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지주들이 기업가치 상승(밸류업) 흐름에 맞춰 주주환원 확대 정책을 내놓는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목표치보다 이행률로 옮겨가고 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1년 기한으로 설정한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의 61% 가까이를 석 달 만에 채우며 총주주환원율 50% 목표치를 조기 달성하고 있다.
2일 메리츠금융에 따르면 3월 NH투자증권과 맺은 7000억원 규모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에 따라 6월까지 누적 385만7400주를 사들였다. 취득금액은 4262억3009만원으로 계약금액 대비 이행률은 60.89%다.
초반 러쉬, 목표치 조기 달성
메리츠금융의 자사주 취득은 초반부터 속도를 냈다. 신탁계약 기간은 1년이지만 6월 기준 이미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4월 말 취득 규모가 약 1461억원, 약 126만주였던 점을 고려하면 두 달 사이 매수량이 크게 늘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신탁계약은 체결 사실만으로 효과가 나는 정책은 아니다"며 "실제 취득과 소각이 이어져야 주당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시장은 계약금액보다 이행률과 집행 속도를 더 본다"고 말했다.
금융지주 자사주 취득은 보통 속도를 조절해 진행된다. 규모가 커질수록 보통주자본비율 등 자본 관리 부담이 생길 수 있어서다. KB금융이 지난해 5200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을 약 2개월 만에 끝냈을 때도 '이례적으로 빠르다'는 평가가 나왔다. 메리츠금융도 1년짜리 계획을 석 달 만에 61% 가까이 채우면서, 단순한 환원 확대보다 빠른 이행률이 부각되는 흐름이다.
이 같은 흐름은 메리츠금융이 내건 중기 주주환원 정책과 맞물린다. 메리츠금융은 배당과 자사주 취득·소각을 합쳐 연결 당기순이익의 절반을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방침을 제시해왔다. 총주주환원율 50% 자체는 이미 시장에 알려진 목표다. 달라진 점은 이 약속이 빠른 집행 속도로 확인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주가 저평가받는 이유는 배당이 적어서만은 아니다. 높은 이익을 내더라도 그 성과가 주주 몫으로 꾸준히 돌아온다는 믿음이 약하면 주가는 낮은 배수에 머물 수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메리츠금융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22.5%, 주가수익비율(PER)을 9.7배로 추정했다. 20%대 수익성에도 이익 대비 주가 부담이 크지 않다는 뜻이다. 메리츠금융의 자사주 속도가 눈에 띄는 것도 이 지점이다. 시장은 빠른 취득과 소각을 '주주환원 약속을 지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금투업계의 평가도 이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메리츠금융에 대해 '명확하고 일관적인 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봤다. 자사주 중심의 주주환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20%를 웃도는 자기자본이익률(ROE), 주식 소각에 따른 향후 주가순자산비율(PBR) 하락 여지 등을 근거로 수익성 대비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요구수익률 웃돌아 '유의미'
메리츠금융이 초반 매수에 힘을 실은 배경에는 수익률 판단이 있다. 메리츠금융이 공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행현황'에 따르면 현재 자사주 매입·소각 수익률은 14.6%다. 내부 요구수익률 10%보다 4.6%p 높다.
자사주 취득·소각 수익률이 요구수익률을 웃돈다는 것은 의미가 분명하다. 새 투자처를 찾거나 현금을 쌓아두는 것보다 자기 주식을 사서 없애는 편이 주주가치에 더 낫다는 판단이다. 배당이 주주에게 현금을 돌려주는 방식이라면, 소각은 남아 있는 주주의 지분 가치를 키우는 방식이다.
메리츠금융 관계자는 "자본 배치 변수를 분석한 결과 현재 자사주 매입·소각 수익률이 회사 요구수익률을 4.6%p 상회하고 있다"며 "데이터에 근거하면 자사주 매입 중심의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하는 것이 주주가치 제고에 가장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성과는 총주주수익률(TSR)에서도 나타난다. 2023년 중기 주주환원 정책 발표 이후 누적 TSR은 169.6%를 기록했다. 최근 3개년 연평균 TSR도 43.9% 수준이다. 주가 상승을 모두 자사주 매입 효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자본 배치 기준을 공개하고 이행률을 높인 점은 투자자 신뢰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남은 매입 한도는 약 2700억원이다. 초반 이행률이 높아진 만큼 이후에는 매입 단가와 소각 여부가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 자사주 매입·소각 수익률이 요구수익률을 계속 웃도는지 매입분이 실제 주당 가치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도 시장이 확인할 변수다.
메리츠금융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행현황'을 매 분기 실적 공시와 함께 공개하고, 실적 발표회에서 경영진이 성과와 계획을 설명하기로 했다. 주주환원을 일회성 발표가 아니라 반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경영 활동으로 두겠다는 취지다.
메리츠금융 관계자는 "기업가치 제고는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회사의 핵심 경영활동 그 자체"라며 "앞으로도 이행현황을 매 분기 실적 공시와 함께 공개하고, IR 자리에서 경영진이 직접 구체적인 성과와 향후 계획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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