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가 시체가 되어 돌아온다면? 여전히 그들은 우리 가족일까?

조회 4,0522025. 1. 27.
▲ 영화 '언데드 다루는 법' ⓒ 판씨네마(주)

오슬로의 한 여름날, 도시 전체를 뒤덮은 원인불명의 정전 사태가 발생한다.

이 기이한 현상과 함께 최근 사망한 이들이 무덤에서 깨어나기 시작하는데, 영화 <언데드 다루는 법>은 초자연적 사건을 겪는 세 가족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첫 번째 이야기의 중심에는 손자 '엘리아스'를 잃고 깊은 상실감에 빠진 '말러'(비욘 선드퀴스트)와 그의 딸 '안나'(레나테 레인스베)가 있다.

매일 아침 우울증에 빠진 딸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말러'는 어느 날 묘지를 찾았다가 원인 모를 두통을 겪은 후, 손자의 무덤에서 이상한 움직임을 감지한다.

그가 무덤을 파헤치자 이미 부패가 진행된 '엘리아스'(데니스 외스트비 루드)의 시신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식당에서 일하던 '안나'는 정전 사태를 겪은 후, 집으로 돌아와 죽은 아들과 재회하게 된다.

두 번째 이야기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코미디언 '데이빗'(앤더스 다니엘슨 리)의 가족에 관한 것이다.

막내아들 '키안'(키안 한센)의 생일 선물로 토끼를 사러 나갔던 아내 '에바'(바하르 파르스)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병원에서 절망에 빠져있던 '데이빗' 앞에서 '에바'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한다.

사춘기 반항아 '플로라'(이네사 다크스타)와 어린 '키안'을 둔 '데이빗'은 되살아난 아내와 함께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마지막 이야기는 반려자 '엘리자베트'(올가 다마니)의 장례식을 마친 노부인 '토라'(벤테 뵈르숨)에 대한 것이다.

조문객 하나 없이 쓸쓸히 치른 장례식 후, 그날 밤 '토라'는 부엌에서 '엘리자베트'와 재회한다.

숨만 쉬고 있을 뿐인 '언데드' 상태의 '엘리자베트'를 돌보면서도,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는 반려자를 보며 '토라'는 점점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언데드 다루는 법>은 테아 히비스텐달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최근 세상을 떠난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걸작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년)를 보고 처음으로 영화라는 세계에 눈을 떴다고.

여섯 번이나 연속으로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관람한 테아 히비스텐달은 감독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경험한 뒤 결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연출가로의 길만 걸어왔다.

단편 영화와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며 SXSW, 시체스 영화제와 같은 유수 영화제에서도 많은 상을 받은 테아 히비스텐달은 강렬한 비주얼과 창의적이고 날카로운 스토리텔링을 특징으로 내세우며, 노르웨이를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하는 비주얼리스트로 자리 잡았다.

<언데드 다루는 법>은 영화로 재탄생되어 전 세계 관객들로부터 수많은 호평과 사랑을 받았던 소설 <렛미인>과 단편 <경계선>의 작가 욘 A.린드크비스트가 쓴 두 번째 장편 소설이자 베스트셀러인 동명의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작가 욘 A.린드크비스트는 전작 <렛미인>에서 전통적인 장르 관습을 거스르는 뱀파이어 캐릭터를 탄생시키고, <경계선>에서는 북유럽 신화 속 존재였던 트롤을 현대사회로 데려와 색다른 이야기를 펼쳤던 것처럼 그가 쓴 <언데드 다루는 법>은 좀비라는 익숙한 소재를 사용하여 삶과 죽음의 경계, 사랑하는 이를 상실하는 과정과 그 슬픔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대해 그만의 관점으로 해석했다.

테아 히비스텐달 감독은 세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하는 이를 잃은 후의 슬픔과 예상치 못한 재회가 가져오는 복잡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감독은 <사랑할 떈 누구나 최악이 된다>(2021년)의 폴 울빅 로크세스 촬영감독과 의논해 35mm 카메라로 모든 캐릭터들의 감정 상태를 포착하기로 했다.

또한 '언데드'들이 단순히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장면과 각도에 따라 관심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로 느껴지도록 고심했다고 전한다.

무엇보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움직임이 보다 사실적으로 느껴지도록 병리학자, 장의사, 묘지 관리인, 무브먼트 코치 등과 함께 '언데드'들의 보디랭귀지를 연구하기도 했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레나테 레인스베는 <언데드 다루는 법>에서 아들을 잃은 엄마 '안나'를 맡아 절절한 모성애와 눈물 연기를 선보이며 다시 한번 연기의 지평을 넓혔다는 호평을 얻었다.

원작 작가인 욘 A.린드크비스트의 오랜 팬으로 <렛 미 인>을 감명 깊게 보았다고 전한 배우 레나테 레인스베는 오디션 장에서 리허설을 할 때 '안나'의 대사가 너무나 슬프고 가슴이 아파서 읽기 어려울 정도였다는 후일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그렇게 <언데드 다루는 법>은 '노르웨이의 오스카'로 불리는 아만다상에서 촬영, 미술, 분장, 사운드 등 4개 부문을 수상했으며,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까지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공포영화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사랑과 상실, 그리고 받아들임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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