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스코어보드-산자위(종합)] 정쟁보단 민생...먹거리 고민에 여야 없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종합 국정감사 = 곽상언(민), 권향엽(민), 김교흥(민), 김동아(민), 김성환(민), 김원이(민), 김정호(민), 김한규(민), 박지혜(민), 송재봉(민), 오세희(민), 이언주(민), 이재관(민), 장철민(민), 정진욱(민), 허성무(민), 허종식(민), 강승규(국), 고동진(국), 김성원(국), 나경원(국), 박상웅(국), 박성민(국), 박형수(국), 서일준(국), 이종배(국), 주호영(국), 서왕진(혁), 김종민(무), 이철규(국, 위원장)
2024년 국회 산자위 국정감사는 체코 원전 수출 등 정부의 원전 복원 정책과 동해 심해 가스·유전 개발프로젝트(대왕고래 프로젝트) 등 에너지 정책에 대한 질의가 중심을 차지했다. 소상공인의 생계를 좌우하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의 상생 논의와 온누리상품권 불법·부적절 사용에도 날카로운 지적과 대안이 쏟아졌다. 소비자와 입점업체 등 천문학적 피해를 낳은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에 대한 책임과 구제대책, 공급망 핵심 기술을 보유한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등 산업 현안 역시 국감장에서 다뤄졌다.
나라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과 소상공인·자영업자 관련 정책을 다루는 상임위 답게 산자위 국감에선 정쟁보단 '먹고 사는 문제'와 탄소중립 등 미래 문제에 대한 정책 논의가 활발히 오간 점이 높이 평가된다.
올해 산자위 국감의 하이라이트는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몫이었다. 장 의원은 국감 마지막 날인 25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산하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대전 성심당의 21배에 달하는 온누리상품권 매출을 올린 대구 한 전통시장의 마늘가게를 공개했다.
지류형(종이) 온누리상품권이 한달에 63억원, 74억원까지 쓰이면서도 기초적인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중기부의 실책을 지적하고 "월간 5억원 이상 온누리상품권 사용처를 전수조사하겠다"는 오영주 중기부 장관의 답변을 끌어냈다. 특히 중기부의 미흡한 자료 제출에도 의원실 관계자들이 대구까지 직접 발로 뛰며 사실 관계를 확인해 이철규 산자위원장은 물론, 여당 위원까지 문제점에 공감하고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여당의 산자위 터줏대감으로서 3주간 국감 기간 내내 꼼꼼한 정책 질의로 피감기관에 개선 방향을 제언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종배 의원은 산업부 대상 국감에선 체코 원전 수주 성과를 강조하고 경제성 등 비판에 대해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한편 향후 최종계약을 위한 정부의 총력전을 주문했다. 여기에 국내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을 위한 정책적·입법적 현안 등 이슈와 디테일 모두 빠지지 않은 질의를 했다. 중소기업의 인력 수급을 위한 임금 격차 해소와 중기부의 정책역량 강화 및 조직 개선 필요성 등 정책적 조언도 곁들였다.
무소속 김종민 의원은 체코 원전과 대왕고래 등 여야의 치열한 공방 속에서도 다양한 상임위 경험을 토대로 한 발전적 제안을 던졌다. 김 의원은 국감 첫날인 7일 수도권에 집중된 산업투자를 비판하며 "기술과 산업이 세상을 끌고 가는데 사람의 삶은 어떻게 되는지, 일자리는 어떻게 될 건지, 지역은 어떻게 발전할 건지 고민이 없다"고 말했다.
14일 한국전력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에 대한 국감에선 에너지 믹스로서의 탈원전 필요성을 인정하고 장기적 관점으로의 전력 기조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현안에 대한 본질적인 진단과 대안 제시를 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1960년대 경부고속도로와 1990년대 정보고속도로에 이어 AI(인공지능) 고속도로를 깔자"는 제안도 하며 정부에 대한 지적과 정책 아이디어를 동시에 선보이기도 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체코 원전 수출 수익성 논란의 쟁점 중 하나인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로열티 계약서 등 문건을 바탕으로 한 날카로운 질의로 주목받았다. 김 의원은 안덕근 산업부 장관 등을 상대로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의 지적재산권 계약 사항을 하나하나 캐묻는 한편, 중기부 산하기관이 한국벤처투자의 자의적 정관 해석을 통한 감사 임용을 지적해 오영주 장관으로부터 "굉장히 적절치 않았다"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중기부 국감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배달앱 '배달의민족'의 높은 수수료율과 자사에 유리한 화면배치, 광고운영 등 우월적 지위 남용 등을 지적하며 운영사 '우아한 형제들'을 몰아세웠다.
박 의원은 또 체코 원전 수출과 대왕고래 등 대형 프로젝트에 대해선 "정쟁이 아니라 국익의 관점에서 질문하자"고 야당 의원을 설득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밖에 야당의 박지혜 의원은 국감 초반 이틀 연속 정책자료집을 내고 자신의 전문 분야인 탄소중립 주제에 대한 꼼꼼하고 성의있는 질의로 주목받았다. 6선 중진답게 공공기관장의 핵심과제를 단도직입적으로 물은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국감 일정 내내 전기요금의 누진제 문제점을 일관되게 비판한 곽상언 민주당 의원도 올해 산자위 국감의 주요 장면을 차지했다.
이철규 산자위원장은 30명의 초대형 상임위의 의사진행을 맡아 큰 파행없이 22대 첫 국감을 마무리했다. 국감 초반 질의시간과 일부 언행을 놓고 설전이 있었으나 적절한 질의시간 배분과 위원들 질의 중간중간 팩트체크로 원활하게 회의를 진행했다는 평가다.
한편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국감 스코어보드의 평가 기준은 △정책 전문성 △이슈 파이팅 △국감 준비도 △독창성 △국감 매너 등이다. 상임위별 이슈·현안 관련 전문성과 발언의 적절성, 고성·욕설·막말 여부, 성실성 등을 따진다.
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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