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희생자 1천 명에 무죄 판결.. "연대의 정신 잊지말자"

(앵커)
제주에서 4·3 재심을 통해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4·3 수형인들의 명예가 회복됐고, 지금도 진행중입니다.

3년 전부터 수형인 재심 재판을 맡아 천 여명에 무죄를 선고하며 4·3 유가족의 한을 달래온 장찬수 제주지방법원 판사가 자리를 옮기며 그 간의 소회를 밝혔습니다.

김동은 기자가 장 판사로부터 판결의 뒷 이야기와 4·3 재심의 과제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제주 4·3 수형인 재심 재판장에서는 희생자와 유족들의 눈물과 성토가 끊이지 않습니다.

4·3 재심 재판을 전담한 장찬수 부장판사가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며 이례적으로 발언 기회를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1년 3월에는 하루종일 3백명이 넘는 군사재판 수형인에게 무죄가 선고되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장찬수 제주지방법원 4·3 전담 재판부 부장판사
"말 못할 한은 70년 넘는 세월동안 켜켜이 쌓였죠. 가장 공적인 자리가 법정에서 재판하는 과정 아닙니까, 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말씀 하시면 그 한이나 응어리가 조금이라도 풀어지지 않을까..."

지난 2020년부터 3년간 제주지방법원에서 4·3 재판을 이어온 장찬수 판사가 광주지법으로 자리를 옮기며 그간의 소회를 밝혔습니다.

불필요한 4·3 이념 논쟁과 검찰의 항고까지 논란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장 판사는 검찰이 4·3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장찬수 제주지방법원 4·3 전담 재판부 부장판사
"재심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법적으로만 판단하는 겁니다. 법에 정한 절차로 재판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재심이 다시 열리게 된 겁니다"

4·3 특별법 개정을 통해 재심이 크게 확대되긴 했지만 여전히 과제도 적지 않습니다.

일반재판 수형인 직권 재심이나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수형인에 대한 권리 구제를 비롯해,

재심 재판 관할권을 제주지법으로 통일하는 등 제도적 보완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습니다.

장찬수 제주지방법원 4·3 전담 재판부 부장판사
"유족이 없어서 희생자 신고도 못한 분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 분들은 어떻게 할 것입니까, 직권재심 청구 안 하실 건가요? 그 문제는 한번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히려 유족이 없는 분은 더 참혹한 피해를 당했을 가능성이 많죠"

장 판사가 판결한 4·3 수형인 무죄 선고는 1천여명, 아직도 3천여명이 재심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장 판사는 연대의 가치를 마지막으로 강조했습니다.

장찬수 제주지방법원 4·3 전담 재판부 부장판사
"너를 위해 나를 위해 모두를 위해 함께 모여서 같이 갑시다. 무척 수고하셨습니다"

JIBS 김동은입니다.

영상취재 강명철

JIBS 제주방송 김동은(kdeun2000@hanmail.net) 강명철 (kangjsp@naver.com)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