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늙으면 몸이 늙는다” 구강기능 저하증이란 무엇인가 [김현종의 백세 건치]

한경비즈니스외고 2026. 4. 2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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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사회에서 우리는 더 오래 살게 되었지만 ‘어떻게 건강하게 잘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모두의 고민이다. 특히 단순히 수명이 길어지는 것보다 얼마나 건강하게 오래 사는지에 관한 건강수명을 늘리는 것이 중요한 문제다. 다양한 질환에 대해 건강 걱정을 하지만 전신 건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영역이 바로 구강이다. 과거에는 충치나 잇몸병을 치료하는 것이 치과의 주된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씹고 삼키고 말하는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목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는 개념이 바로 구강기능 저하증(Oral Hypofunction)이다.

이 개념은 일본노인치의학회에서 처음 발표한 내용으로, 단순히 치아의 개수나 질환의 유무가 아니라 구강 내의 다양한 기능이 건강한 상태로 유지되지 못하고 복합적으로 저하된 상태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구강 위생 상태 저하, 구강 건조(타액 분비 감소), 교합력 감소(씹는 힘 약화), 설기능 저하(혀 움직임 감소), 저작 기능 저하, 연하 기능 저하(삼킴 장애), 발음 기능 저하 등 일곱 가지를 이야기한다. 치아가 남아 있더라도 제대로 씹지 못하고, 침이 부족해 음식이 넘어가지 않으며, 발음이 부정확해지는 상태라면 이미 구강기능 저하증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이런 변화는 나이가 듦에 따라 조용히 시작된다. 대부분 50대 이후부터 서서히 진행되며 진행 과정에서 특별한 통증이나 불편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처음에는 음식 씹는 속도가 조금 느려지고, 질긴 음식을 피하게 되며, 입안이 자주 마르는 느낌이 드는 정도로 시작된다. 그러나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누적되면 결국 씹는 기능 저하, 삼킴 장애, 발음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는 이미 되돌리기보다 관리와 유지가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

구강기능 저하증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단순히 입안의 문제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씹는 기능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부드러운 음식 위주의 식사를 하게 되고 이는 단백질 섭취 부족으로 이어진다. 결국 근육량 감소, 즉 근감소증(Sarcopenia)으로 연결되며 전신 쇠약을 가속화한다. 또한 저작 활동이 줄어들면 뇌 자극이 감소해 인지 기능 저하와도 관련이 있다는 보고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삼킴 기능까지 저하되면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는 흡인성 폐렴(Aspiration Pneumonia)의 위험이 증가하는데 이는 고령자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결국 단순한 치아나 잇몸의 문제가 아니라 구강의 건강한 기능 회복은 전신적으로 건강해지는 일인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치료의 개념도 더 발전하고 세분화되고 있다. 과거처럼 문제가 생긴 치아를 치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구강 기능 자체를 유지하고 회복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치아가 상실된 경우 단순히 보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씹는 기능이 얼마나 회복되는지를 기준으로 치료를 설계해야 한다. 또한 구강 건조가 있는 경우에는 수분 섭취나 약물 조절, 인공 타액 등을 통해 환경을 개선해야 하며 혀와 구강 근육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간단한 운동도 도움이 된다. 필요에 따라서는 음식물을 삼키는 연하 기능 재활을 위해 치과 외에도 다양한 진료과와도 협진이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구강기능 저하증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는 질환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변화이기 때문에 그 시작을 늦추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다. 특히 50~60대는 기능 저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단계로, 이 시기에 적극적인 관리가 이루어지면 이후 삶의 질을 크게 좌우할 수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상실된 치아의 회복과 잇몸 관리, 그리고 정상적인 씹는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정기 검진 등이다. 그리고 그에 따르는 생활 습관, 잇솔질과 치실 및 치간칫솔 등 적극적인 구강 관리가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과거에는 “치아가 몇 개 남아 있는가”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얼마나 잘 씹고 잘 삼키고 잘 말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구강기능 저하증은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관리 여부에 따라 충분히 늦출 수 있다. 좀 더 전문화된 관리를 받음으로써 구강 건강뿐 아니라 건강한 전신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현종 서울탑치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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