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째 누락·3천명이 48명 둔갑..간접고용 '엉터리 자율공시'

박태우 2022. 9. 2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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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법인 소속·특고 노동자 등 누락..제도 한계
배달라이더, 웹툰작가, 대리운전 기사 등이 모인 ‘플랫폼노동희망찾기’ 회원들이 28일 오후 국회 앞에서 ‘접속! 플랫폼월드, 우리의 노동을 잇다’라는 주제로 플랫폼노동자대회를 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플랫폼기업에게 노동법 상의 사용자 책임 부여, 폴랫폼노동자 생활임금 보장, 알고리즘 설명, 사회보험 적용, 안전하게 일할 권리 등을 요구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여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옥포조선소 점거 농성은 원청과 하청 간 임금과 노동조건의 격차가 벌어진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대한민국의 노동자들은 같은 일을 하더라도 원청·하청, 정규직·비정규직 여부에 따라 임금·노동조건이 확연하게 달라진다. 정부는 기업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게 하려고 2014년부터 고용형태공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상시 고용 노동자 300인 이상 기업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만 공시 대상에 포함되고, 공시 누락을 제재할 수단도 없어 제도 효과가 발휘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겨레>는 공시 첫해 자산총액 상위 10대 기업집단 노동자 열에 셋이 간접고용이라고 보도했는데, 올해 다시 공시 대상인 300인 이상 3687곳의 원자료를 입수해 76대 대기업집단과 10대 대기업집단의 ‘질 낮은 일자리’ 비중이 여전히 과도하게 높다는 것, 정부가 대기업에서부터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의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씨제이(CJ)대한통운은 국내 택배업계 1위 기업이다. <한겨레>가 지난달 말 고용노동부 고용형태공시 자료를 확인해보니, 씨제이대한통운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건설부문만 공시했다. 택배를 비롯해 고용인원이 훨씬 많은 비건설 사업부문의 직·간접 고용형태를 통째로 누락한 ‘오공시’였다. <한겨레>가 미공시 사유 취재에 나서자 씨제이대한통운은 이달 중순 직접고용 5954명, 간접고용 노동자 2만2548명을 포함한 고용형태를 재공시했다. 완성차 생산공정에 사내하청 노동자를 둔 기아도 애초 간접고용이 48명에 불과하다고 공시했으나, 취재 과정에서 3003명으로 재공시했다. 이에 대해 두 회사 모두 “담당자의 착오로 잘못 공시된 것으로 고의로 누락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오공시·부실공시한 기업 불이익 없어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부터 3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고용형태공시제를 시행했다. 상시노동자를 300인 이상 고용한 기업에게 매년 3월31일 기준 직접고용한 정규직(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기간제·단시간노동자와 간접고용(소속외노동자)한 파견·용역·도급계약 인원을 공시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일자리의 질이 낮은 비정규직·간접고용 규모를 기업 스스로 밝히고 이를 국민이 확인하고 감시하도록 하면, 기업이 고용 관행을 개선하리라는 기대가 컸다. 이 때문에 도입 논의 당시 비정규직·간접고용 규모가 큰 기업의 반발이 컸다.

하지만 오공시·부실공시를 확인하기 어려운 제도 운용 탓에 애초 취지에 한발짝도 다가서지 못했다. 가령 <한겨레>가 자산총액 상위 10대 기업집단의 간접고용 비율을 분석한 결과 2014년 30.6%에서 올해 30.5%로 사실상 변화가 없었다. 고용노동부는 매년 7월 규모별·업종별 고용형태공시 현황을 종합해 발표하는데, 씨제이대한통운이나 기아 같은 기업의 오공시는 전체 통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율공시를 기본으로 하는 탓에 기업이 오공시로 인해 받는 불이익은 전혀 없다. 노동부 관계자는 “올해부터 오공시를 보정하기 위해 샘플조사를 시행해 공시를 잘못한 기업은 공시를 보정하도록 하고 있다”며 “오공시 제재 방안과 관련해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고·신설법인은 통계 누락

제도 자체의 문제에서 비롯된 통계 누락도 있다. 고용노동부는 전년도 상시근로자수 300명 이상 기업에만 공시 의무를 부과하고 있어, 신설 법인은 고용 규모가 커도 공시 의무가 없다. 예를 들어 지난 3월1일 법인이 사업부문 ‘포스코’(신설법인)와 지주부문 ‘포스코홀딩스’(존속법인)로 분할된 포스코는 공시 대상이 아니다. 신설법인 포스코는 직접고용 1만7772명과 간접고용 1만8993명으로 전체 고용규모 7위에 해당하는데 올해 통계에서 빠졌다.

도급·위탁계약형태로 기업에 노무를 제공하는 특수고용노동자 역시 원칙적으로 공시 의무가 없고, 기업이 자의적으로 공시 여부를 정한다. 고용형태공시의 근거 법률인 고용정책기본법에서 공시 대상을 ‘근로자’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씨제이대한통운은 대리점 택배기사를 간접고용 노동자로 공시한 반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택배기사를 빼고 공시했다. 배민라이더스·커넥트 등 음식배달 플랫폼을 운영하는 ‘우아한청년들’은 배달기사가 수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시된 간접고용은 380명에 그쳤다. 대리운전·퀵서비스 등 플랫폼을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도 간접고용 노동자가 0명이라고 공시했다.

노동계에서는 특수고용노동자도 적정한 기준을 정해 공시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사회학)은 “기업들이 특수고용노동자를 사용하는 것도 ‘고용을 창출했다’고 주장하는 만큼, 고용형태공시에도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고용·산재보험 가입자 숫자 등 적정한 기준을 정해 공시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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