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추월한 美 부채…국채금리 상승→이자 부담 ‘악순환’ 현실로[디브리핑]

서지연 2026. 5. 1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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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31조달러, 경제 규모 추월…재정 경고등
국채 금리 상승→이자 부담 확대 ‘악순환’ 우려
트럼프 감세·국방비 확대, 적자 더 키울 전망
연준 QT 속 수요 공백…글로벌 긴축 전환 압력
뉴욕 외부에서 바라본 뉴욕증권거래소. 월스트리트는 주요 물가 지표와 유가 하락, 1분기 국내총생산(GDP) 발표에 반응했다.[연합외신]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 국가부채가 경제 규모를 넘어서는 이정표에 도달한 가운데, 장기 국채 금리까지 5%를 돌파하며 재정과 금융시장 전반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전쟁 비용과 감세 정책,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이 겹치면서 국채 발행 증가→금리 상승→재정 부담 확대라는 악순환 구조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3월 기준 약 31조2600억달러로, 같은 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 31조2100억달러를 넘어섰다. GDP 대비 부채 비율이 100%를 상회한 것은 팬데믹 시기 이후 처음이다.

문제는 속도다. 전문가들은 부채 증가 속도가 경제 성장률을 지속적으로 앞지를 경우 재정 리스크가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책임 있는 연방 예산 위원회의 마크 골드와인 수석 부사장은 “부채가 성장보다 빠르게 늘어나면 투자자들은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된다”며 “이는 결국 부채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시장에서는 이런 경고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금융플랫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4일(현지시간) 5.01%로 마감했다. 30년물 금리가 5%대를 기록한 것은 약 1년 만이다. 장기 금리가 5%를 넘어서자 시장에서는 이를 ‘파멸의 문’으로 부르며 경계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넷 최고투자전략가는 “30년물 금리 5%는 마지노선”이라며 “이 수준을 넘어설 경우 시장에 ‘파멸의 문’이 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직결되는 만큼 소비 위축과 투자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에서 소비자들이 쇼핑을 마치고 상점을 나오고 있다. 지난해 4분기는 연방정부 셧다운의 여파로 성장률이 크게 둔화됐으나, 고소득층의 견조한 소비가 경제 성장을 유지하는데 영향을 줬따고 분석된다.[게티이미지]

실제로 금리 상승은 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정부 이자 비용이 늘어나고, 이는 다시 국채 발행 확대를 부르는 구조다. 동시에 기업과 가계의 차입 비용도 상승하면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

최근 금리 급등의 직접적 배경에는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있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해방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이란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가 상승했고, 이는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했다. 시장에서는 “에너지 가격→물가→금리”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압력이 다시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채권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영국 3년물 국채 금리는 중동 전쟁 발발 이전보다 약 0.9%포인트 상승했고, 유럽과 한국, 호주 등 주요국 단기 금리도 0.4~0.6%포인트 상승했다. 중앙은행의 정책 방향 역시 다시 긴축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국내에서도 긴축 신호가 감지된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최근 “금리 인하를 멈추고 금리 인상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언급했다. 글로벌 금리 상승 압력이 각국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각도 존재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1970년대와 달리 현재 상황을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 장쑤성 장자강 항구에서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들어 올리고 있다.[로이터]

실제 주요국 경제는 아직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1분기 약 2% 성장했고, 중국은 5%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도체 호황의 영향을 받는 한국과 대만 역시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대만은 1분기 전년 대비 13.69% 성장했고, 한국도 3.6% 성장했다.

앨버트 박은 “중동 전쟁으로 성장 둔화는 불가피하지만 반도체 사이클이 이를 상당 부분 상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구조적 재정 압박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정책은 향후 국가 부채를 4조달러 이상 늘릴 것으로 추산되며, 국방비 역시 연간 1조5000억달러 수준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의회예산국은 부채 비율이 2036년 GDP 대비 12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달러 신뢰 약화와 정책 대응 여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연준의 통화정책도 부담 요인이다. 현재 연준은 양적긴축(QT)을 통해 보유 국채를 줄이고 있어 시장의 핵심 수요자가 빠진 상태다. 재정 확대에 따른 공급 증가와 맞물리며 채권 수급 불균형은 더 심화되고 있다.

JP모건 프라이빗뱅크의 조 세이들 수석 시장 경제학자는 “현재 부채 상황은 이미 금리 상승 압력을 통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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