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행 사외이사, 전현기 부사장 등 개인자격 후원 활발…보험사 경영진도 다수 포착

우리금융지주 계열사와 국내 보험업계 등 금융권 임원들이 개인 자격으로 여·야 정치인들에게 법정 최고 한도에 달하는 고액 후원금을 기부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후원을 받은 의원 중에는 금융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인물들도 일부 존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권 고위직 임원의 정치인 기부는 아무리 개인 자격일지라도 정책 결정 과정의 공정성과 금융 시장의 투명성에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금융 사외이사, 재단 이사, 부사장 등 여·야 의원에 법정 한도 고액 후원 러쉬
르데스크가 선출직 공직자의 고액 후원자 명단을 분석한 결과, 우리금융그룹 내 핵심 인사들 중에는 과거부터 최근까지 정치인에게 법정 한도 최고 금액을 후원한 인물이 여럿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이강행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지난 2020년 이용우 더불어민주당(인천 서구을)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현행 정치자금법상 개인이 특정 국회의원에게 기부할 수 있는 후원금 연간 한도는 최대 500만원이다. 이 사외이사는 2023년에도 이 의원에게 30만원씩 12차례에 걸쳐 총 360만원을 후원했다. 이 의원은 현재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 등을 맡고 있다.
이 사외이사는 2021년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에게도 30만원씩 12회, 총 360만원을 후원했다. 금융권 출신인 홍 의장은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정계에 입문했으며 지난해 6월 이재명정부 출범 당시 차기 금융감독원장 후보군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이 사외이사는 지난해 3월 26일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에 합류했다. 그는 서강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한국투자금융지주에서 부사장, 사장, 부회장 등을 지낸 이력을 지녔다. 현재 우리금융 내에서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 윤리·내부통제위원회,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ESG경영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우리금융미래재단의 김진한 이사도 정치인 고액 후원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 이사는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실질적 소유주이자 대표 변호사다. 1993년 아주법률사무소를 열어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으며 1999년 법무법인 아주를 설립하고 대표변호사에 취임했다. 법조계에서는 법원 파산부가 인정하는 이른바 ‘톱5 파산관재인’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김 이사는 지난 2010년 안민석 전 국회의원(경기 오산시, 현 경기도교육감 후보)에게 500만원을 후원한 데 이어 2020년에는 국민의힘 박형수(경북 의성·청송·영덕·울진) 의원에게 두 차례에 걸쳐 총 500만원을 기부했다. 박 의원은 경북 지역 재선 의원으로 지난해 국민의힘 경상북도당 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당내 초·재선 의원 모임인 ‘정책 2830’ 회장을 맡고 있다. 김 이사는 2022년 국민의힘 김은혜(경기 성남분당을) 의원에게도 500만원을 후원했다. 기자 출신인 김 의원은 윤석열정부 당시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지낸 뒤 현재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다.
우리금융 현역 경영진 중에서도 정치인 후원을 자처한 인물이 여럿 존재한다. 전현기 우리금융 부사장(성장지원부문)은 지난 2023년 윤창현 전 국민의힘 의원과 송석준 국민의힘(경기 이천) 의원에게 각각 500만원씩 후원했다. 윤 전 의원은 지난 2024년 9월부터 한국거래소(KRX) 자회사인 코스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코스콤은 증권·자산운용·예탁기관 등 자본시장 참여기관의 IT 인프라를 운영하는 금융 IT 전문기업이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윤 전 의원은 한국금융연구원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등을 지냈다. 국민의힘 3선인 송 의원은 국토교통부에서 25년간 주거 정책을 다룬 인물로 당내에선 ‘부동산통’으로 불린다. 송 의원은 현재 한미의원연맹 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전 부사장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지주 성장지원 부문장 보직을 유지하면서 은행 글로벌그룹장까지 맡게 돼 사실상 우리은행의 ‘차기 실세’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전 부사장이 맡은 글로벌그룹장 직책은 우리은행 내에서도 핵심 보직으로 꼽힌다. 앞서 우리금융은 임 회장 체제에서 핵심 해외 거점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의 교두보를 마련해 2030년까지 그룹 순이익에서 글로벌 부문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김형조 우리카드 상무(소비자보호본부)는 지난 2022년 서범수 국민의힘(울산 울주군)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국민의힘 2선 국회의원인 서 의원은 경찰 고위 간부 출신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고 있다. 김 상무는 우리은행 인천부천영업본부장을 지낸 영업통으로 현장에서의 소비자 접점 경험을 기반으로 현재 우리카드 내부통제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우리카드에 설치된 금융소비자보호 내부통제위원회는 진성원 우리카드 대표가 의장을, 김형조 상무가 부위원장을 맡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아무리 후원이 개인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후원금의 출처나 대가성 여부를 외부에서 정확히 확인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금융사 요직을 맡은 임원들이 여야 주요 인사들이나 금융권 출신 정치인에게 고액을 후원하는 행위는 금융 정책의 공정성을 해치고 소비자 권익보다 업계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계수 세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권 고위 임원들의 정치인 후원은 은퇴 후의 삶을 도모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 성격이거나 개인적 친분 관계에 의한 것, 또는 그 외에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며 “다만, 개인 자격에서의 정치인 후원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라도 정책 결정 과정의 공정성과 금융 시장의 투명성에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대상이나 금액 등을 선정할 때 보다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일련의 사안과 관련, 우리금융 관계자는 “해당 임원들의 기부는 개인 자격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기부 동기나 구체적인 의도를 사측에서 일일이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현행법상 500만원 한도 내의 기부는 정상적인 후원 범위에 해당하며 만약 직위를 이용해 직원들에게 기부를 강요하는 등의 부당 행위가 있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현재로선 그러한 정황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후원 명단에 오른 분들이 회사 내 주요 의사 결정을 담당하는 임원진인 만큼 평소 대외 활동에 매우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치인에 대한 후원은 개인적인 정치적 소신에 따른 행위인 만큼 명백한 청탁 사유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가 개인의 후원 내역을 직접 조사하거나 질의하기에는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보험업계 임원들도 정치권 고액 후원…메리츠·한화손보 전·현직 부사장 이름 올려
보험업계 임원들 중에도 정치인 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 다수 존재했다. 서수동 메리츠화재 부사장은 지난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경남 통영·고성, 현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에게 총 500만원을 후원했다. 서 부사장은 2020년까지 금감원에서 근무하며 생명보험검사국과 기획조정국을 거쳐 보험감독국장 등을 역임한 뒤 2021년 메리츠화재 윤리경영실장(전무)으로 자리를 옮겼다. 입사 1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한 서 부사장은 2024년 1월 메리츠금융지주 관리총괄직에 선임됐다.

전계룡 메리츠화재 전무도 지난 2022년 정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전 전무는 메리츠금융지주 준법감시인과 메리츠화재 감사업무담당, 준법감시인 등을 거쳐 2023년 11월 메리츠증권 경영지원실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올랐다. 지난해 초에는 신설 부서인 ESG경영실 감사팀장에 선임됐다. 메리츠화재 ESG경영실은 지난 2022년 11월 신설된 곳으로 ESG파트, 법무파트, 구상파트 등으로 구성돼 있다. 당시 메리츠화재는 금융당국의 ESG경영 강화 기조에 맞춰 해당 부서를 신설했다.
서지훈 한화손해보험 부사장은 지난 2024년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서 부사장은 한화손해보험 전략영업부문장, 기업보험부문장, 소비자보호실장 등을 역임한 이력을 지녔다. 서 부사장은 지난 3월을 끝으로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지만 소비자보호실장직은 내년 3월까지 유지할 전망이다. 김 의원은 서 부사장의 출생지인 부산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2024년 제22대 총선에서 부산 사상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김 의원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경남정보대학교 총장을 지냈으며 현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허성주 라이나전성기재단 이사는 지난 2020년 국민의힘 김기현(울산 남구을) 의원에게 50만 원을 후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허 이사는 서울대학교 치과병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명예교수를 맡고 있다. 울산에서 3선에 성공한 김 의원은 지난 윤석열정부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를 역임하며 대통령실과 호흡을 맞췄다.
글=김성원 르데스크 기자
☞ 기사 속 Q&A
Q1. 우리금융지주 임원들의 정치인 후원 사례는?
A. 이강행 우리금융 사외이사는 2020년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에게 500만원을, 전현기 우리금융 부사장은 2023년 국민의힘 윤창현·송석준 의원에게 각각 500만원을 후원하는 등 법정 최고액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Q2. 김진한 우리금융미래재단 이사의 정치인 후원 사례는?
A. 김진한 우리금융미래재단 이사는 지난 2010년 안민석 전 국회의원(경기 오산시, 현 경기도교육감 후보)에게 500만원을 후원한 데 이어 2020년에는 국민의힘 박형수(경북 의성·청송·영덕·울진) 의원에게 두 차례에 걸쳐 총 500만원을 기부했다. 김 이사는 2022년 국민의힘 김은혜(경기 성남분당을) 의원에게도 500만원을 후원했다.
Q3. 국내 보험업계 임원들의 정치인 후원 사례는?
A. 메리츠화재의 서수동 부사장은 지난 2024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에게 두 차례에 걸쳐 총 500만원을 후원했다. 같은 회사의 전계룡 전무 또한 2022년 정 의원에게 500만원을 기부했으며 한화손해보험의 서지훈 부사장은 2024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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