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사가 말하는 '늘봄학교'

조회수 2024. 3. 25. 15: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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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에게 정규수업 시간 외에도 교육과 돌봄을 함께 제공하는 늘봄학교는 ‘늘 봄처럼 따뜻한 학교’의 줄임말입니다. 송린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를 담당하고 있는 박성환 교사는 “늘봄학교는 한 아이를 위해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배움의 터”라고 말하는데요. ‘정책주간지 K-공감’이 박 교사를 만나 늘봄학교 현장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늘봄학교는
꿈을 찾고 성장이 일어나는 곳
경기 화성시 송린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를 담당하고 있는 박성환 교사가 3학년 이효주 (사진 왼쪽), 강민준 학생과 함께 웃고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맞벌이하는 부모는 항상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 마음을 덜게 해주신 늘봄학교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학부모 A씨)

“저희 아이는 낯선 곳에 가는 걸 어려워해요. 그런데 학교처럼 익숙한 장소에서 배우는 건 잘 받아들여서 늘봄학교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학부모 B씨)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송린초등학교 늘봄학교에 참여한 학부모들의 반응입니다. 학부모들의 기대 속에 2024년 3월 첫 주부터 늘봄학교가 시작됐습니다. 초등학생들에게 정규수업 시간 외에도 교육과 돌봄을 함께 제공하는 늘봄학교는 ‘늘 봄처럼 따뜻한 학교’의 줄임말입니다. 초등학교 방과후교육과 돌봄교실을 통합한 늘봄학교는 지역사회와 연계해 아이들의 성장발달에 맞는 여러 활동을 진행합니다. 특히 올해 입학한 1학년은 누구나 늘봄학교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늘봄학교 시작 3일 차인 3월 7일 찾아간 송린초 교실은 오전 8시부터 문이 열렸습니다. 부모의 출근시간에 맞춰 등교하는 아이들을 위한 오전 수업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일찍 학교에 온 아이들이 교실 문 앞에서 서성이지 않도록, 정규수업이 시작할 때까지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늘봄학교는 불을 밝히고 일찌감치 아이들을 맞습니다.

“아침 시간에는 아이들이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놀이체육을 운영합니다. 농구나 줄넘기, 피구 등을 하면서 몸을 풀 수 있게 하죠. 1~3학년과 4~6학년이 하루는 놀이체육, 하루는 디지털·AI 프로그램을 할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송린초에서 늘봄학교를 담당하고 있는 박성환 교사의 말입니다. 현재 송린초는 전체 53학급에 학생 수는 1600명이 넘습니다. 돌봄에 대한 수요도 많습니다. 2023년에는 모집인원의 두 배가 넘는 학생이 돌봄교실에 지원했습니다. 박 교사는 겨울방학 동안 돌봄에 탈락한 학생의 학부모에게 일일이 전화해 이들의 필요를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아침돌봄·오후돌봄·틈새돌봄·저녁돌봄 등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2024년부터 신청자들이 모두 늘봄학교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이날 늘봄학교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교실 밖으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쉴 새 없이 터져나왔습니다.

송린초 늘봄학교 프로그램은 신체발달 프로그램(놀이체육, 치어리딩, 음악줄넘기)부터 정서함양 프로그램(예술로 놀이터, 미술치료, 토탈공예), 창의성 향상 프로그램(컴퓨터·코딩, 드론항공, 로봇과학, 주산암산, 영재큐브, 바둑&체스, 생명과학)까지 다양합니다. 늘봄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은 관심 있는 프로그램이어서인지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흥미로워했습니다.

생명과학 교실에 참여하는 2학년 이시율 학생은 “선생님이 플라나리아는 몸이 잘려도 재생된다고 했는데 실제로 보니 너무 신기하다”고 말했습니다. 체육수업에 참여하는 4학년 윤가은 학생은 “예전에는 학교 끝나면 친구들이 모두 학원에 갔는데 늘봄학교에서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져서 좋다”고 했습니다. 창의성 향상 프로그램을 신청한 6학년 박미나 학생은 “교과 외에 새로운 것들을 배울 수 있어서 재미있다”고 말했습니다.

촘촘하게 설계된 늘봄학교에서 배움에 흥미를 느낀 학생들은 정규수업에도 더욱 마음을 열고 참여하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박 교사는 “늘봄학교는 시공간의 제한을 받지 않고 배움과 성장이 일어나는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교사는 2021년부터 방과후교육을 총괄했습니다. 방과후돌봄 수요를 안전한 공교육의 틀 안에서 흡수할 수 있도록 ‘다함께 꿈터(방과후 연계형 돌봄교실)’를 만들었고 육상부, 치어리딩부 등을 신설해 전국대회에서 수상하는 실적을 거뒀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인정받아 송린초는 2022년 방과후학교 우수사례로 교육부장관상을 받았고 2023년에는 늘봄학교 부문 교육부장관상, 늘봄학교 정책 활성화 경기도교육감 표창 등을 수상했습니다.

Q. 늘봄학교 시행 첫 주다.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

초등학교 입학은 아이들에게 큰 변화입니다. 2024년 늘봄학교의 주요 키워드는 ‘초1 맞춤형’과 ‘원하는 초등학교 1학년 누구나’입니다. 2023년 늘봄학교를 시범운영하면서 입학 초기 적응 기간에 초1 에듀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그 노하우를 2024년에도 적용했습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1학년 학생들은 학교에 오는 걸 즐거워합니다. 늘봄학교라는 완충지대가 있어서 학교를 덜 어려워합니다. 체육이나 놀이시간을 통해 먼저 친구들이나 선생님과 친밀해지다 보니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습니다.

Q. 1학년 늘봄학교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성했나?

초1 맞춤형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1학년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보니 정서적 안정이었습니다. 수도권 소재 대학교 늘봄사업단과 연계해 음악치료·미술치료 프로그램을 일반 학생 대상으로 운영해봤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정서적 장애나 어려움이 있는 친구뿐 아니라 모든 학생에게 필요한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음악과 미술로 정서가 순화되는 걸 볼 수 있었고 학부모의 만족도도 높았습니다. 어른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운동을 한다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 등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소하지만 아이들은 대개 방법을 모릅니다. 초등 1학년부터 자신의 감정을 올바른 방법으로 배출하고 소화할 수 있다면 일탈이나 폭력 예방 등 잠재적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Q. 정서뿐 아니라 신체발달 프로그램도 있다고?

초1 맞춤형은 정적 활동을 주로 하는 ‘정서&창의놀이’ 프로그램과 동적 활동을 주로 하는 ‘바른체형&성장댄스’ 프로그램으로 전인교육을 지원합니다. 수업을 짤 때 지역 에어로빅·힙합 협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학생들이 학교에서 신나게 신체활동을 하면서 건강하게 성장해나가기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좋을지 자문을 구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10분만 걸어도 힘들어한다. 그리고 걷는 자세도 구부정해 안 좋은 자세가 평생 가는 경우가 많다. 초등 1학년 성장기부터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기초 습관부터 가르쳐야 한다”는 조언을 얻어 에어로빅·힙합 종목의 전문가와 함께 바른체형&성장댄스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초1 맞춤형 프로그램 중에는 ‘융합과학’과 ‘바른체형&성장댄스’ 수업이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Q. 늘봄학교 강사는 어떻게 채용하나?

우리 학교는 개교(2018년)부터 방과후돌봄교실을 운영했습니다. 반응이 좋았던 수업의 인력풀을 확장하고 지역사회단체의 도움을 얻기도 했습니다. 늘봄학교 프로그램은 기존 수익자 부담의 방과후학교와 달리 무료로 운영됩니다.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대학 산학협력단·늘봄사업단, 지역 및 예체능 협회·기관 등과의 연계 사업으로 강사, 교재, 교구 등이 지원되다보니 학생들에게 무료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학교와 기관 간의 상생 작용도 있습니다. 강사 채용 절차와 비용 지급 등 행정 부분에서 교원의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지원 기관에서는 강사 지원 등으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합니다. 더욱이 무료이니 저소득층 학생들도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고 학부모는 사교육비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Q. 늘봄학교와 방과후학교의 가장 큰 차이는 뭔가?

현재 전교생이 1600명이 넘습니다. 한 분기에 방과후학교 신청자만 500명이 넘었습니다. 인기가 많은 방과후학교는 추첨제로 운영해 탈락하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경쟁이 높은 치어리딩반의 경우 한 번 떨어지면 1년 동안 다시 지원할 수 없었습니다. 늘봄학교는 이런 단점을 해소했습니다. 늘봄학교는 원하는 학생 누구나 수강할 수 있습니다.

Q. 치어리딩반은 만들어진 지 2년 만에 전국대회에서 수상했다.

2023년 경기도교육감기 스포츠클럽축제 치어리딩 대회에서 1위를 기록했습니다. 또 전국 스포츠클럽축전 치어리딩 대회 페어플레이 교육부장관상도 받았습니다. 아이들의 팀워크는 물론 성취감도 높아졌습니다. 이 사례가 2023년 늘봄학교 부문 교육부장관상 수상으로 이어졌습니다. 가장 보람 있는 건 아이들의 반응입니다. 두 대회에 모두 참가했던 한 학생은 대회를 준비하면서 치어리딩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찾았다고 했습니다. 늘봄학교가 단지 시간을 때우는 곳이 아니라 꿈을 찾고 재능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Q. 치어리딩반 강사가 송린초 학부모라고 들었다.

학생들과 함께 대회를 준비했던 치어리딩 강사 손연희 선생님은 방과후 강사로 학교와 연을 맺었습니다. 2024 아시아선수권 치어리딩 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고 세 아이를 둔 학부모이기도 합니다. 아이들도 송린초에 다닙니다. 이렇게 우리 학교 학부모면서 강사로 활동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학부모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아이들을 더 정성으로 가르칩니다.

Q. 늘봄학교를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학부모가 있다면?

한 학부모로부터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맞벌이를 해서 다른 엄마처럼 오랜 시간 곁에 있어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선생님께서 정말 큰일을 하고 계신 것을 학부모님들은 다 알아요. 미안한 마음을 덜게 해주시는 학교와 담당 선생님, 강사분께 늘 감사드립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안고 사는 학부모도 역시 마음의 돌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Q. 앞으로 늘봄학교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개학하자마자 교무실로 한 학부모가 찾아왔습니다. 아이가 인근 학교에 입학하려 했는데 송린초가 개학과 동시에 늘봄학교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전학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당장 하교 시간 이후 돌봄 공백이 발생해 해당 학교의 늘봄 계획 수립을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한부모가족인 데다 아침 일찍 출근하고 오후에 퇴근해 늘봄학교가 꼭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어떤 가정은 늘봄학교가 절실합니다. 소외받는 가정·지역 없이 희망하는 모든 학생이, 모든 학교에서 양질의 늘봄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오후 9시, 송린초의 늘봄학교가 문을 닫는 시간입니다. 저녁 돌봄이 끝나는 7시부터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다함께돌봄센터가 아이들과 함께합니다. 박 교사는 “늘봄학교는 한 아이를 위해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배움의 터”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경기 화성시의 출생아 수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많습니다. 2023년 화성시의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경기도 평균 0.77명, 전국 평균 0.72명보다 높습니다. 늘봄학교가 그 아이들의 든든한 성장터가 돼준다면 출산율은 상승곡선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일생을 계절로 나눈다면 초등학교 기간은 봄에 해당합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늘 따뜻하고 활기찬 봄이 되기 바라는 것은 교사도 강사도 학부모도 한마음입니다.


[인터뷰] 송린초등학교 늘봄학교 이주린 강사

“학교는 안전하고 따뜻한 곳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

“지금부터 숫자를 셀 거예요. 10까지는 다 함께 세고 그다음부터는 속으로 세는 겁니다.”

“1, 2, 3, 4, 5, 6, 7, 8, 9, 10, 쉿!”

교실에 순식간에 정적이 흐릅니다. 늘봄학교 ‘주산암산’ 시간. 주판알을 튀기며 까르르 웃던 아이들이 집중해서 속으로 숫자를 세기 시작합니다.

늘봄학교에는 방과 후 학원에 가지 않아도 안전한 학교 안에서 우수한 강사들과 함께 다양한 교육과 경험을 쌓을 수 있습니다. 송린초 늘봄학교에 ‘초1 맞춤형 정서 & 창의놀이’ 강사로 참여하고 있는 이주린 씨는 “늘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Q. 늘봄학교에 참여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나는 유치원 정교사였습니다.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됐다가 아이를 송린초에 보내면서 방과후학교 강사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아이가 생활하는 학교에서 강사를 하니 학부모와 교사의 마음을 모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늘 걱정됩니다. 학교에 처음 입학한 1학년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오후까지 돌봄을 제공하는 반면 학교는 오후 1시면 마칩니다. 이후 돌봄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학부모의 육아휴직이 아이가 1학년일 때 많아지는 이유입니다. 수업 후 늘봄학교에 보낸 1학년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교가 ‘안전하고 따뜻한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Q. 1학년 아이들의 반응은 어떤가?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학교에 오면 일단 건물이 너무 크고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만나 주눅이 들게 됩니다.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수준이 높아져서 버겁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아이들이 학교에 적응할 수 있는 중간다리 역할이 필요합니다. 수업도 유치원에서 학교로 넘어갈 수 있는 기초연계 수업을 많이 진행합니다. 아이들도 정규수업에서는 긴장하다가 늘봄학교에 오면 한결 편안해 합니다. 많이 웃고 밝아지는 아이들을 보면 늘봄학교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Q. 늘봄학교를 통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나는 강사인 동시에 학부모입니다. 아이들이 ‘학교는 재밌는 곳이구나’, ‘안전하고 쾌적한 곳이구나’, ‘내일 또 가고 싶다’고 느낀다면 강사로서도 학부모로서도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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