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으로 ‘풍덩’…720번 버스타고 재미·유익한 박물관 투어
힙트레디션 유행에 역사 박물관 인기…추운 겨울 나들이 코스 안성맞춤
720번 버스 노선에는 최근 유행하는 ‘힙트레디션’을 느낄 수 있는 명소가 곳곳에 있다. 힙트레디션이란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즐기는 걸 뜻한다. ‘옛 것이 힙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은평구 진관동부터 동대문구 답십리동을 종점으로 하는 720번 버스를 타면 추운 겨울에도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만끽할 수 있는 각종 역사를 알아볼 수 있는 박물관을 방문할 수 있다.
외국인 필수코스된 ‘대한민국역사 박물관’…개항기부터 현대까지 현대사 한눈에
720번 타고 ‘광화문(중)’ 정거장에서 하차 후 경복궁 방향으로 약 10분 정도 도보로 이동하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방문할 수 있다. 인근에 있는 서울역사박물관은 서울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박물관이지만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정부 부처에서 운영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 2012년 개관한 이곳은 19세기 말 개항기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종합적,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국내 최초의 국립 근현대사 박물관이다. 총 8층 규모로 현재 상설 전시와 특별 전시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평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입장은 운영 마감시간 30분 전까지 가능하다.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야간개장도 진행하고 있는데, 이날은 오후 9시까지 운영한다. 일반 관람과 마찬가지로 운영 마감시간 30분 전까지 입장 가능하다.
1976년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변천사를 볼 수 있는 상설전시는 ▲대한민국의 태동 ▲대한민국의 기초 확립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 ▲대한민국의 선진화로 크게 4개로 나눠져 있다.
현재 특별 전시로는 안중근 의사 하얼빈 의거 11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전시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내년 3월 31일까지 관람 가능하다. 그간 안중근의사숭모회, 안중근의사기념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던 전시품들의 모습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박물관 5층에는 현대사를 재밌게 배울 수 있는 ‘말랑말랑 현대사 놀이터’가 있다. 이곳은 체험형 전시장으로 입장과 동시에 궁금한 연도의 카드를 키오스크를 통해 뽑는다. 카드에는 해당 연도에 살고 있는 가상의 인물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다. 이후 박물관 곳곳에 있는 바코드 리더기를 통해 지금의 나와 다른 세대, 다른 누군가로 그때 그 시절을 간접적으로나마 알아 볼 수 있다.
체험관에는 스무 살이 되던 해, 시대의 표어, 소중한 한 표, 나는 수험생, 함께 걷는 광장 등 총 14가지 카테고리가 시대별로 구성돼 있다. 한국 현대사를 재밌게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관광객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박물관이지만 이곳에서는 서울 시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박물관의 옥상인 8층으로 이동하면 길 건너에 있는 경복궁과 광화문을 볼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됐다. 벤치와 정자도 있어 휴식을 취하기에도 적당해 보였다.
서울의 폼페이 ‘공평도시유적전시관’…“전시관 바닥 전체가 다 유물”
‘종로2가(중)’ 정거장에서 하차하면 서울의 폼페이를 볼 수 있는 ‘공평도시유적전시관’에 5분 만에 방문할 수 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인사동 주변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물 지하에 있어 찾기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그곳에 박물관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그리 넓지 않은 규모의 전시관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체험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해 전시를 즐기다 보면 구경하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상설 전시뿐만 아니라 특별 전시도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는 보신각과 관련된 전시가 진행 중이다.
평일과 주말 상관없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지만 입장은 5시 30분에 마감된다.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무로 이날을 제외한 모든 날에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이곳은 지난 2015년 공평동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선 한양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총 108개의 건물터와 골목길이 온전한 모습으로 발굴됐다. 이에 서울시는 서울의 보전과 지속 가능한 개발에 대한 도시 정책은 좋은 선례로 남기고자 공평동 룰을 적용해 16~17세기의 건물터와 골목길의 모습을 복구했다.
‘공평동 룰’이란 도심 정비사업에서 매장 문화재가 발굴될 경우 최대한 원위치를 전면 보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 2018년 매장 문화재로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을 개관했다.
흔한 박물관처럼 전시를 눈으로만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전시관을 구성해뒀다. 이문안길과 전동 골목길을 걸어볼 수 있도록 유물 위에 유리를 깔아둬 관람객들이 직접 이동하면서 구경할 수 있다. 16~17세기 이전과 이후 시기도 VR 기술을 통해 즐길 수 있다.
서진경 씨(37·여)는 “주변에 놀러 왔다가 잠시 쉴 겸 건물에 있는 카페에 들렸다가 우연찮게 방문한 곳이다”며 “모르고 들어 온 공간치고 아이가 신나게 구경하는 모습을 보니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 보존된 과거 모습을 비롯해 곳곳에 아이가 체험하기 좋은 것들도 많아 지루함 없이 구경했다”고 관람 후기를 밝혔다.
‘서울약령시한의약 박물관’…의녀·의관 체험부터 약선음식 클래스까지
720번 버스를 타고 다니다 보면 우리나라 최대 한약재 유통지인 서울약령시에 자리하고 있는 ‘서울약령시한의약박물관’에 갈 수 있다. 이곳은 ‘제기동역. 서울약령시’ 정거장에서 하차한 후 한약 냄새를 맡으며 도보로 5분간 이동하다보면 도착한다. 박물관 근처에는 최근 SNS 상에서 인기 있는 경동시장이 위치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경동시장과 박물관을 함께 방문한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약령시는 각종 약재를 교환하고 매매할 수 있는 시장을 의미한다. 조선 효종 때 한약재의 수집과 유통을 관리하고자 왕명으로 설치된 시장이 약령시의 시작이다. 대구, 전주, 원주 등 지역별로 약재 산지와 가깝고, 교통이 편리하고 큰 도시들 위주로 약령시가 설치되면서 발달하게 됐다.
서울약령시는 조선 초기 가난하고 병든 백성들을 돌보던 구휼기관인 보제원이 있던 곳이다. 이후 서울약령시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약재 시장으로 성장해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통되고 있는 한약재의 70%를 담당하고 있다.
한의약박물관에는 한의약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다양한 자료를 수집 및 관리, 보존하고 있다. 이곳도 다른 박물관과 마찬가지로 상설전시와 특별전시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성인 기준 입장료는 1000원으로 단순히 한의약 관련 전시물을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입장료에는 의녀, 의관 체험을 할 수 있으며, 추가로 금액을 지불하면 족욕, 마사지, 방향제 만들기, 약선음식 원데이클래스도 즐길 수 있다.
전시실 내부에는 한의학의 동의보감, 제중신편 등 한의학의 성장을 나타내는 고서적과 전통의약 기구가 전시돼 있다. 또 우리나라 전통 약재를 식물성·동물성·특화·희귀·독성 등 종류 별로 분류해 둔 모습이다. 사상체질 체험, 한약재 색칠 체험 등 전시실 내부에서도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박수빈 씨(34·여)는 “옆에 있는 경동시장에 위치한 스타벅스에 방문했다가 이곳도 함께 방문하게 됐다”며 “워낙 관람료가 저렴해 별로 볼 게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볼 것도 많고, 체험할 수 있는 것들도 많아서 오랜 시간을 여기서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씨는 “오는 길에 맡았던 한약 냄새들도 서울 시내에서 쉽게 맡을 수 없는 향이라서 좋았다”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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