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45년이 넘은 64세 남성이었다. 졸업 후에도 동창회 단체방만큼은 나가지 않고 가끔 친구들의 소식을 확인했다.
어느 날 밀린 메시지를 읽다가 대화 중 자신의 이름이 나온 것을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화면을 올려보던 그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안부를 묻는 줄 알았다
한 친구가 "요즘 ○○이는 뭐 하고 사냐?"고 물었다. 그는 오랜만에 친구들이 자신을 궁금해한다는 생각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다음 메시지에는 "걔 퇴직하고 요즘 별거 없다던데."라는 답이 달렸다. 이어 다른 친구가 "예전에는 잘나갔잖아. 사람 인생 모르는 거지."라고 말했다. 그때부터 그는 답장을 쓰려던 손을 멈췄다.

친구들은 자신의 형편을 마음대로 판단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그가 최근 동창회에 나오지 않는 이유를 돈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회비가 부담스러운가 보지.", "자식들도 별로 잘 안 풀렸다고 들었어."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사실처럼 이어졌다.
그는 몇 번이나 메시지를 쓰려다 지웠다. 사실 동창회에 가지 않았던 것은 아픈 아내를 돌보느라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의 말이 올라왔다
잠시 뒤 40년 넘게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메시지를 남겼다. "원래 사람은 잘나갈 때보다 내려왔을 때 본색이 나오는 거야. 걔도 자존심 때문에 우리 안 보는 거겠지." 그 문장을 읽는 순간 그는 해명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자신이 힘든 시간을 보내는 동안 안부 전화 한 번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자신이 없는 곳에서는 자신의 인생을 평가하고 있었다. 그는 한참 단체방을 바라보다 아무 말 없이 '나가기'를 눌렀다. 오래 알았다는 이유만으로 모두가 내 친구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64살이 되어서야 알게 된 것이다.

오래된 관계일수록 추억이 많아 쉽게 놓지 못하지만 함께한 세월이 반드시 관계의 깊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힘든 사정을 모른다면 먼저 안부를 물어보는 사람이 친구이지,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마음대로 인생을 판단하는 사람이 친구인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곁에 남겨야 할 사람은 내 과거를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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