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가상자산 리더 한국, 앞으로의 과제는?[비트코인AtoZ]

2024. 10. 1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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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경제신문



체이널리시스는 매년 ‘글로벌 가상자산 도입지수 보고서’를 통해 각국의 가상자산 도입 현황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단순히 시장의 규모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각국의 가상자산이 실제 생활에 얼마나 깊숙이 스며들었는지를 평가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체이널리시스 ‘2024 글로벌 가상자산 도입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가상자산 활동은 2021년의 강세장보다도 더 활발한 모습을 보였으며 소득 수준을 불문하고 모든 국가에서 활동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상자산 거래가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들에 집중됐던 작년과는 달리 이제는 고소득 국가에서도 가상자산 거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동아시아 지역은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며 2023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전 세계 가상자산 활동의 8.9%를 차지했다. 또한 전문 투자자와 기관투자가가 참여한 대규모 거래로 인해 이 기간 동안 4000억 달러(약 532조원) 이상의 온체인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1년간 가상자산 거래 173조원 

특히 한국은 같은 기간 약 1300억 달러(약 173조원)의 가상자산 가치를 기록하며 작년 27위에서 올해 19위로 8계단 올라 동아시아 내 가장 큰 가상자산 시장으로 부상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2022년 5월 발생한 테라-루나 사건 이후 시장 침체가 이어졌지만 최근 가상자산의 도입이 다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는 몇 가지 주요 요인이 작용했다.

첫째 요인은 첨단기술 인프라다. 이러한 인프라는 다양한 모바일 앱과 PC를 통해 디지털 자산 거래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둘째 요인은 기존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대안 자산으로 가상자산을 택하고 있다. 경제적 불확실성은 더 많은 사람들의 가상자산 도입을 가속하고 있다.

마지막 요인은 대기업들의 블록체인 기술 도입이다. 삼성과 같은 주요 기업들이 블록체인을 자사 시스템에 도입하면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투자자로 하여금 가상자산을 보다 안전한 투자 대상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김치 프리미엄, 한국의 영향력이자 약점

비트코인 이후에 등장한 가상자산을 일컫는 알트코인과 기존 화폐와 고정 가치로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급성장을 이끌고 있다. 특히 알트코인은 원화를 기반으로 활발히 거래되고 있으며 리플(XRP)은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에 비해 빠른 거래 속도와 낮은 단가로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중 하나인 테더(USDT)가 코인원과 빗썸 등 국내 주요 거래소에 상장된 2023년 12월 이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이 상장을 통해 국내 투자자는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디지털 자산에 접근할 수 있게 돼 리스크 관리가 수월해졌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의 독특한 특징은 ‘김치 프리미엄’ 현상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는 국내 수요가 국외 시장보다 크게 앞설 때 국내 가상자산 가격이 국외 가상자산 가격보다 높게 형성되는 현상을 말한다. 올해 3월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을 때 김치 프리미엄 지수 또한 최고치를 기록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와 같은 현상은 한국이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지는 독자적인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투자 심리와 트렌드를 반영한다.

그러나 김치 프리미엄은 이러한 가격 격차를 관리할 수 있는 규제 메커니즘이 부재하다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취약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한국의 수요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과도한 투기와 시장 조작을 막기 위해 더 강력한 감독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적절한 안전장치가 없다면 김치 프리미엄과 같은 현상은 변동성을 유발하여 시장의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 

따라서 지난 7월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이에 대한 시의적절한 대응이 아닐 수 없다. 이 법은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법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중요한 첫걸음으로 이용자 예치금 보호, 가격 조작과 같은 불공정 거래 행위 규제, 금융 당국의 가상자산 제공업체 감독 권한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수탁서비스 자리 잡아야 리더십 확보


아직 규제 격차가 있는 기관 투자와 장기적인 시장 안정에 중요한 가상자산 수탁 분야는 추후 보완이 기대된다. 수탁 서비스는 기관투자가들이 안전하게 디지털 자산을 보관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국내 현행 법률 체계는 아직 이 분야에 필요한 규제를 충분히 다루지 못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 홍콩이 발 빠르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를 도입하며 글로벌 수탁 서비스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뒤처질 수 있는 큰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세계적으로 디지털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시장의 지속 성장을 위해 수탁 서비스를 위한 강력한 프레임워크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수탁을 포함한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2단계 가상자산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향후 이를 통해 더 많은 기관투자가를 유치하고 장기적인 시장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전 세계에서 가상자산 도입이 가장 활발한 20개 국가 중 동아시아에서는 대한민국(19위)이 가장 앞서고 있는 등 한국은 동아시아 가상자산 시장에서 확고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보다 구체적이고 선도적인 규제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세계적인 가상자산 혁신 허브로 도약하지 못하는 등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 이 경우 가상자산 친화적인 규제를 도입한 홍콩의 사례는 좋은 참고서가 될 수 있다. 홍콩은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VATP)에 대한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통해 개인 및 기관투자가 모두가 안정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도 이러한 모델을 벤치마킹해 가상자산 시장의 리더십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로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며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과 기회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한국도 규제적 확실성을 강화해 동아시아 및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에서 확고한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할 것이다.

백용기 체이널리시스 한국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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