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시화…선명하게 드러나는 울림의 서정

1997년 중앙일보 지상시조백일장 연말장원과 199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을 통해 등단했던 서연정 시인(광주전남시조시인협회 회장)이 여덟 번째 시집 ‘투명하게 서글피’(책만드는집 刊)를 펴냈다. 이 시집은 단시조집이다. 단시조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 사상, 그리고 정 깊은 삶이 서정적으로 농축돼 있는 정형시를 말한다. 제목만 봐서는 잘 알 수 없지만 주로 ‘꽃’을 시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삶과 생명의 절정 및 고갱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꽃을 단시조라는 시의 가장 짧은 정형으로 꽃피워 내 간결하고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평이다. 시적 울림이 가없이 넓고도 깊다는 점은 시인의 강점이 아닐까 싶다.

‘꽃’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순간순간의 절정을 암시한다. 따라서 문학적 서사로는 보는 꽃은 생태적 꽃과는 전혀 다른 해석으로 접근된다. 물론 서사와 생태 사이에는 서로 상보적 역할로 연계되기는 한다. 그래서 이질적으로 분리되기보다는 안과 밖, 외부와 내면처럼 서로 자리를 바꿔가며 존재한다. 하늘과 땅 사이에 생겨나서 자라고 서로 맺어지며 살아가다 마침내는 헤어지고 스러져가는 모든 생명의 순간이자 가장 간절한 몸짓이라는 이야기다.

‘사랑을 추스른다 꽃잎들을 오므려/둥근 품을 짓는다 공손해진 줄기로/마음이 아무는 시간 기도를 시작한다’(‘자귀나무 꽃줄기에 땅거미가 내리면’ 전문)고 노래한다. 그는 늘 대상으로부터 보편적 삶의 이야기를 추출한다.

보편적으로 문학 안에서 꽃은 삶으로 비유할 때 인생의 황금기, 또는 20대 등을 비유할 때 가져다쓰는 매개체로의 기능을 하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 시인은 자신과 남, 나와 나 아닌, 모든 것을 그 간절함의 절정에서 맺어주게 하는 의미를 갖는 게 꽃이라고 해석한다. 이는 광의적으로 넓혀진 해석으로 볼 수 있다. 현실 세상이 아름답지 않을수록 꽃이 갖는 본래적 의미는 더욱 폭넓게 해석되고, 집요하게 적용되는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누가 이 세상을 진흙탕으로 만드는가를 볼 수 밖에 없다. 세상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의 하나인 사람 그 자체다. 모든 삶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소수가 다수에 미치는 현상이 통제되지 않는 시대적 삶을 목도하고 있기 때문에 시인은 꽃이 갖는 본래적 의미를 확대, 해석한 듯하다.

이경철 문학평론가는 해설을 통해 “사람들에게 그러한 꽃의 의미를 선명하면서도 깊이깊이 각인시켜 주는 동시에 시조의 정형과 특징을 잘 살려내 우리네 삶을 시의 꽃으로 피워내며 한없이 서럽고도 아름답게 하고 있다. 꽃과 나, 대상과 자아의 나뉨 및 구분을 넘어선 단계를 말하는 물아양망(物我兩忘)의 지경에서 깊고도 아득한 울림을 주는 큰 시인의 길을 계속 열어나가길 바란다”고 평했다.

서연정 시인은 그동안 시조집 ‘먼 길’과 ‘문과 벽의 시간들’, ‘무엇이 들어 있을까’, ‘동행’, ‘푸른 뒷모습’, ‘광주에서 꿈꾸기’, ‘인생’ 등을 펴냈으며, 제43회 가람시조문학상을 수상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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