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버닝썬’ 같은 준강간 연간 1천건…절반은 무혐의

임재희 기자 2024. 10. 1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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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사건'처럼 항거할 수 없는 피해자에게 성폭력을 저지르는 준강간 범죄가 해마다 1천여건가량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은 무혐의로 불송치 결정됐는데, 범죄 특성을 고려해 검찰이 수사 초기 적극적으로 증거 수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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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입증 어려운 강간 약물 특성 고려
경찰이 영상감정 등 입증 적극 나서야”
대법원이 만취한 여성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에게 무죄를 확정한 지난해 4월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준강간사건의정의로운판결을위한공대위 관계자들이 대법원 판결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버닝썬 사건’처럼 항거할 수 없는 피해자에게 성폭력을 저지르는 준강간 범죄가 해마다 1천여건가량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은 무혐의로 불송치 결정됐는데, 범죄 특성을 고려해 검찰이 수사 초기 적극적으로 증거 수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준강간 범죄 현황을 보면, 준강간 범죄는 2020년 1134건, 2021년 1055건, 2022년 1093건, 지난해 1004건으로 4년간 한 해 평균 1071.5건 발생했다. 이 기간 경찰이 검거한 인원은 연평균 1136.5명이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는 603건의 준강간 범죄가 발생했으며 627명이 붙잡혔다. 준강간은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 또는 추행하는 성범죄다.

준강간 범죄 3건 중 1건은 서울에서 발생했다. 2020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준강간으로 검거된 4743건 가운데 1559건(32.9%)이 서울에서 일어났다. 서울시 안에서도 클럽이나 유흥주점이 많은 강남·마포·관악·서초·송파 등 5개 경찰서에서 검거한 건수만 637건이다.

그러나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해도 수사를 거쳐 검찰로 송치된 사건의 비율은 절반 안팎에 그쳤다. 검거 뒤 송치된 가해자 비율은 2020년 55.4%에서 2021년 58.9%로 올라갔다가, 지난해엔 48.8%였다. 절반 안팎이 무혐의로 정리됐다는 뜻이다. 구속 비율은 5% 안팎이었다.

준강간 범죄의 심각성은 약을 물이나 술에 타는 등의 방법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지난 2018년 버닝썬 사건으로 알려졌다. 이들 범죄는 피해자가 범죄 상황을 기억하기 힘들고 약물이 짧은 시간에 체외로 배출된다는 특성 때문에, 경찰의 적극적인 수사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불송치율이 절반에 달하고, 구속률 역시 5% 수준에 그치면서 경찰 대응이 미온적인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준강간 범죄에서 피해자는 기억이 없거나 조각난 탓에 가해자가 증언이나 정황 자료를 많이 제출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서사를 주도한다”며 “가해자 주장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수사 초기에 많이 확보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국립수사과학원에 약물 사용 성범죄로 감정 의뢰된 건수는 2020년 1565건에서 2021년 1619건으로 늘었다가, 2022년 1516건, 지난해 1405건으로 줄었다. 2021년에 견줘 지난해 13.7% 줄어든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경찰청이 검거한 클럽·유흥주점 마약사범은 4.3배 증가했고, 압수한 클럽 내 마약도 같은 기간 약 271㎏에서 357㎏으로 늘었다.

용혜인 의원은 “피해를 입증하기 어려운 강간 약물 특성을 고려해 경찰이 영상감정 등 다방면으로 적극적인 피해 입증에 나서야 한다”며 “피해자가 조심해야 한다는 통념에서 벗어나 피의자 진술을 수사 과정에서 검증하고, 동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강간죄 구성 요건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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