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증권, 2500억 규모 증권채에 兆단위 수요…조달비용 절감 효과

/사진=하나증권

하나증권이 2500억원 규모 채권 발행을 완료하면서 자금조달 비용을 추가로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발행한 증권채에 조 단위 수요가 쏠리면서 시장 상황 대비 유리한 금리로 발행하면서다. 하나증권은 조달 자금으로 기업어음(CP) 상환에 전액 사용했는데, 해당 CP들 금리보다도 소폭 밑돌게 되면서 비용 절감에 성공했다는 평이 나온다.

2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이달 초 2500억원 규모 채권 발행을 마무리했다. 이번 채권은 2년물 1100억원, 3년물 1400억원으로 구성됐다. 대표주관사에는 한국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이 공동으로 맡았다. 부국증권은 3년물 인수단에만 이름을 올렸다.

하나증권이 이번에 발행한 2년물 금리는 3.499%, 3년물 3.538% 등이었다. 이는 한국자산평가·KIS채권평가·NICE P&I·에프앤자산평가 등 민간채권평가회사 4곳에서 최종으로 제공했던 하나증권의 2년 만기 회사채와 3년 만기 회사채의 개별민평 수익률의 산술평균에서 각각 6bp(1bp=0.01%p), 9bp씩 빠진 수준이다.

특히 책정된 채권금리는 하나증권이 기존에 보유했던 CP 금리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3분기 말 기준 하나증권이 보유한 CP 금리는 3.53~4.95%에 달했다. 이 중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순차적으로 만기가 도래했던 총 2500억원 규모 CP를 이번에 조달한 자금으로 차환한 것이다. 모두 지난해 11월 발행됐던 물량이었다.

이에 따라 하나증권은 자금조달 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차입구조 안정화도 이룰 수 있게 됐다. 단기물로 분류되는 CP를 장기물로 전환하면 차입구조가 좀더 안정화되는 측면이 있어서다.

당초 하나증권은 2년물 700억원, 3년물 800억원 등 총 1500억원 규모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기관투자가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1조4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쏠렸다. 이에 힘입어 1000억원 추가 발행에 나섰던 것이다. 수요가 쏠렸던 만큼 금리도 비교적 유리하게 책정됐다. 수요가 많으면 많을수록 채권 발행회사 입장에서는 조달 비용을 더욱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두 차례 연속 금리인하와 함께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어 글로벌 채권시장도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다.

한국은행도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지난달 한 차례 금리를 내린 뒤 관망하고 있는 가운데 채권을 발행하려는 곳과 이에 투자하려는 기관투자가 사이에서 국내에서도 투자심리가 엇갈리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금리 막차 수요 심리와 함께 금리인하 사이클에서는 채권 금리도 치솟아 투심이 쏠리게 된다. 반면 채권 발행회사 입장에서는 수요가 많을수록 이자비용을 내릴 수 있는 운신폭이 생긴다.

오승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인하 사이클이 이미 시작된 이상 4% 선 채권금리는 시장에서 여전히 기회로 읽히고 있다"면서도 "내년 1월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 후 공약을 이행하는 수준에 따라 현재 채권시장 가격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어 기관투자가들도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