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수익형민자사업(BTO) 투자를 둘러싼 각종 위험요인(리스크)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정부가 BTO 지분 투자와 관련한 적용 위험가중치를 기존 400%에서 250%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다.
이들 은행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등 대형 민자사업의 투자자 자격으로 그간 원활하지 못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정부의 이번 정책 변경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대형 민자사업에서 낮은 금리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것이 금융주선사인 은행의 핵심 역할인데, 여기에 은행은 30~40년간 이자수익을 안정적으로 취할 수 있는 우량자산을 확보하게 된다.
14일 금융권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GTX-C 프로젝트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추진 중인데 현재 공사비 문제로 첫 삽을 뜨지 못하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국토부는 은행권의 BTO 사업 지분 투자 시 위험가중치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시중은행 인프라 사업팀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위험가중치를 낮추는 방안을 당국에 적극 건의했고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조만간 답변서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공공재 투자로서 사회에 환원하는 의미가 있지만 최근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정책이 빠뜻해져 투자심사를 올리기 어려웠다"며 "위험가중치 적용 기준이 낮아진다면 적극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렇듯 대형 인프라 사업은 통상 건설사 중심의 컨소시엄이 프로젝트를 맡는데, 금융주관사의 경우 자금 조달을 수행한다. 수익률은 4~5% 수준으로 크게 높지 않지만 인프라 사업은 은행들이 장기간 안정적 수익원을 발굴하고, 매번 이자 장사로 수익을 얻는다는 비판에서 벗어나는 한편 기업금융(IB) 역량을 선보일 수 있다는 순기능이 있다.
은행은 대형 인프라 투자에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하면서 선순위대출뿐 아니라 후순위대출, 지분투자에 들어가게 된다. 보험사와 증권사 등 기관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 은행이 일정부분 사업에 참여해 투자유치 효과를 높이려는 일환이다.
이런 가운데 GTX-C 사업은 현대건설이 국토부에 '물가특례'를 적용해달라고 요청을 한 상황이다. 공사비 문제가 해결된다면 본격적으로 자금조달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공사비 갈등이 해결되고 은행의 민자사업 투자에 관한 위험가중치 적용 기준이 낮아진다면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자금조달은 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특례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공사비 상승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공공사업의 경우 총사업비의 일정비율(최대 4.4%)를 추가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실시협약 시점이 2024년 10월3일 이후인 BTO 사업에 적용된다.
다만 GTX-C는 실시협약이 2023년 8월 체결되면서 수혜를 받지 못했다. 조건을 적용 받았다면 사업비의 최대 4.4%를 반영해 2000억원의 공사비 증가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현대건설과 국토부 측은 모두 착공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공사비 협상은 사실상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GTX-C의 금융조건은 사업비 4조6084억원 가운데 3조4000억원가량을 민간에서 조달하는 것이다. 4000억원은 지분투자 방식으로 이뤄지고 2조4000억원은 선순위 대출, 후순위대출 6000억원으로 구성됐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국토부와 시공사가 공사비를 둔 합의를 해야 금융주선사들이 본격적 자금조달을 시작한다"며 "은행은 선·후순위 대출을 포함한 펀드출자 등의 금융지원도 함께 이뤄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