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다시 눈독들이는 MBK파트너스…6호 펀드 ‘주목’ [넘버스]

(사진=MBK파트너스 홈페이지 캡쳐)

KDB생명 인수를 타진한 MBK파트너스(MBK)의 금융업 투자 움직임이 재차 주목받고 있다. 통상 사모펀드 운용사(PEF)에게 금융업은 인수 직후 및 해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하는 만큼 부담스러운 투자 영역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MBK가 지속적으로 금융업에 관심을 보이자 시장에서는 다수의 금융사를 밸류업(기업가치 상승)시킨 경험을 보유한 MBK의 자신감이 엿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MBK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KDB생명 인수 타진 후 결렬...MBK, '제 2의 ING생명' 노리나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KDB생명 인수를 위해 산업은행과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렬됐다.

MBK파트너스에 정통한 IB 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는 리테일이나 금융 쪽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며 “특히 금융딜에 자신있어 하는 편인 만큼 KDB생명 인수도 검토했으나 결렬됐다”고 밝혔다.

KDB생명 M&A(인수합병)에 정통한 관계자는 “인수 검토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측에서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MBK 측은 이와 관련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최근들어 MBK가 금융사 M&A 시장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주목하는 시선도 나온다. 동양생명, 롯데손보, ABL생명, MG손보 등 (잠재) 보험사 매물이 쌓여있는 데다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로 인해 저축은행 등의 (잠재) 금융사 매물이 다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MBK의 롯데카드 이후 또 하나의 금융사 포트폴리오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미 MBK는 4조원 규모의 6호 블라인드 펀드 1차 클로징을 마치는 등 실탄도 장전한 상황이다.

보험사 M&A에 정통한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금융업 M&A를 통해 성과를 낸 경험도 있고 특히 보험업 쪽에 인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매각자 측에서도 PEF계 맏형인 MBK에 인수 의향을 물어볼 수밖에 없는 만큼 향후 금융사 투자 가능성은 열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NG생명·한미캐피탈... 과거 금융사 포트폴리오 눈길

MBK파트너스가 금융사 M&A에 거론되는 까닭은 과거 보험사에 투자한 뒤 엑시트(투자 회수)에 성공하는 등 성과를 낸 경험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3년 1조8400억원에 ING생명 지분 100%를 인수한 뒤 외형을 크게 성장시키고 엑시트한 바 있다.

MBK 인수 당시 2013년 말 2537억원이었던 ING생명 영업이익은 매각 직전인 2018년 말 4130억원까지 늘어났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878억원에서 3112억원으로 65.7% 증가했다.

ING생명 밸류업(기업가치 상승)을 성공시킨 MBK는 2017년 ING생명(오렌지라이프)의 상장을 단행한 뒤 지분 40.85%를 1조1000억원에 매각했다. 배당으로는 5000억원 이상 회수했다.

MBK는 2018년 ING생명의 잔여지분 59.15% 가량을 신한금융지주에 매각했다. 매각가는 2조2989억원이다. 결과적으로 MBK파트너스가 5년간 ING생명을 경영하면서 챙긴 차익은 2조원이 넘는 셈이다.

한미캐피탈(현 KB캐피탈)도 MBK의 대표적인 금융업 트랙레코드로 꼽힌다. MBK는 2006년 한미캐피탈을 1억7000만달러에 인수한 뒤 1년 3개월 만에 5억6000만달러에 매각했다. 단순 계산 수익률은 229.41%로 추산된다.

롯데카드 엑시트에 쏠린 눈

성공적인 금융업 포트폴리오를 쌓은 MBK는 또다시 금융사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2019년 5월 MBK파트너스는 4호 펀드를 통해 롯데카드 지분 59.8%를 인수해 최대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MBK 인수 5년차를 맞는 롯데카드 역시 수익성과 건전성 지표가 눈에 띄게 개선된 상황이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영업수익 1조9274억원, 영업이익 2265억원, 당기순이익 3657억원을 각각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수익과 당기순이익이 7.7%와 35.7% 성장한 규모다. 다만 영업이익은 33.2% 급감했다. 현재 카드업황이 부진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업황 침체기 속에서도 MBK가 성공적인 엑시트를 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미 2022년 MBK는 롯데카드 매각을 추진했는데, 인수 후보들과의 매각가 눈높이에 대한 이견이 커 매각이 한 차례 결렬된 바 있다.

MBK파트너스가 희망한 매각가는 약 3조원으로, 지난 2019년 롯데카드 지분(59.8%)을 인수할 당시 납부한 대금(1조380억원)의 2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현재 MBK 측은 롯데카드 엑시트 시점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업 포트폴리오 중 ‘아픈 손가락’도 있다는 점도 MBK의 향후 롯데카드 엑시트를 주목하는 까닭이다.

MBK는 2006년 9월 현대캐피탈과 함께 유상증자 참여 등 방식으로 HK저축은행을 인수했다. 지난 2006년 1800억원에 HK저축은행을 인수한 MBK는 인수금액, 유상증자 등을 통해 HK저축은행에 2500억원 수준의 자금을 투입했다.

HK저축은행이 상위 저축은행으로 자리 잡자 MBK는 여러 차례 매각을 시도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와 저축은행 사태(2011년) 등으로 번번히 매각에 실패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업황 악화 등으로 투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던 MBK는 2016년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 JC플라워에 HK저축은행(지분 98.63%)을 2224억원에 매각했다. 과거 MBK가 HK저축은행에 투자한 자금을 감안했을 때 수익률 등을 고려하지 않고 급하게 엑시트한 사례로 통한다.

남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