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깨끗해 보여도…장바구니에 쌓이는 세균

마트에서 장을 보고 돌아오면 냉장고와 싱크대는 서둘러 정리하지만, 장바구니는 현관이나 주방 한쪽에 내려놓고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장바구니 안에는 육류, 채소, 과일이 함께 들어 있어도 겉으로는 오염이 눈에 띄지 않아 ‘괜찮겠지’ 하고 방치하게 된다. 그러나 비닐봉지 사용이 줄고 재사용 장바구니가 보편화된 지금, 이 가방은 여름철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육류, 생선, 채소처럼 수분이 많은 신선식품을 반복해서 담으면 장바구니 내부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차곡차곡 쌓인다. 이렇게 오염된 장바구니를 주방이나 거실에 두면 세균이 다른 식품이나 조리 도구로 옮겨가 ‘교차 오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진다. 계절과 무관하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지만, 여름처럼 온도와 습도가 모두 높은 시기에는 번식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
환경을 생각해 선택한 장바구니가 오히려 가족 식탁을 위협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많은 가정에서 간과되고 있다.
세탁 안 한 가방에서 대장균까지 나온 이유

2011년 미국 학술지 ‘Food Protection Trends’에 실린 연구에서는 재사용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소비자 중 정기적으로 세탁하는 비율이 3%에 불과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나머지 97%는 장을 본 후 세탁이나 소독 절차 없이 그대로 다시 사용하고 있었다.
연구진이 세척하지 않은 장바구니 표면과 내부를 검사한 결과, 대장균, 살모넬라, 리스테리아균 등 식중독을 유발하는 대표 세균이 다량 검출됐다. 이러한 세균은 플라스틱이나 천 섬유 표면에서 수일에서 길게는 수주까지 생존 가능하며, 장바구니 안에서 다른 식재료로 옮겨가는 과정을 통해 가정 내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일부 온라인 장보기 플랫폼의 신선식품 배송용 다회용 보냉백이 회수 지연, 외부 방치 등으로 오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업체 측이 전담 인력과 세척 장비로 위생 관리를 한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소비자 손에 들어간 보냉백이 언제, 어떤 과정을 거쳐 세척됐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교차 오염은 세균이 한 식품에서 다른 식품으로 옮겨가는 것을 말한다. 장바구니 안에서 이를 유발하는 조건은 의외로 간단하다. 신선식품 포장재 표면에 묻은 미량의 육즙이나 흙, 채소 표면의 수분이 세균 번식에 필요한 수분 공급원이 된다. 여기에 25도 이상의 온도와 통풍이 잘 안 되는 내부 환경이 겹치면 세균은 몇 시간 만에 수십 배로 늘어난다.
여름철 식중독 환자가 6월부터 급증하는 이유도 같은 원리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식중독 환자의 40% 이상이 6~8월에 발생했다. 원인 식품에는 날고기뿐 아니라 채소, 과일도 포함돼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장바구니가 매개 역할을 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재질별로 다른 장바구니 세탁 방법


장바구니를 세탁하기 전에는 안에 남아 있는 부스러기나 먼지를 털어낸다. 얼룩이 보이면 주방 세제를 소량 묻혀 손으로 가볍게 문질러 예비 세척을 한다. 면이나 캔버스 재질은 세탁기 일반 코스에 미온수(약 30~40도)를 사용해 세탁한다. 세탁이 끝나면 손으로 형태를 잡아준 뒤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 걸어 완전히 말린다. 직사광선은 색이 바래고, 고온 건조기는 섬유가 수축할 수 있으므로 피한다.
폴리에스터나 나일론 재질은 찬물에 중성세제를 풀어 10분 정도 담가 두고, 오염이 심한 부위는 부드러운 솔로 가볍게 문질러 제거한다. 세탁기를 사용할 때는 ‘약한 코스’를 선택하며, 방수 코팅 손상을 막기 위해 표백제나 강한 세제는 쓰지 않는다. 헹굼 후에는 물기를 가볍게 짜서 그늘에서 자연 건조한다.
보냉 기능이 있는 장바구니는 내부가 알루미늄 필름으로 되어 있어 세탁기 사용이 불가능하다. 마른 천으로 내부와 손잡이를 먼저 닦아 표면 먼지를 제거한 뒤, 70% 농도의 알코올 소독제를 깨끗한 천이나 물티슈에 묻혀 바닥과 옆면, 지퍼 주변까지 꼼꼼하게 닦는다. 소독 후에는 입구를 벌려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완전히 건조시킨다.
젖은 상태로 보관하면 곰팡이와 악취가 쉽게 생기기 때문에 반드시 완전히 건조한 뒤 보관한다. 보관 장소는 습기가 많은 현관 신발장보다 건조하고 햇빛이 직접 닿지 않는 찬장이나 선반이 적합하다. 여름철에는 세탁이나 소독을 1주일에 한 번, 평소에는 2주에 한 번 정도만 실시해도 장바구니를 보다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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