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4000억 CB 발행 조건 보니…'주가+수요' 자신감
미래에셋증권 3900억·캐피탈 100억 인수
BTS 완전체 컴백 기대감에 할증률 20% 적용
콜옵션 조항 삭제... "기관투자자 수요 높아"
하이브가 3년 만에 4000억원의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이 다시한번 주관사로 나서 이목을 끈다.
미래에셋증권은 3년전 하이브의 전환사채 발행때도 주관사를 맡으며 고유자금으로 직접투자까지 단행한 곳이다. 이번에 발행하는 CB는 주식 전환가격의 할증률을 3년 전보다 높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하이브의 주요 아티스트인 BTS(방탄소년단) 컴백 등 호재가 대기하고 있어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하이브는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어 4000억원 규모의 제4회차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하기로 했다. CB는 발행한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 채권인데, 사모 형태로 발행하면 발행 1년 후부터 전환 가능하다.
하이브의 CB를 사가는 대상은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캐피탈이다. 미래에셋증권은 3900억원을 총액인수 후 향후 시장에 재매각(셀다운)할 예정이다. 나머지 100억원은 계열사 미래에셋캐피탈이 인수한다.
하이브는 이번 CB 발행로 조달하는 자금을 3년전 발행한 제3회차 CB 차환에 쓸 예정이다. 앞서 하이브는 2021년 11월 4000억원 규모의 3회차 CB를 발행했는데, 최근 99.95%에 해당하는 3998억원어치 조기상환 청구가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하이브는 11월 5일까지 CB 투자자들에게 원금을 돌려줘야한다.
당시 4000억원 가운데 3900억원은 당시 주관사였던 미래에셋증권, 100억원은 한정수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하이브 산하 레이블) 설립자가 인수했다. 이후 미래에셋증권은 2400억원을 시장에 재매각했고, 나머지 1500억원은 고유자금으로 투자중이었다.
하이브의 제4회자 CB 발행이 차환 목적인 만큼 대부분의 조건은 3회차 CB와 동일하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모두 0%이며 만기 5년, 발행일 3년 후부터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이 붙어있다.
다만 주식 전환가격에 적용하는 기준주가 대비 할증률은 지난번보다 높아졌다. 3회차 CB 발행 당시 △1개월·1주일·최근일 가중산술평균주가를 산술 평균한 가액 △최근일 가중산술평균주가 △사채 청약일 3거래일 전 가중산술평균주가 등 셋 중 가장 높은 가격을 기준주가로 잡아, 이 가격의 110%를 전환가격으로 결정했다. 그 결과, 전환가격을 38만5500원으로 산출했다.
이번에도 똑같은 기준으로 기준주가를 정했는데 기준주가의 120%인 21만8000원을 전환가격으로 정했다. 다시 말해, 할증율을 10%에서 20%로 높인 셈이다.
할증율을 높였다는건 발행사 하이브와 주관사 미래에셋증권이 향후 주가 흐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하이브 주가는 뉴진스가 소속사 어도어 경영진과의 분쟁 이슈로 17만원대까지 내려와있다. 연초 대비 25%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엔터업종 실적과 주가가 3분기 바닥을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남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4분기부터는 회사별로 성장폭을 달리하며 반등을 보일 것"이라며 "엔터 비수기인 내년 1분기를 지나면 이제 본격적인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4분기 주요 아티스트 컴백과 위버스 유료 구독 모델 도입, 내년 하반기 BTS 완전체 컴백 등 호재도 기다리고 있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는 BTS 진, 세븐틴, TXT, 아일릿, 엔하이픈 등 주요 아티스트의 컴백이 연이어 이어지며 실적 기대감 높아졌다"며 "동시에 위버스 멤버십 플러스를 출시할 예정으로 기대 모멘텀도 풍부하다"고 평가했다.
하이브와 주관사 미래에셋증권이 이번 4회차 CB 발행에서 3회차CB에 있던 매수청구권(콜옵션) 조항을 빼기로 한 점도 눈에 띈다. 콜옵션은 투자자들이 보유한 전환사채를 회사가 전환가격에 되사들일 수 있는 권리다. 통상 주가가 전환가격보다 올랐을 때 회사 또는 최대주주가 자금부담을 덜고 지분율 희석을 방어하기 위해 마련하는 장치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당국에서는 콜옵션 규제에 나서기도 했다. 따라서 콜옵션 조항을 삭제했다는 건 투자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마련했다는 의미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3회차 CB 물량도 상당부분을 셀다운했고, 이번 4회차도 기관투자자의 수요가 높아 순조롭게 셀다운할 계획"이라며 "투자자들이 저평가 돼있는 하이브 주식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