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치백 무덤 한국에서 성공한 현대의 첫 차! 이상하게 완벽했던 1세대 모델
i30는 탑재된 'GDi 엔진'들이 말썽을 일으키면서 재조명받기도 했습니다. 주력인 1.6리터 가솔린 모델은 넉넉하지는 않지만, 일상 주행에서 딱히 모자라지도 않은 무난한 힘을 제공했습니다, 1.6리터 디젤은 소음과 진동이 큰 게 단점이었지만, 경쾌한 가속감과 뛰어난 연비로 상쇄했고, 2.0리터 모델은 으레 그렇듯 판매량이 저조했습니다. 애초에 유럽 수출을 목적으로 만들어 진 만큼 '폭스바겐 골프', '오펠 아스트라' 등 유럽 경쟁차와 견줄 만한 탄탄한 서스펜션과 하체 세팅으로 경쟁차 대비 안정적인 주행 감각을 선보인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당시 경쟁차 들이 안락한 승차감을 추구하는 세단 일색이었기 때문에 이 점이 더 돋보였죠. 아반떼 HD와 마찬가지로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적용한 것도 이후 등장한 기아 '포르테', GM 대우 '라세티 프리미어', 르노 삼성의 '뉴 SM3'가 '후륜 토션빔'을 넣은 것과 비교해 우세한 부분이었죠.
특히 2.0리터 수동 모델은 단종된 '아반떼 XD 레이싱'의 자리를 이어받아 자동차 마니아들의 입문용 차량으로 환영받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서킷에서 종종 보일 만큼 훌륭한 내구성을 자랑하고 있어요. 높은 시트 포지션으로 주행 시야가 시원했고, 짧은 차체로 주차가 편리한 것도 장점이었는데요. 승차감은 탄탄을 넘어, 딱딱한 편이었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습니다.
'NVH'도 차급에 충실했기 때문에 시속 100km만 넘어가도 뒷좌석 승객과는 대화가 어려울 정도였어요. 또 애매한 변속기의 기어비로 고속 주행 시, 오히려 떨어지는 연비, 나중에야 불거진 '전자식 스티어링 휠', 'MDPS' 문제 같은 결함까지 아반떼와 그대로 공유했습니다. 이 밖에도 나이를 먹으면서 '프론트 케이스'에서 엔진오일이 새어 나오는 것과 조수석 창문이 유난히 늦게 올라가는 고질병이 있으니, 중고차 구매하실 분은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2008년에는 차체를 늘려 더욱 넉넉한 적재 공간을 마련한 왜건형 모델 'i30CW'를 출시했습니다. 해치백 i30가 실용적이기는 했지만, 많은 짐을 적재하기 위해서는 결국 뒷좌석을 접어야만 했다면, 이 'i30CW'는 뒷좌석을 접지 않아도 웬만한 SUV 부럽지 않은 짐 공간을 제공했습니다.
포지션으로는 오래전 사라진 '아반떼 투어링'이나 판매 부진 단종된 소형 MPV, '라비타'의 뒤를 잇는 모델이기도 했죠. 외형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전면부 디자인이 동일했기 때문에 마주 오는 차를 보고 알아채기는 쉽지 않았고 길어진 측면과 좀 더 수직에 가까운 후면을 봐야 구분이 가능했습니다.
세로로 길쭉한 리어램프 디자인도 해치백과 비슷했기 때문에 이질감이 크지 않았죠. 이 밖에 지붕의 루프랙을 날아 '크로스오버 스타일'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보통 가지치기 모델을 만들 때, 후륜 이후의 차체만 늘리는 게 대부분인 데 비해, 'i30CW'는 휠 베이스까지 늘려 기본형 'i30'와 비교해, 겉보기에 어색함이 적었고 뒷좌석 공간도 더 넓었죠. 때문에 어린 자녀를 둔 소비자들이 패밀리카로 사용해도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기본형 모델과의 가격 차이는 80만 원 선으로 격차가 크지는 않았지만, 늘어난 무게로 인해 해치백에서는 무난했던 힘과 연비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많은 인기를 끌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보기 드문 준중형 왜건이었기 때문에 레저 수요가 높아진 최근 중고차 시장에서는 '내놓으면 팔리는 차' 중에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디젤과 2.0리터 모델의 인기가 높죠. 유럽형 모델이었지만 '엘란트라 투어링'이라는 이름으로 이 'CW' 모델만 북미 시장에 판매되기도 했습니다.
2010년에는 연식 변경 모델을 출시했는데, 아반떼 HD와 마찬가지로 블랙 베젤 헤드램프, 16인치 휠을 어둡게 도색한 것 외에는 기존 모델과 차이가 없었고요. 실내 역시 '순간 연비', '평균 연비' 기능이 추가된 계기판과 '하이패스 룸미러'를 제외하면 달라진 부분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아반떼는 DMB 내비게이션까지 넣어주더니 i30는 수출형엔 버젓이 넣었던 블루투스 오디오를 끝까지 넣지 않아 편의성 면에서 아쉬움이 남았죠. 나중에야 '튜익스 내비게이션'이라는 악세서리 내비게이션을 추가하기는 했는데 만족스럽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최상의 트림에만 제공됐던 '차체 자세 제어 장치', 'VDC'가 기본 적용됐고 사이드 커튼 에어백을 전 트림 선택 가능하게 한 것은 좋은 부분이었습니다.
주력인 1.6리터 엔진을 개선해 출력과 연비를 끌어올린 것도 장점이었죠. 아무리 해도 이 연비가 안 나온다는 게 문제지... 이후 2011년, '유로 5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는 개선형 'U2 디젤 엔진'을 탑재한 연식 변경 모델을 또 한 번 내놨습니다. 'DPF'가 들어가 구형 디젤차 들이 부담했던 환경 개선 부담금이 면제됐고, 출력과 연비 모두 개선돼 평가가 상당히 좋았죠. 소소한 결함이 모두 잡힌 끝물 차량인 데다가 좋은 평가를 받는 엔진까지 장착되어 있어, 지금도 중고 시장에서 이 디젤 모델을 원하는 분들이 꽤 많아요.
1세대 i30는 해치백 불모지였던 국내 시장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뽐냈습니다. 적절한 차급과 적절한 만듦새, 적절한 가격 3박자가 어우러지면서 출시 이듬해인 2008년, 국내에만 무려 3만 대가 넘게 판매되며 좋은 성적을 거뒀죠.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톱스타 반열에 오른 배우 임수정을 모델로 중독성 있는 CM송을 더해 만든 산뜻한 분위기의 광고가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데 한몫했고, 아반떼의 붕어 같은 디자인과 보수적인 이미지에 거부감을 느낀 일부 소비자들, 그중에서도 여성 고객들이 선호했습니다. 그래서인지 'i30' 하면 번듯한 직장을 가진 '젊은 커리어 우먼'을 상징하는 잣처럼 느껴졌어요.
물론 그전에도 해치백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죠. 기아차에서는 유럽 전략 차종인 '씨드'를 들여오는 대신, '쎄라토'의 가지치기 모델인 '쎄라토 유로'를 내놨고, GM 대우에서는 단아한 디자인의 테라스 해치백 '라세티 5 도어'를 판매하고 있었지만 쎄라토는 세단을 억지로 기워 만든듯 어색한 모양새 때문에, 라세티는 '오래된 차'라 힘을 못 쓰고 있었죠.
이 밖에도 역사 깊은 '프라이드 해치백'과 현대 '클릭', GM 대우 '칼로스' 같은 소형 해치백이 있었고, 이들 역시 꽤 괜찮은 모델이었지만 경차와 별 차이 없는 '값싸고 저렴한 차'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같은 차급의 세단 모델보다 판매량이 훨씬 저조해, 대부분의 물량은 유럽 같은 해외시장 몫이었어요.
그래서 i30의 성공은 '해치백'이라는 장르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인식을 개선한 것에도 그 의미가 있는 차였습니다. 덕분에 다른 국산 해치백의 판매량이 동반 상승한 것은 물론, '폭스바겐 골프'나 '푸조 307', '벤츠 My B' 같은 수입 해치백이 덩달아 인기를 끌기도 했죠. 이 i30의 존재 목적이었던 유럽 시장 공략도 성공적이었습니다. 2007년 출시 첫해, 2만 2천여 대를 시작으로 이후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2011년에는 무려 11만 대의 성과를 기록했어요. 처음 진출하는 차급이었음에도 가격 대비 높은 완성도로 자동차 전문 매체와 현지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마치 외국 업체가 내놓은 김치가 꽤 맛이 좋아서 잘 팔리는 느낌이었을까요? 유럽 내 현대차의 인식을 끌어올리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어요. 덕분에 이후 출시된 'i10'과 'i20', 'i40', 신형 '투싼' 등의 판매량을 견인하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실제로 i30가 본격적으로 판매된 2008년 이후, 현대차의 유럽 내 판매량이 비약적으로 상승했죠. 작은 해치백이었지만 회사의 무거운 기대를 짊어질 만큼 단단하게 만들어 진 차였습니다. - 2부에서 이어집니다.
- 멜론머스크의 이용허락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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