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상 권한없는 장형진, 적대적 M&A로 영풍에 손해끼쳐" 배임 고발
"장형진 사익 위해 고려아연 지분 MBK에 넘겨"
고려아연·영풍정밀 및 영풍 주주들과 공동 대응
영풍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의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가운데 고려아연의 반격이 시작됐다.
18일 고려아연은 고려아연, 영풍정밀 및 영풍의 주주들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MBK파트너스와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을 포함한 영풍 경영진에 대해 법적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이번 공개매수는 영풍 등에 막대한 손해를 끼칠뿐 아니라 대표이사 전원 구속상태에서 공개매수를 결정하고 이에 가담한 장형진 영풍 고문, 사외이사 등에게 업무상 배임, 손해배상청구 등 엄중한 민형사 책임 물을 것"이라고 했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위해 체결한 주주간계약(경영협력계약)이 영풍 회사 차원에서 손해를 입게 되는 반면, 그 이익은 고스란히 MBK파트너스에 넘어간다는 점에서 결국 영풍 전체 주주들에 막대한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3일 영풍은 고려아연에 대한 경영권 강화를 목적으로 MBK파트너스가 설립한 투자목적회사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이하 MBK파트너스)와 주주간계약에 해당되는 이른바 경영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 간 계약에 따라 영풍과 장형진 고문, 그 특수관계인(장씨 일가)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사실상 MBK에 넘기고 영풍이 보유하는 고려아연 주식에 대해 콜옵션과 처분권한 또한 넘김으로써 사실상 영풍의 대부분의 자산을 처분했다.
해당 계약에 따라 영풍은 10년간 고려아연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없고 10년이 경과한 이후에는 MBK파트너스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영풍이 보유한 사실상 가장 가치있는 재산인 고려아연 지분 절반 이상을 처분하는 내용 등의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하면서 적법하고 정당한 경영판단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영풍의 개별기준 자산총액은 2조3000억원(연결기준 자산총액은 5조 5838억원) 이다.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의 주식 가치는 공개매수 가격 66만원 기준으로 3조 4774억원에 달한다.
고려아연은 "이러한 자산을 영풍이 MBK에 모두 넘기고 그 이익 또한 MBK파트너스가 얻도록 한 것은 상장법인 영풍에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중대한 위법행위에 해당될 수 있으므로 장형진 및 영풍의 이사들은 업무상 배임 등 형사책임과 손해배상 등 민사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면서 "이는 영풍이란 회사의 이익이 아닌 오로지 고려아연 경영권을 찬탈하려는 장형진과 그 일가를 위한 불법행위였음을 반증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영풍에 대한 경영상 권한이 없는 장형진 고문을 위한 의사결정이라고도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고려아연의 대주주는 주식회사 영풍이며, 영풍에 대한 아무런 경영상 권한이 없는 장형진 고문이 아니"라면서 "장형진 고문은 영풍의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일원이 아닌데도 '대주주의 역할'을 운운하며 이번 공개매수가 자신의 결정임을 자인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장형진 고문이 공개매수를 언론에 알리며 '3세에까지 지분이 잘게 쪼개지고 승계된 상태에서 그들이 공동경영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적절하지도 않다'고 밝힌 점을 짚으며, "영풍의 전체 주주들을 위한 것이 아닌 영풍 기업집단의 동일인인 장형진 고문 일가를 위한 결정이었음을 스스로 밝힌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석포제련소 사망사고 등 각종 중대재해로 대표이사 2명이 동시에 구속돼 있어 영풍 이사회에는 3명의 사외이사들만 남아있는 상황에서 회사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영풍의 사외이사들 역시 이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자사와 영풍 및 영풍정밀 주주들이 이번 위법 및 부당한 공개매수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이사회의사록 열람등사 청구, 회계장부 열람등사 청구, 위법행위 유지청구 및 경영협력계약이 무효임을 확인하는 내용의 각종 가처분, 영풍 경영진에 대한 대표소송 등 모든 가능한 법적 절차를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고려아연은 "장형진 고문을 포함한 영풍 이사 및 경영진을 포함해 이번 공개매수에 가담한 자들에 대한 엄중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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