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으로 빚은 시간의 미학 '김병종미술관'[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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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시내에서 차로 10여 분 남짓 달리면 요천을 따라 낮은 언덕 위에 자리한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이 나타난다.
멀리서 보면 단정한 콘크리트 건물이지만 가까이 다가설수록 공간은 빛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 미술관은 남원 출신 화가 김병종 화백의 예술세계를 담은 복합 문화공간이다.
회색빛 콘크리트 벽은 단조롭지만 그 위에 걸린 색채의 강렬함이 공간 전체를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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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머무는 건축, 예술이 숨 쉬다
전통의 도시에서 현대미학의 무대
‘여백의 미’로 빚은 시간의 풍경
[남원(전북)=글·사진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남원 시내에서 차로 10여 분 남짓 달리면 요천을 따라 낮은 언덕 위에 자리한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이 나타난다. 멀리서 보면 단정한 콘크리트 건물이지만 가까이 다가설수록 공간은 빛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낮에는 벽이 그림자를 품고, 오후의 햇살은 유리와 철골 사이를 비스듬히 비춘다. 해가 질 무렵이면 외벽은 노을을 받아 붉게 물든다. 건물 그 자체가 하나의 풍경이 되는 순간이다.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빛의 복도’다. 천창(天窓)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이 벽면을 따라 흐르고 벽의 그림자는 시간에 따라 길이를 달리한다. 건물은 하루에 수십 번 다른 얼굴을 내민다. 이 복도는 단순한 동선이 아니라 관람객이 ‘시간의 흐름’을 체험하도록 설계된 건축적 장치다. 김 화백의 작품 주제인 생명과 순환,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건물 전체의 구조 속에 녹아 있다.

야외로 나가면 요천을 내려다보는 전망대가 있다. 계절마다 색이 달라지는 이 언덕 위 풍경은 김 화백의 회화가 품은 ‘시간의 색’을 현실 속으로 옮겨놓은 듯하다. 이곳에서는 미술이 건물 안에 갇혀 있지 않다. 건물과 풍경이 하나가 되고 작품이 자연으로 이어진다.
김병종 화백은 “예술은 결국 공간을 필요로 한다. 그 공간이 곧 예술의 마지막 화폭”이라고 말한 바 있다.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그 말의 실현처럼 존재한다. 예술이 벽에 걸려 있는 것이 아니라, 건물의 구조와 빛의 흐름, 바람의 방향 속에 녹아 있다.
이곳을 찾는 이는 단순히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공간이 그리는 그림’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이 미술관은 남원이라는 도시가 품은 또 하나의 얼굴이다. 전통의 도시 남원이 현대의 언어로 자신을 번역한 결과물. 빛이 건축을 스며들 때, 예술은 비로소 머문다. 그리고 그 빛은 아직도 남원의 하늘 아래 천천히 흘러가고 있다.

강경록 (roc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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