버 스타 레마(Rema)와 협업한 ‘Another Life’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그는 신곡이 이전까지의 음악처럼 침실에 울려 퍼지는 것보다 오픈카에 들려지기를 원했다.

음악의 변화는 인생의 변화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는 학교에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친구들은 그가 ‘닥터 후(Doctor Who)’, ‘해리 포터(Harry Potter)’, TV 시리즈 ‘셜록(Sherlock)’에 열성적인 것을 “성가셔”했다. 이후 여고로 전학한 학교에서 그는 교내 축제를 위해 팝 펑크 밴드를 꾸렸다. 집에서는 케냐 출신 어머니가 비니 맨(Beenie Man), 유비포티(UB40), 그리고 버밍햄에서 활동하는 레게 밴드 뮤지컬 유스(Musical Youth)를 틀었다. MTV부터 케랑(Kerrang)까지 TV의 음악 채널을 넘겨보면서는 좀 더 현대적인 음악을 접했다. 그는 혼자 있을 때면 “이상한 음악”을 듣곤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제인(Zayn)의 ‘Pillow Talk’는 지난 10년 사이 공개된 최고의 팝송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대화를 할수록 핑크팬서리스가 어떤 형식을 갖추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은 분명해졌다. 취향을 아직 확실히 깨닫지 못한 수줍은 뮤지션이었던 그는 신비로움이라는 벽에 의지하곤 했다. 그가 처음으로 공개한 곡은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Off the Wall’을 샘플링해 만든 ‘Just a Waste’였다. 그는 친구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신뢰하지 못해서 곡을 틱톡에 올리게 됐다고 했다. “온라인상 익명의 낯선 사람들만큼 진실한 이들은 없다. 그들이 좋아한다면 이 일을 직업으로 삼아도 되지 않겠나?” 그가 물었다. 핑크팬서리스가 260만 팔로워를 끌어들이고 2,400만 좋아요를 받은 것을 고려하면, 씁쓸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이 세대 곳곳에 있다는 것은 확실한 듯하다. "좋은 음악이란 게 뭔지만은 확실하게 안다.”

2021년, 그 빠른 템포의 음악이 i-D를 사로잡았을 때 핑크팬서리스는 런던예술대(University of the Arts London)에서 수학 중이었다. 뮤지션의 꿈을 이루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것이었지만 그는 금방 흥미를 잃었다. “정말이지 계속할 수 없었다.” ‘Just for Me’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는 법을 배우는 등 학교에서 공부하며 분명 얻은 것도 있었지만, 결국 그에게 수업은 캠퍼스 라이프 다음의 부차적인 것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봉쇄 기간에 입학했음에도 그는 기숙사에서 술에 취하거나 제한이 풀리고 나서는 쇼디치에서 놀던 기억을 안고 졸업했다. 밖에서 놀 수 있는 삶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의 음악은 춤추기 딱 좋지만, 안타깝게도 클럽에 있는 모든 이들이 알아볼 터라 정작 그는 더 이상 나가 놀 수 없게 되었다.

“엄청나다. 더 유명한 사람들은 어떨지 궁금해질 뿐이다.” 런던과 LA를 오가며 활동하는 핑크팬서리스는 이제 누굴 친구로 받아들여야 할지에 더 신중해졌다. 그는 “내향적인 성향”에 기반해 진심 어린 조언을 준 스티브 레이시(Steve Lacy)와 특별한 멘토십과 우정을 쌓았다. “서로를 경쟁자로 보거나 ‘어떻게 이용해 먹을 수 있을지’ 보지 않는 아티스트를 사랑한다. 느낌이 좋지 않아서 피하려 하는 사람들도 있다.”

세상에 이름을 알린 데서 그는 뜻밖의 새로운 자신감을 얻었다. “회사나 윗사람들을 별로 신경 쓰지는 않는다. 혼자서도 잘할 자신이 있다.” 온라인에서 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몇 년간 실험한 핑크팬서리스는,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를 견고하게 쌓아왔다. “나와 작업하고 싶어 하는 프로듀서가 많이 있지만, 그들은 내가 지향하는 음악을 이해하지 못한다. 소속사가 시키는 대로 하는 꼭두각시가 아닌 이상, 자기가 만드는 음악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나.”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 아델(Adele), 릴리 알렌(Lily Allen)을 들으며 자란 핑크팬서리스에게 미국 음악은 전혀 다른 세계처럼 느껴진다. “영국 사람들은 모두 다른 문화, 유머, 음악으로 만들어졌다. 우리는 특별한 소리를 갖고 있다. 영국 음악이 미국 힙합을 따라 할 수 없는 것처럼, 미국 음악도 씁쓸함을 담은 영국의 현대적인 음악을 복제할 수 없다.” 이 영국 음악의 속성은 핑크팬서리스의 음악에도 녹아들어 있다. 오직 영국인만이, 그가 데뷔 믹스테이프 8번 트랙인 ‘All My Friends Know’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를 원한 적이 있어? 그런 적 없대도 괜찮아’라는 가사로 곡을 시작할 수 있다.

핑크팬서리스는 간절히 평범하기를 바라기도 한다. ‘Heaven Knows’는 이를 더 어렵게 할 테지만 말이다. 그는 아직 큰돈을 써본 적이 없다. “돈을 이만큼 벌었다고 해도, 이 돈을 가질 자격이 없는 것같이 느껴진다. 이만큼 가졌다는 데 평생 익숙해지지 않을 것만 같다.” 그래도 갖고 싶은 게 있다면 테슬라다. “[그렇지만] 아프리카 출신이라면 검소할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지금까지도 핑크팬서리스는 그가 유명해지기 전부터 알고 지내던 학교 친구들과 가장 가깝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방탈출 게임을 즐겨 하곤 하는데, 이것이 그가 봉쇄 기간 데뷔를 치렀던 것처럼 그가 최고의 결과를 내는 최선의 조건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Photography Alasdair McLellan
Fashion Alice Goddard
Hair Cyndia Harvey at Art Partner using This Hair of Mine
Make-up Lauren Parsons at Art Partner
Nail Technician Jenny Longworth at Streeters using OPI
Photography Assistance Lex Kembery, Jess Pearson and Andrew Edwards
Fashion Assistance Eli Richards and Georgia Pellegrino
Hair Assistance Karen Bradshaw
Make-up Assistance Anastasia Hess
Production Partner Films
Casting Director Samuel Ellis Scheinman for DMCAS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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