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고용시장 추가 냉각 막겠다" 했지만…복잡해진 美고용시장
“1년 전보다는 냉각했지만..고용시장 여전히 견고”
이민증가·긱 노동자 증가·AI채택에 변수 커진 美고용
[내슈빌(테네시주)=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세계적인 팝 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고향이자, 컨트리뮤직의 본고장인 미 테네시주 내슈빌. 관광지로 유명한 도시지만 미국 내 내로라하는 경제학자, 경영학자, 금융전문가 등 수백명의 전문가들은 휴일인 30일(현지시간) 이곳을 찾아다. 지난 18일 ‘빅컷(50bp인하)’ 단행 이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첫 연설을 주목하기 위해서다.
추가적인 빅컷을 바라는 시장의 기대에도 불구 파월 의장은 공격적으로 금리를 낮출 이유가 없다고 재차 밝혔다. 그는 이날 45분간 이어진 전미실물경제학회(NABE) 연례회의 연설 및 대담에서 “전반적으로 경제는 견고한 상태이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의 도구를 사용할 계획”이라며 “금리를 빨리 인하해야 한다고 서두르는 (연방공개시장) 위원회는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월 의장이 추가 빅컷 가능성 차단에 나선 것은 고용시장 둔화가 나타나긴 했지만, 여전히 견고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해고율은 낮고 25~54세 노동시장 참여율은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고,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도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면서 “실질임금은 대체로 생산성 향상에 따라 견고한 속도로 증가하고, 일자리를 찾는 사람보다 구할 수 있는 일자리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아직은 고용침체 상황에 이르지 않았다는 얘기다.
다만 그는 금리 인하는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은 분명히 했다. 고용시장은 분명히 1년 전보다 냉각된 만큼 연준이 더 악화하기 전에 예방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실제 지난 8월 비농업일자리는 전월 대비 14만2000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12개월간 평균 증가폭 20만2000개보다도 큰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고용은 한번 시작하면 겉잡을 수 없는 속도로 악화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응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일자리 증가세가 둔화하고 (이민자 유입 등으로) 노동공급이 증가하면서 실업률은 4.2%로 올라갔다”며 “고용시장 상황이 더 냉각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주말 발표될 9월 고용보고서에 따라 파월의 판단은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파월 의장이 이처럼 과감한 빅컷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미국의 고용시장이 과거와 달리 복잡하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민자가 급격하게 늘고,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긱 노동자’(초단기 근로자)가 늘면서 과거와 같은 실업률 통계로는 현 상황을 명확하게 진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NABE 연례회의 곳곳에서도 미 고용시장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펼쳐졌다.
버닝 글래스 연구소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가드 레바논은 “최근 고용시장이 둔화한 것은 인공지능(AI) 채택 등으로 노동생산성이 증가하면서 일자리 증가율이 둔화했고, 이민자들의 급증에 따라 공급이 확대되면서 (이들이 고용시장에 뛰어들면서) 실업률이 올라간 측면이 있다”면서 “고용시장 전체가 여전히 타이트하고, AI발전에 생산성이 향상하더라도 블루칼러(비숙련 노동자) 인력 부족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린드라지트 두베 매사추세츠대 경제학부 석좌 교수는 “앞으로 성장둔화와 이주민 증가에 따라 고용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가 미지수”라면서 “국경강화로 이민자수가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향후 미국 고용시장 변화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의 공공정책센터 수석이코노미스인 매리 버크는 “긱 노동자는 대부분 단기적으로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아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률에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면서 “경기가 악화하면서 이들이 점차 일자리를 잃게 된다면 고용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니엘 리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는 AI 채택에 따른 생산성 향상과 연계해 고용시장 변화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AI로 인한 생산성 증대에 따라 저숙련 근로자와 초보근로자들의 이직률이 감소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며 과거 실업률과 일자리증가폭에만 기대해 미국 고용상황을 진단하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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