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노동은 로봇이, 판단은 사람에게’…노인 경험 읽는 AI 농업 실현되나

박준하 기자 2025. 12. 1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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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 변화 속도 따라가지 못해 격차와 소외
전문가, 디지털 일자리·노인 관련 신기술 논의
“고령자도 기술을 선택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BK21 예비교육연구단이 16일 연세대학교 백양누리 IBK기업은행홀에서 ‘지속 가능한 노년의 일과 사회 참여’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디지털 기술 발전 속 고령사회의 새로운 가능성과 과제를 논의했다.

“단지 인공지능(AI) 기술 발전만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요? 평생 농사를 지어온 농민의 지혜와 인공지능이 결합한다면 농업의 풍경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인간의 역할은 줄어든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특히 고령층은 디지털 기술 발전의 수혜자가 되기보다 변화에 뒤처지는 집단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될수록 노인과 기술은 반비례 관계에 놓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과 노인은 과연 배척 관계로만 남아야 할까.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BK21 예비교육연구단은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연구단은 16일 연세대 백양누리 IBK기업은행홀에서 ‘AI, 로봇 & 디지털 에이징: 지속 가능한 노년의 일과 사회 참여’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디지털 기술 발전 속에서 고령사회의 새로운 가능성과 과제를 논의했다.

‘지속 가능한 노년의 일과 사회 참여’ 세미나에서는 고령자가 기술을 배우는 방식이 아니라, 고령자의 지혜와 신기술이 결합하는 사례가 소개됐다. 사진은 토마토 재배 현장에서 인공지능 로봇이 수확 작업을 수행하고 농민이 판단을 내리는 사례를 표현한 이미지. Chat GPT

이날 남창주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는 ‘AI·로봇 기반 시니어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술적 접근’을 주제로 발표했다. 남 교수는 토마토 재배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을 소개했다. 기존 스마트농업이 고령자가 태블릿이나 복잡한 기술을 직접 배우고 조작해야 했다면, 앞으로는 별도의 기술 학습 없이도 음성이나 손동작만으로 농업 판단을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기술은 농업 현장에서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작업은 인공지능이 수행하고 고령자는 불볕더위나 악천후 속에서 직접 노동에 나서지 않더라도 쾌적한 환경에서 농업 전반에 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통해 고령자도 나이와 관계없이 숙련된 노동과 사회적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새로운 시니어 일자리 모델로 확장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밖에 이경재 연세대 AI&Digital Aging Lab 연구원은 ‘노인의 주도적 기술 수용모델 개발을 위한 혼합방법 연속 연구’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 연구원은 “노인은 기술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활용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민구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는 ‘감각 기반 유저 인터페이스 기술 및 노인 인지·행동 분석’을 주제로 내세웠다. 그는 “어떤 신기술이든 설계 단계에서부터 노년층의 신체적·인지적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석인 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맨 오른쪽)가 주최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토론으로는 남석인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고 고윤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사회혁신정책팀장, 김민주 보건복지부 노인지원과 사무관, 김세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서비스정책연구실 연구위원, 이태영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경기지역 본부장이 참여했다. 이들은 디지털 기술과 고령사회 정책의 접점, 기술 발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연령차별 문제, 제도적 지원 방향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나눴다. 고령자에게 부담이나 위협이 아닌, 삶의 질 향상과 사회적 역할 확장의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정책·기술·복지의 유기적 연계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행사를 총괄한 남석인 교수는 “급속한 기술 발전 속에서 고령자가 사회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세미나가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지속 가능한 노년의 일과 사회 참여 모델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BK21 예비교육연구단은 디지털 전환과 사회복지의 결합을 주제로 한 연구와 학술 교류를 지속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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