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맏언니 이경은에서 이제는 코치로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나요?”

[점프볼=홍성한 기자] 지난 시즌까지 맏언니로 선수들과 함께했다면 이제는 막내 코치로 여정을 같이 나아가게 됐다. 인천 신한은행 이경은 코치의 이야기다. 선수로서 수많은 경험치를 쌓았지만, 코치는 너무나도 다른 영역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현역 시절 여러 지도자를 만났을 그는 어떤 코치로 나아가고 싶었을까. 용인에 위치한 신한은행 훈련장을 바로 찾아갔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6월호에 게재됐으며, 인터뷰는 4월 30일 진행됐습니다.
이제 코치로 불린다. 호칭이 어색할 법도 하다.
어색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괜찮다(웃음). 같이 하던 선수들이니 반겨주더라. 팀 훈련 첫날 미팅하는 장소에서 만났는데 보고 서로 웃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실감이 되지 않는다. 연습 경기도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실감이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역 생활에 대한 미련은 없었는지?
언제 그만둬도 이상하지 않았다. 20년 이상을 해왔기 때문에…영원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언젠가는 올 시간이었다. 선수 생활에 대한 미련보다는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코치 생활에 대한 설렘이 더 많다.
선수 생활 막판에는 무릎 상태가 어땠는지?
연골이 다 닳아서 없는 상태였다. 뼈끼리 계속 부딪치니 계속 물차고 통증이 있었다. 이걸 유지하기 위해 주사를 맞고 뛰었다. 이 주사가 내 무릎을 버티게 해줬다. 안 좋은 주사는 아니다. 매일 맞아도 몸에 해롭지 않은 성분이 들어있는 거다. 이제 아픈 걸 참고 뛰어야 하는 부담감은 덜하다.
코치 제의받았을 때는?
원래 플레잉코치를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내가 선택했다. 무릎도 좋지 않은 상황이었고, 은퇴를 생각하며 한 시즌을 준비했었던 것도 있다. 또 이런 좋은 기회를 언제 받아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어렵지 않게 결정한 것 같다.

최윤아 감독과 지도자 첫 시작을 함께하게 됐다.
6년 전 내가 FA를 통해 신한은행에 처음 왔을 때 감독님이 지금 내 자리였다. 막내 코치. 1년 같이 하고 나중에 대표팀에서 코치와 선수로 다시 만났다. 그리고 이번에 또 보게 됐는데, 달라짐을 많이 느꼈다. 농구 철학도 확고하고 굉장히 섬세하시다. 내가 배울 게 정말 많다.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선수와 코치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운동을 안 해서 몸은 좀 덜 힘들지만, 생각하고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이렇게 힘든 자리라는 걸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다가 아니었다. 앞으로 더 크게 다가오겠지만, 벌써부터 쉽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
해보지 않았던 사무적인 일은 어렵지 않나?
안 그래도 이거 때문에 휴가 때 많은 시간을 쏟았다. 그동안 전문적으로 쓸 일이 없었다. 해 봤자 검색 정도? 이제는 엑셀과 한글을 이용해 일정을 짜야 한다. 그런데 내 성격이 새로운 걸 도전하는 데 재미를 느낀다. 물론 걱정도 많은 건 사실이다(웃음).
코치로서 지금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최윤아 감독님이 새로 오시는 등 팀에 변화가 많다. 선수들이 어색함과 긴장감을 많이 느낄 것이다. 그런 점들을 빨리 풀어주고 싶은 마음이다. 또 나도 선수를 해보면서 느꼈다. 공감을 많이 해주고 싶다. 이런 시선을 가지고 임하고 있다.
많은 지도자를 경험했을 텐데 이상적인 코치는 어떤 이미지였는지?
선수가 코치를 편하다고 느끼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감독님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향해 함께 가야 한다. 그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잘하는 사람이 좋은 코치인 것 같다. 나도 막내 코치로서 이 부분에 대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앞으로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나?
늘 느꼈던 게 소통이다. 무조건 내 말이 맞다고 하는 건 아니다. 소통이라는 게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만 말하는 게 아니라 돌아오는 것까지가 소통이다. 선수들과 대화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조금 다른 이야기, 동기였던 김정은(하나은행)은 현역 연장을 선택했다.
같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지도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둘이 부상을 달고 살았다. 어릴 때 신기하게도 33살까지 현역으로 남는 게 목표였다. 그랬는데 지금까지 왔다(웃음). 존경하는 친구다. 배울 게 되게 많다. 남은 한 시즌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현역 생활을 마감한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갖고 있는 능력치가 너무 좋은데 자기 스스로한테 너무 과소평가하는 선수들이 많다. '난 안돼'라고 생각하지 말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목표치를 높게 잡고 갔으면 한다. 우리도 열심히 끌어줄 수 있다.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을 과대평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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