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이틀만에 세계 2위를 하며 '제2의 오징어 게임' 기대되는 韓 작품

넷플릭스 '꿀알바' 리뷰

‘단 하루 근무에 수백만 원, 최저시급의 수십 배를 보장한다.’ 취업 절벽과 생활고의 벼랑 끝에 내몰린 2030 청년 세대에게 이보다 매혹적인 유혹이 또 있을까.

넷플릭스가 지난 10월 30일 전 세계에 전편 동시 공개한 오리지널 시리즈 ‘꿀알바’는 바로 이 지독하게 현실적인 청춘의 빈곤을 비틀린 장르적 상상력과 결합해 완성한 판타지 미스터리 호러물이다.

‘D.P.’와 ‘약한영웅 Class 1’을 통해 청년들의 처절한 생존기를 독보적인 질감으로 빚어냈던 한준희 총괄 크리에이터와 독립영화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로 신선한 감각을 뽐냈던 김다민 감독이 의기투합했다는 소식만으로도 제작 단계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

베일을 벗은 ‘꿀알바’는 미스터리 직업소개소 ‘거미인력’을 축으로, 일확천금의 대가를 바라고 찾아온 구직자들이 목숨을 담보로 한 기괴한 심야 단기 노동 현장에 투입되면서 겪는 악몽을 그린다.

편의점 야간 검수, 심야 폐건물 순찰, 고저택 유품 정리 등 우리에게 친숙한 아르바이트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상식을 거스르는 초자연적 공포와 섬뜩한 규칙(룰)의 세계가 펼쳐진다.

현실의 밥벌이가 지닌 처절함과 인터넷 괴담 문화의 결합이라는 발칙한 착상은 출발부터 시청자들의 멱살을 잡고 극 안으로 끌고 들어간다.

가장 돋보이는 미덕은 단연 ‘영리한 포맷의 승리’다. ‘꿀알바’는 최근 숏폼 콘텐츠에 익숙해진 대중의 미디어 소비 패턴을 기민하게 포착했다. 불필요하게 서사를 늘어뜨리는 기존 60분 안팎의 K-드라마 틀을 과감하게 깨부수고, 회당 러닝타임을 30~40분 안팎의 콤팩트한 미드폼 형태로 압축했다.

군더더기 서사나 구구절절한 인물 설명은 과감하게 생략한 채, 사건이 터지자마자 곧바로 주인공을 극한의 위험 속으로 밀어 넣는다. 빠른 호흡과 속도감 넘치는 컷 전환, 상황의 긴박함을 극대화하는 편집의 묘미는 러닝타임 내내 높은 긴장감을 유지하게 만든다. 분량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전하고자 하는 상황 묘사와 공포의 완급 조절은 결코 헐겁지 않다.

‘나폴리탄 괴담’이라 불리는 규칙 기반의 인터넷 호러 문법을 영상 언어로 설득력 있게 체화해 낸 세계관의 밀도 역시 탁월하다. ‘소리가 멈추면 5분 안에 검수를 끝낼 것’, ‘거울 속 자신과 눈을 마주치지 말 것’처럼 언뜻 부조리해 보이는 수칙들이 편의점과 낡은 건물이라는 일상적 공간과 결합하며 독특한 장르적 쾌감을 선사한다.

이 기괴한 세계관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설득력을 부여한 일등 공신은 단연 배우들의 호연이다.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은 이재욱은 생계의 벼랑 끝에 몰려 공포와 피로에 찌든 취준생 혁준을 연기하며, 눈빛과 떨리는 손끝 하나만으로도 2030 청춘의 짙은 ‘짠내’를 완벽하게 체화해 냈다.

여기에 전작들에서 주로 시대의 비극과 상처를 짊어진 약자의 모습을 대변해 왔던 김민하의 파격적인 변신이 극의 활력을 배가시킨다. 김민하는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무뚝뚝함 속에 묘하게 터프하고 당찬 카리스마를 녹여내며 시선을 강탈한다.

특히 팍팍한 현실 속에서 툭툭 던지듯 주고받는 이재욱과 김민하의 차진 ‘현실 남매’ 호흡은 서늘한 호러의 공기 속에서도 극에 묵직한 감정적 온기를 불어넣는다.

더불어 매 회차를 풍성하게 채운 배우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1회에서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엉뚱한 대걸레질로 긴장과 폭소를 오가게 만든 최현욱의 특별출연은 단숨에 시청자를 사로잡는 신의 한 수였으며, 짧은 분량 속에서도 번뜩이는 존재감을 남긴 카메오 배우들의 앙상블은 옴니버스 단막극 특유의 묘미를 극대화했다.

그러나 회차를 거듭하며 세계관의 외연을 넓혀가던 작품은 중후반부로 접어들면서 급격하게 추진력을 잃고 덜컹거린다. 초반부의 신선함을 견인했던 옴니버스 단막극의 팽팽한 에너지는, 후반부 거미인력의 거대한 배후를 파헤치는 메인 플롯과 결합하는 과정에서 급격히 힘을 잃는다.

옴니버스 형태로 나열되던 단기 알바들의 비밀과 이를 추적하는 사고조사관 연주(고민시 분), 미스터리한 사장(이희준 분)의 대립각이 본격화되자마자 극은 우리가 숱하게 보아온 전형적인 한국형 음모론 스릴러의 도식적인 틀로 내려앉는다.

가장 아쉬운 지점은 후반부의 뻔한 전개와 교훈주의적 메시지의 과잉이다. 초반의 서늘한 서스펜스는 사라지고 “결국 청년들을 사지로 몬 것은 기성세대의 탐욕과 자본의 횡포”라는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설파하기 시작하면서 극의 긴장감은 맥없이 풀어지고 만다.

결말부에서 제시되는 반전과 해결 방식 역시 장르적 관습을 그대로 답습해 예측 가능한 범위를 단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다. 독창적이고 기괴했던 공포의 정체가 거대 악덕 기업의 비리라는 뻔한 실체로 환원되는 순간, 시청자가 느꼈던 미지의 공포는 급격하게 시시해지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꿀알바’가 한국 장르물 시장에 남긴 성취까지 폄훼할 수는 없다. 청년 고용 불안과 배금주의라는 무거운 현실 이슈를 독창적인 서브컬처 괴담 세계관과 과감하게 접목한 시도는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무엇보다 숏폼 시대에 발맞춰 과감한 다이어트를 감행하면서도 밀도 높은 몰입감을 구현해 낸 포맷의 실험은 향후 OTT 시리즈 제작에 유의미한 이정표를 남겼다. 후반부의 안이한 뒷심이 짙은 아쉬움을 남기지만, 초반부가 보여준 번뜩이는 연출과 배우들의 눈부신 열연은 킬링타임 이상의 가치를 증명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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