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희선 "욕하면서 보는 '블랙의 신부', 저라면 머리채 잡았죠"

조은애 기자 2022. 7. 19.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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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희선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넷플릭스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의 신부'가 공개와 동시에 글로벌 랭킹에 진입했다. 18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블랙의 신부'는 이날 기준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8위에 올랐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결혼정보회사에서 펼쳐지는 불륜, 복수 등 '매운맛' 가득한 소재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데뷔 이후 첫 넷플릭스 작품을 선보인 배우 김희선은 "싸이월드 마지막 세대라 OTT 인기는 아직 실감이 안 난다"며 유쾌한 소감을 전했다.

"사람 욕망이란 게 다 똑같잖아요. 잘살고 싶고 좋은 사람 만나고 싶고 또 이왕이면 능력 있고 훈남 훈녀면 더 좋겠죠. 그런 욕망은 어느 나라 사람이든 똑같으니까 전 세계 많은 분들이 재밌게 보신 것 같아요. 아직 글로벌 성적이 와닿진 않아요. 제가 아침마다 체크할 수 있는 건 인스타그램 팔로워에요. 하루에 만 명씩 늘더라고요. 인스타그램 어렵지만 열심히 해보고 있어요."

'블랙의 신부'는 사랑이 아닌 조건을 거래하는 상류층 결혼정보회사에서 펼쳐지는 복수와 욕망의 스캔들을 그린 작품이다. '나쁜 녀석들',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등으로 사랑받은 김정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결혼 비즈니스 세계에 뛰어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처음 캐스팅이 진행될 때만 해도 넷플릭스에 구미가 당길 만한 한국 콘텐츠가 없을 때였어요. 그러다 촬영 중에 '오징어 게임'이 터지면서 OTT에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블랙의 신부'가 다루는 소재가 해외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것 같았어요. 사람에게 등급을 매기고 조건만 보는 결혼정보회사 시스템은 한국에서만 다룰 수 있는 이야기니까요. 속물처럼 느껴지지만 욕하면서도 계속 보게 되는, 그런 자극적인 소재가 매력적이었어요."

김희선이 연기한 서혜승은 대기업 임원인 남편과 공부 잘하는 딸까지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던 인물이다. 완벽해보였던 그의 인생은 남편의 불륜과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바닥을 치고 만다. 홀로 딸을 키우기 위해 분투하던 중, 친정엄마가 몰래 가입시킨 상류층 결혼정보회사 렉스에서 그의 모든 것을 뺏어간 진유희(정유진)와 만난다. 서혜승은 진유희를 망가뜨리기 위해 복수를 계획한다.

"서혜승은 진짜 답답한 캐릭터죠. 말할 기회가 2천 번은 있었는데 안 하고 지나가잖아요. 저도 '바보 아냐?' 할 정도였어요. 내 딸을 그렇게 만들었는데 이미 분노했겠죠. 근데 아이가 있어서 선뜻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한 면도 이해는 돼요. 그래도 지혜의 여신답게 큰 그림을 그렸더라고요. 서혜승은 이 여자가 가장 행복한 순간에 끌어내려야 더 처참한 꼴을 볼 수 있으니까 때를 기다린 거예요. 초반에 고구마가 좀 있어야 나중에 사이다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잖아요. 서혜승의 방식대로 좀 더 잔인한 방법을 택한 것 같아요. 김희선이었다면? 벌써 머리 잡았죠.(웃음)"

특히 결혼이라는 거래 관계로 묶인 인물들의 민낯, 나아가 욕망이라는 공통분모는 국내외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자극하며 뜨거운 호응을 모았다. 익숙하지만 그만큼 현실적이고 흔한 소재가 제대로 통했다는 평이다. 올해로 결혼 16년차, 중학생 딸을 키우고 있는 김희선에게도 감정이입되는 장면들이 많았다.

"엄마이자 아내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아, 우리 신랑이 바람을 피웠다는 건 아니지만 만약 실제로 이런 상황이 닥친다면 저도 보내줄 것 같아요. 결국 이 사람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해야 하는데 몸은 같이 있어도 마음은 따로라면 아이도 심리적으로 불안하지 않을까요. 물론 그래선 안 되고 속상하겠지만 보내주겠죠. 생각해보니 이젠 120세 시대인데 서른쯤 결혼하면 90년을 같이 사는 거잖아요. 보통 남녀가 만나도 2~3년 정도면 깨지지 않아요? 저도 결혼하고 신랑이랑 16년 정도 같이 살고 있으니까 제일 오래 만난 남자죠. 제 인생의 기네스를 하루하루 경신하고 있네요."

서혜승을 둘러싼 강렬한 캐릭터들 역시 '블랙의 신부'의 매력이다. 사랑 대신 완벽한 파트너를 찾는 이형주를 연기한 이현욱, 서혜승과 악연으로 얽힌 진유희 역의 정유진, 첫사랑 서혜승과 마주치며 억눌렀던 욕망을 깨닫는 차석진 역의 박훈 등이 각각 치명적인 존재감을 발산했다.

"(정유진과) 서로 복수해야 하는 웬수인데 코드가 너무 잘 맞아요. 미용실도 같고 정유진 배우가 그렇게 술을 좋아하거든요. 술 좋아하는 친구 만나면 하루만에 20년 절친이 돼요. 어린데도 너무 착하고 매력있고 호흡도 잘 맞았어요. 근데 배우들 모두 코로나19 때문에 거의 만나질 못해서 밤마다 저희끼리 영상 통화를 했어요. (이)현욱이 빼고 다들 술을 좋아해서 맥주 한 캔씩 앞에 놓고 2주 내내 거의 매일 영상 통화하면서 작품 얘기하다가 되게 친해졌어요. 그 친구들한테 고맙죠. 제가 다가가는 걸 후배들이 받아주지 않으면 두 번 다시 시도 못했을 텐데 농담 한 마디 하면 웃어주고 그럼 저도 더 용기내서 한마디 더 건네게 돼요. 후배들이 저한테 의지할까봐 제가 먼저 의지하는 편이에요. 계속 철 없는 선배로 남으려고요.(웃음)"

1993년 데뷔한 김희선은 90년대와 2000년대를 대표하는 로코퀸이자 미의 아이콘이었다. 최근에도 JTBC '품위있는 그녀', tvN '나인룸', MBC '내일' 등의 인기를 이끌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미인이라는 수식어를 넘어 연기력과 흥행 파워까지 갖춘 배우로 사랑받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예쁘다는 말도 좋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예전엔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가 이해가 안 갔는데 생각해보면 우리 윗세대부터 욕하면서 재밌게 본 드라마들은 늘 많았어요. 욕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빠져들었다는 의미기도 하고요. 특히 '블랙의 신부'는 약간의 고구마로 시작해서 마지막에 반전, 사이다가 계속 터져요. 유쾌하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저한테는 첫 OTT 작품이었는데요, 90년대 활동할 때 비해서 소재가 정말 다양해졌다고 느껴요. 결혼해서 아이 낳고 40대 중반이 된 여배우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었는데 기회가 많아져서 감사하고요. 시대가 변한 거겠죠. 농담으로 '24년째 재발견되고 있다'고 했는데 데뷔 초부터 들었던 예쁘다는 말은 여전히 좋아요. 누가 싫어하겠어요. '예뻤다'보다는 '지금도 예쁘다'가 낫잖아요. 앞으로도 계속 예쁘다는 말 듣고 싶어요.(웃음)"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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