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도소송, 청구취지 한 줄이 집행 결과를 바꾼다

명도소송에서 '퇴거'와 '인도'의 표현 차이는 단순한 문구 문제가 아닌, 실제 강제집행의 성패를 갈라놓는다. / 시사위크

명도소송에서 ‘퇴거’와 ‘인도’의 표현 차이는 단순한 문구 문제가 아니다. 청구취지 문장 한 줄이 실제 강제집행의 성패를 갈라놓는다.

대법원 2024. 6. 13. 선고 2024다213157 판결은 명도소송을 수행하는 임대인에게 문언 정합성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줬다.

임대차가 종료되었음에도 임차인이 점유를 계속하면, 임대인은 건물 인도를 구하는 명도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그러나 소송 단계에서 ‘퇴거’라는 표현으로 청구취지를 작성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현장에서는 ‘퇴거명령’이 훨씬 익숙하고 자연스러워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작성된 청구취지가 실제 집행 단계에서 효력을 제한받는다는 점이다.

퇴거는 점유 해제를 의미할 뿐, 법적으로 임대인에게 점유를 이전시키는 효과가 없다. / 게티이미지뱅크

‘퇴거’는 점유 해제를 의미할 뿐, 법적으로 임대인에게 점유를 이전시키는 효과가 없다.

반면 ‘인도’는 점유이전까지 포괄하므로 강제집행을 통해 임대인이 직접 점유를 회복할 수 있다. 실무에서는 이 미묘한 차이가 집행관의 집행 가능 여부 판단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법원의 판단이 원고의 청구를 넘어선다면 처분권주의 위반이 된다고 보았다. / 게티이미지뱅크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법원의 판단이 원고의 청구를 넘어선다면 처분권주의 위반이 된다고 보았다.

하지만 이 판결이 주는 실질적 메시지는 “법원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아니라, “원고가 애초에 어디까지를 청구해야 하는가”에 있다.

즉, 임대인 입장에서는 ‘퇴거’만 청구하면 집행 단계에서 벽에 부딪힐 수 있고, ‘인도’로 청구하면 현실적 집행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소장을 작성할 때는 “이 사건 건물 ○층의 인도 및 인도완료일까지 차임 상당 부당이득금 지급”으로 명확히 기재해야 하며, 임차인 외 제3자가 점유하는 경우에는 각자의 지위에 맞춰 인도·퇴거를 구분해야 한다.

이런 문언 조정이 단순한 표현 정리가 아니라 소송의 실질적 완성도를 좌우한다.

더 나아가 제소전화해 절차를 활용하면 이러한 청구 문언 논란을 미리 정리할 수 있다. 임대차계약 체결 단계에서 “임대차 종료 시 임차인은 건물을 인도한다”는 문구를 포함한 제소전화해조서를 만들어두면, 추후 명도소송 없이 바로 강제집행이 가능하다.

실제 실무에서 제소전화해를 통해 ‘인도’ 문언을 명시해둔 사례들은 분쟁 종결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명도소송은 결국 '점유 회복'의 문제다. 법리적 논점보다 중요한 것은 집행 가능한 청구취지의 설계다. / 게티이미지뱅크

명도소송은 결국 ‘점유 회복’의 문제다. 법리적 논점보다 중요한 것은 집행 가능한 청구취지의 설계다.

대법원 2024다213157판결은 법원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그었지만, 임대인과 변호사에게는 오히려 청구문구 하나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명도소송의 핵심은 ‘이길 수 있는 청구’가 아니라 ‘집행 가능한 청구’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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